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5년 아짧평

천군 天軍 (2005)

쭈니-1 2009. 12. 10. 19:12

 



감독 : 민준기
주연 :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공효진

한 밤중의 난리부르스...

피곤하다며 다음날 휴가를 낸 구피는 출근 걱정이 없어서인지 어제는 잘 생각을 않더군요. 저녁 11시가 휠씬 넘었건만 뜸금없이 '재미난 SF영화 없어?'라며 갑자기 영화보자고 졸랐습니다. 전 당연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추천했지만 그녀는 제목에서 풍겨오는 뉘앙스때문인지 이 엄청난 걸작 SF를 그리 보고 싶어하지 않았답니다.
결국 저는 한 밤중에 구피를 만족시켜줄만한 SF영화를 구하기위해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를 샅샅히 뒤져야 했으며 그러다가 낙점된 영화가 바로 우리 영화인 [천군]이었습니다.
사실 [천군]은 당연히 비디오로 대여해서 볼려고 했지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아짧평'에서도 밝혔듯이 비디오 가게가 집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있는데다가 새로 거래를 터야하기에 그냥 다운로드해서 보는 길을 택하고 말았답니다.

놀랍게도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다.

[천군]의 주연 배우는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등입니다. 황정민이야 워낙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이기에 제쳐두더라도 박중훈과 김승우는 코미디 영화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배우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당연히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재작년에 개봉되었던 [황산벌]같은 역사 코미디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봐도 이 영화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남북 공동 비밀 핵개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꺼내들더니만 김승우는 과격한 민족주의에 빠진 북한 장교의 모습으로 무뚝뚝한 연기만을 보여줍니다. 김승우가 웃기지 않다니... 처음엔 조금 놀랬지만 그래도 박중훈을 기대해보기로 했죠.
하지만 장군이 되기전 한심한 한량 생활을 하는 이순신 역을 맡은 박중훈 역시 안웃기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거 당황스럽더군요. 대충의 스토리 라인은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무뚝뚝한 영화일 줄이야...

민족주의에 기댄 황당한 SF???

뭐... 웃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공효진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안되고(그녀의 캐릭터는 정말 황당무계의 절정이었답니다.) 스토리 라인도 너무 뻔하며, 마지막의 비장함은 너무 민족주의에 기댄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즐길만 했습니다. 어떤 분의 영화평대로 '단지 그대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영화계의 SF라는 척박한 땅을 일구는데 꼭 그런 과도한 민족주의가 필요했는지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같은 전쟁 드라마도 아니고, [실미도]같은 역사 드라마도 아닌... SF라는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르의 영화에서 상상력 대신 관객의 애국심에 기대어 흥행에 성공하려하는 이 영화의 안타까운 몸부림이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더군요. 역시 아직 우리 영화에게 진정한 SF영화를 바란다는 것은 시기상조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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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캐릭터가 하고 싶어 만들어진 영화  2006/05/11   

쭈니

배우라면 이순신 장군 역활에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아직 SF로의 발전은... 쩝~  2006/05/11   

춘잉

저는 나름 감동받고 나름 슬펐는뎅 ㅜㅜ
친구랑 엄청 감동받았는데
망한영화라더군요 ㅜㅜ헐
 2006/07/27   

쭈니

민족주의... 애국주의에 기댄 영화이니 충분히 감동적일수도...  2006/12/02   

우드

불멸의 이순신 때문인지 이순신 캐릭터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박중훈씨.. 이것도 사극의 영향인가.  200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