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5년 아짧평

칠검 七劍 / Seven Swords (2004)

쭈니-1 2009. 12. 10. 19:20

 

 


감독 : 서극
주연 : 여명, 양채니, 견자단, 김소연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맨날 시간에 쫓겨 살다보니 영화볼 시간도 요즘은 없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은 그렇다고쳐도 집에서 비디오로 영화볼 시간마저 없으니...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시간이 나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기로...
비디오가게에서 [칠검]을 빌렸던 그날도 그랬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를 반납하기위해 갔던 비디오가게에서 그만 충동적으로 [칠검]을 꺼내들고 집으로 향해버린 겁니다.
비록 [칠검]을 보기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영화를 봐야했지만(요즘 왜이리 피곤한지...) [칠검]을 빌렸던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었답니다. 특히 [미스터 주부퀴즈왕]과 [박수칠때 떠나라], [칠검]을 사이에 두고 무엇을 빌려갈까 고민하던 그 순간은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행복한 고민의 쾌감이었답니다. ^^  

서극이 변했다?

[칠검]은 오랜만에 보는 홍콩의 대작 무협 영화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배우인 김소연이 출연하여 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죠.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를 포기하고 이렇게 비디오로 보게된데에는 [칠검]에 대한 네티즌들의 악평들 때문입니다. 대부분 '서극 감독에게 실망했다'가 주를 이루었었죠.
솔직히 저 역시 서극 감독의 영화를 그리 재미있게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는 감독이 아니라 제작자로써 더 능력을 펼치는 인물입니다. 그가 제작했던 [영웅본색], [쳔녀유혼], [첩혈쌍웅]은 아직도 제겐 최고의 홍콩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가 연출을 한 [영웅본색 3], [천녀유혼 3]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죠.
그런 면에서 어쩌면 서극 감독이 변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언제나 그렇게 그렇고 그런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었을지도... 하지만 그가 제작했던 그 수많은 걸작 영화들을 생각한다면 [칠검]은 많이 실망스럽기도 하긴 합니다.

캐릭터의 낭비속에 어수선한 스토리 전개.

[칠검]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난세를 평정한다는 칠검의 영웅들의 캐릭터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짧은 러닝타임동안 7명의 캐릭터들을 세세하게 그려내기엔 분명 무리가 뒤따랐겠죠. 하지만 이 영화는 단 하나의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아내지 못합니다.
7명의 영웅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조차 모를 이 어이없는 상황은 영화를 재미없게 만듭니다. 결국 이런 부실한 캐릭터속에서 이 영화는 현란한 칼싸움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조선인 역할을 맡은 김소연과 견자단의 캐릭터가 그런대로 잘 묘사되긴 했지만 서구적인 이미지로 무협 영화와는 잘 어울리지 못했던 김소연과 견자단의 한국말 더빙은 조금 참기 힘들더군요. 차라리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말로하고 김소연에게 더빙을 입히는 것이 나을뻔했습니다. [신화]의 김희선처럼 말입니다.  
그토록 기대했던 [박수칠때 떠나라]조차 포기하고 선택한 영화였는데, 서극 감독의 능력이 약간은 의심스러워졌답니다. 하긴 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재미있게 본 영화는 [서극의 칼]이 유일하더군요. 10여년전의 영화였는데... 10년이 흘렀는데도 서극은 아직 그 영화를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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