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5년 아짧평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 (2005)

쭈니-1 2009. 12. 10. 19:23

 



감독 : 정용기
주연 :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조폭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나가다.

한때 조폭 코미디가 우리 영화의 주류로 자리잡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신라의 달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 조폭 코미디들이 국내 흥행가를 주름 잡았으며 이들 영화들의 속편이 개봉되며 조폭 코미디의 명맥은 아직까지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조폭 코미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욕설로 관객을 웃기려들고 폭력 미화로 액션의 재미를 갖춘 조폭 코미디 영화들은 마지막엔 제가 그토록 싫어하는 슬픈 코미디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일찌감치 제 취향에서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는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만을 극장에서 봤을뿐 난다긴다하는 흥행 대작 조폭 코미디 영화들은 극장에서 보기를 포기했었습니다.
게다가 [가문의 위기]는 속편 영화입니다. 사촌 동생들과의 명절 극장 나들이를 통해 봤던 [조폭 마누라 2]의 그 악몽과도 같은 기억탓에 조폭 코미디의 속편들은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저로써는 지난 추석시즌 [외출], [형사]등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들을 제치고 최종 승자로 자리잡은 [가문의 위기]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흥행 성공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미하게 꺼져만 가던 조폭 코미디의 명맥을 당당하게 이어나간 [가문의 위기]는 솔직히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폭 마누라 2]와 [달마야 놀자]의 속편인 [달마야 서울가자]의 흥행 실패를 보며 이제서야 조폭 코미디가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생각했던 제게 [가문의 위기]의 흥행 성공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러한 탓에 [가문의 위기]가 비디오로 출시되자마자 비디오샵으로 달려갔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그 조그마한 비디오샵에 그래도 신프로라고 3개나 들어왔던 [가문의 위기] 비디오는 모두 대여중이었고, 비디오 대여보다 500원이 비싸다는 이유로 아직 덩그러니 남아있는 [가문의 위기] DVD를 눈물을 머금으며 빌려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가문의 위기]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분명 욕설이 난무하는 화장실 코미디로 관객을 웃기려드는 것은 여전했으며, 신현준이 멋지게 폼을 잡으며 조폭을 미화하는 것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꽤 웃고 즐길만한 영화였답니다.

의외로 깔끔했다.

일단 이 영화의 재미는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에 있지않나 생각됩니다. 신현준은 제가 그리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가문의 위기]에서만큼은 정말 적절하게 관객들을 웃기며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갔습니다. 게다가 전편의 김정은에 필적하는 김원희의 코믹 연기도 좋았고, 김수미, 탁재훈, 신이 등 조연 배우들도 정말 웃겼습니다. 특히 '델몬트'는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여러번 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기더군요.
마지막 마무리도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조폭과 검사의 사랑이니만큼 누군가 한명은 자신의 천직을 포기해야 했을 겁니다. [조폭 마누라]에선 공무원이었던 강수일(박상면)이 아내인 차은진(신은경)을 따라 자신의 직업을 버리고 조폭이 됨으로써 조폭 미화의 극치를 보여줬으며, 전편인 [가문의 영광] 역시 벤처 기업 CEO인 박대서(정준호)가 아내인 장진경(김정은)의 가문의 대업을 맞아 조폭으로 변신했었는데 [가문의 위기]는 더이상의 조폭 미화가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유서깊은(?) 조폭 가문인 백호파가 조직을 해체하는 깔끔한 마무리로 '조폭 영화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해 주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감독이 누구인가 보았더니 의외로 [인형사]의 정용기 감독이더군요. 작년 여름 개봉되어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제겐 꽤 좋은 인상을 안겨주었던 [인형사]... 역시 그는 뭔가 크게 한건 터트려줄 감독인듯 합니다. 그의 차기작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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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천사
저는 개인적으로 쭈니님의 이런 리뷰가 정말 고맙습니다; 이 영화가 나름대로 재미있었으며 이전까지의 조폭영화와는 그래도 결말이 좀 달랐다는 제 의견을 묵사발로 만드는 친구들을...미워하면 왕따당하겠죠-_-  2006/01/06   
쭈니 그런 친구들은 미워할 필요가 없죠. 꿈천사님도 친구들의 의견을 묵사발만들면 되잖아요. ^^; 전 예전에 [진주만]이라는 영화가지고 친구와 싸우다가 우정이 금이 갈뻔 한적도 있답니다. 그런 사소한걸로 우정에 금이 가면 안될 말이죠. ^^  2006/01/07   
리듬이
결말이 상당히 이상하던데요 -_-;;; 중간까지는 재밌게보다가
갑작스럽게 재판받고 끝나는 -_-;;;
 2006/01/22   
쭈니 그랬나요? 저는 오히려 그런 결말이 좋았답니다. 오히려 [조폭 마누라]같이 조폭을 영웅시하는 결말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건 조폭은 사회의 악이니까요.  2006/01/24   
조폭은 사회악이 아니라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지껏 명맥을 잇고 뿌리뽑으려 하지 않는걸 본다면..  2006/01/31   
쭈니 필요악이라...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동의할수 없네요. 영화에서나 조폭이 멋있게 나오죠. 실제로는 약한사람들 등쳐먹고 사는 것들이 조폭이잖아요. 물론 요즘은 돈많은 사람들에게 빌붙어 살아가기도 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  2006/02/01   
리듬이
저도 조폭의 존재는 부정하고싶네요..
우리나라에 조폭이 아직까지 뿌리뽑히지 않은건 조폭을 없애려고 하는 윗분들조차 그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서 그런것 아닐까요..
 2006/07/21   
쭈니 아주 오래전부터 정치와 폭력은 손을 잡았죠.
어쩌면 그런 조폭의 미화는 [무풍지대]같은 폭력미화 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그 드라마보다 유지광같은 원조 조폭이 멋있다고 생각했었으니...
 200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