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1일은 제게 아주 기억에 남을만한 날입니다. 그날은 구피와 함께 무려 3편의 영화를 연달아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극장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쉬지않고 3편의 영화를 연달아 본 것이 결혼하고나서 처음있는 날이라서 오늘은 '아짧평'을 3편 동시 상영 특집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별짓 다하는 쭈니... ^^;)
첫번째 영화 : 마파도
지난 봄에 개봉하여 의외의 대성공을 거둔 우리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 이 영화의 시사회날 [인게이지먼트]를 선택하는 바람에 시사회로 놓치고 결국 극장에서 놓친 후 이렇게 비디오로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확히 비디오로 보기에 딱 알맞은 영화였습니다. 부담없이 웃고, 즐기고, 영화가 끝나고나면 '재밌네'라는 한마디만 남는 영화. 그것이 바로 [마파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마파도]에 다른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것은 김을동, 여운계, 김수미, 김형자 등 나이많은 배우들을 캐스팅해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우리 영화는 너무 스타급 배우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스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의존도가 높으면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것보다는 이름값이 있는 배우들만 캐스팅하려하고, 그로인한 출연료의 상승으로 덩달아 영화 제작비만 높아지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파도]처럼 스타급 배우들이 전혀 출연하지 않아도 신선한 아이디어만으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앞으로 우리 영화의 배우 활용도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솔직히 [마파도]는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그러한 영화 외적인 이유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두번째 영화 : 언브레이커블
[마파도]를 본 후 TV에서 해주는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개봉당시 극장에서 봤지만 구피가 아직 못봤다는 바람에 한번 더보게 되었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의 감독은 M 나이트 샤말란입니다.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라는 너무나도 걸출한 스릴러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들었기에 그 이후의 영화들은 언제나 [식스센스]와 비교되는 불운(?)을 겪는 감독입니다. [언브레이커블] 역시 [식스센스]의 바로 그 다음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식스센스]에 의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언브레이커블]을 걸작의 반열에 놓고 싶습니다. 분명 [식스센스]와 비교해서 영화적인 재미라던가, 샤말란 감독의 전매 특허인 충격적인 반전은 상당히 떨어지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면에서는 절대 [식스센스]에 뒤지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언브레이커블]은 헐리우드의 보물 창고인 코믹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코믹스를 소재로 했으면서도 멋진 영웅이 나오는 것도 아니며 활기찬 영웅주의 액션 영화가 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조용하게 영웅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코믹스, 혹은 헐리우드 영화속의 영웅과 악당에 대한 상관관계를 샤말란 감독 나름대로 해석해나갑니다.
과연 샤말란 감독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이런 영화를 이렇게 진지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영화 사이트를 보니(솔직히 말하면 '씨네서울'입니다) '이게 반전이라고? 순진하고 안일한 감독의 의도라니'라고 쓰여있더군요. 제발 [식스센스]때문에 반전 신드룸에 걸린 분들이여!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언브레이커블]을 다시 보세요.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가 느껴지실 겁니다.
세번째 영화 : 블랙아웃
만약 마지막으로 본 [블랙아웃]만 재미있었다면 6월 11일 밤은 최고의 밤이 되었을 겁니다. 맘껏 웃을 수 있었던 [마파도]와 제가 좋아하는 [언브레이커블]을 연달아 보고난후 애슐리 쥬드의 그 매혹적인 모습마저 보았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블랙아웃]은 최악의 스릴러였고, 애슐리 쥬드의 그 매혹적인 모습도 이 최악의 스릴러를 구원하지는 못했습니다.
[블랙아웃]은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터프한 여형사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전에 다른 분의 영화 평을 통해 마지막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버렸습니다.(그것이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블랙아웃]을 보며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범행 동기가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봤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범인이 "내가 그랬어'라며 고백하고나서도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죽인거야?' 이 영화 정말 생뚱맞습니다. 스릴러 영화라는 것이 최소한 갖춰야할 치밀함을 전혀 갖추지 못했습니다. 범인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정신이상? 혹은 결벽증? 아니면 삐툴어진 사랑?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주인공에게 약을 먹였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애슐리 쥬드, 사무엘 L 잭슨, 앤디 가르시아 등 신뢰가 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놓고 이런 말도 안되는 스릴러 영화를 만들다니 정말 화가 나네요.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이름을 믿었건만 그 믿음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namja |
블랙아웃을 봐야 하는데 쩝쩝. 하두 악평이니 다들^^;; 언브레이커블... 재미있다고 추천했다가 욕 바가지로 먹은 영화입니다. 일부 영화팬들은 '반전'에 목숨을 걸더라구요.. 스릴러란 장르=반전이란 공식은... 유주얼서스펙트로 인한 것도 큰듯해요..식스센스라든가. 그전부터있었지만 ㅎㅎ 암튼 반전이 없이도 멋진 스릴러나, 이런 영화도 있는 법인데 쩝쩝. |
2005/06/13 | |
쭈니 | [블랙아웃]... 왠만하면 보지 마세요. 저도 애슐리 쥬드 주연의 영화를 보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은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랍니다. [언브레이커블]... 그렇죠? 왜들 반전에 매달릴까요? 저는 이 영화 반전이 없어도 매력적이던데... ^^ |
2005/06/13 | |
쑤 |
전 예전에 언브레이커블 본 후 극장 앞에서 도시락 먹으면서 이 영화 보려는 사람 말릴려고 했던 사람인데... ㅋㅋ 반전에 매달리는게 아니라 너무나도 어설프게 반전을 넣으려 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그리고 코믹스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다는건 알겠는데 사무엘잭슨의 남들 모르는 영웅역할은 참 보기가 ... 암튼 항상 쭈니님 영화평 즐겨 보고 있는데 크크 여기선 달라지네요... 그래도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2005/10/23 | |
쭈니 | 일단 제 글을 즐겨보신다니 감사합니다. 뭐 [언브레이커블]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지긴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니... ^^ |
2005/10/30 |
'아주짧은영화평 > 2005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밀의 화원 ひみつの花園 (1996) (0) | 2009.12.10 |
---|---|
어바웃 러브 The Truth About Love (2004) (0) | 2009.12.10 |
내셔널 트레져 National Treasure (2004) (0) | 2009.12.10 |
나인 야드 2 The Whole Ten Yards (2004) (0) | 2009.12.10 |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 (0) | 20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