아주짧은영화평/2005년 아짧평

미스터 주부퀴즈왕 (2005)

쭈니-1 2009. 12. 10. 19:22

 



감독 : 유선동
주연 : 한석규, 신은경, 공형진

나도 한때는 전업주부를 꿈꾸었었다.

정말 직장을 다니기 싫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일같지도 않은 일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인간같지도 않은 상사들의 비위를 맞추기위해 하기 싫은 아부도 해야하고, 야근에 특근에 직장에만 매달리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그때. 저는 진심으로 돈 많은 여자 만나서 전업주부를 하며 직장에서 찾을 수 없었던 행복을 찾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리 직장 생활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예전처럼 무책임하게 돈많은 여자 만나서 전업주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직장 생활을 하는 것보다 전업주부가 휠씬 행복해 보인답니다.
[미스터 주부 퀴즈왕]은 바로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요즘의 추세에 맞게 마지막에 찡한 장면들로 채워놓은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입니다.

너희가 전업주부를 알아?

하지만 [미스터 주부 퀴즈왕]은 처음부터 제게 실망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래도 한때 최고의 흥행 배우였던 한석규의 존재가 허망하게 느껴질정도로 이 영화는 제게 여러모로 한심해 보이더군요.
일단 남자 전업주부를 소재로 삼은 것까지는 좋습니다. 남자 전업주부라는 소재로인하여 사회적인 이슈를 자연스럽게 끌어안고, 남자가 전업주부를 하며 벌어지는 상황들을 코미디로도 엮을 수 있으니 이제 막 서른살을 넘은 젊은 신인 감독에겐 최적의 소재였을 겁니다. 하지만 역시 유선동 감독은 신인 감독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더군요.
남자 전업주부라는 그 좋은 소재를 가지고 유선동 감독이 한 일이라고는 고작 주부 퀴즈 대회입니다. 모든 사건을 주부 퀴즈 대회에 맞춤으로써 모든 갈등과 그 갈등의 해소를 한꺼번에 해결하려합니다. 수희(신은경)라는 캐릭터는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몰지각하고, 진만(한석규)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심하다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합니다. 그 사이에서 그 어떤 고민도 보이지 않는 것은 이 영화가 사회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겁니다.

이렇게 구차한 라스트를 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 결정적으로 실망한 것은 라스트 장면이었습니다. 진만과 수희가 주부 퀴즈왕의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라스트 장면들은 제가 싫어하는 그 모든 것을 집약해놓은 듯했습니다.
퀴즈 대회 도중에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는 이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은 [위대한 유산]의 김선아, 임창정 커플의 그것과 비슷해보이기도 하지만 [위대한 유산]이 그래도 그 장면에서 웃음과 찡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지만 [미스터 주부 퀴즈왕]은 너무 비현실적인 설정탓에 짜증만이 밀려왔습니다.
남편이 전업 주부라는 사실에 창피해하며 뺨까지 때렸던 그녀입니다.(물론 아버지의 치료비 문제도 있긴 했지만...)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TV에서 공개적인 남편의 사랑 고백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장면은 아무리 영화라지만 너무 심하다 싶더군요.
젊은 감독 특유의 쿨한 라스트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유선동 감독은 젊은 감독답지 못한 구차한 라스트를 준비해놓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느껴보라며 칭얼거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선동 감독은 류승완 감독과 함께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시나리오를 썼다는데 도대체 이런 자질로 어떻게 그런 멋진 시나리오를 썼는지 정말 의문이네요. 제발 다음 영화에선 젊은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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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
모처럼 한가한 일요일이네요. 영화를 몇편 보려고 다운받고
있는 중에 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인터넷을 뒤적 뒤적
하다가 문득 쭈니님의 영화이야기가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가볍에 웃을 수 있는 영화를 고르다가 미스터 주부 퀴즈왕을
다운 받고 있었는데, 쭈니님의 영화평을 보고 바로 삭제했어요.
--;;;; 화창한 일요일의 나른한 오후에 짜증이 밀려오는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아서죠... ^^;;
쭈니님의 영화게시판이 언제나 저를 돕는군여~ ^^;;;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출을 받고 있습니다. 별 다르게 볼 게
없어서요. 히히... 어쨌든 평론 항상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
행복하세요~
 2005/12/04   
쭈니 저런... 그러다가 dori님에게 재미있으면 어쩌실려고... ^^;  2005/12/04   
수애
저도 내내 웃다가. 라스트에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_-; 솔직히 좀. 어이 없었다고 해야하나요?;;
 2005/12/21   
쭈니 저 역시 라스트의 황당함은... 감동을 이끌어내기위해 너무 구차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200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