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주연 : 랄프 파인즈, 미란다 리차드슨, 가브리엘 번
Before... 데이빗 크로넨버그...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저는 [스피아더]라는 영화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랄프 파인즈, 미란다 리차드슨 등 매력적인 배우들이 포진되어 있었지만 왠지 보기 꺼려졌었죠. 제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를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크래쉬]부터입니다. [크래쉬]도 제임스 스페이더, 데보라 윙거, 홀리 헌터 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에 끌려 영화를 봤다가 혼이 났습니다. 뭐라 해야할지, 암튼 영화를 보는내내 악몽을 꾸는 것만 같았죠. 하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 [플라이]와 [M 버터플라이]는 재미있게 봤었기에 [스파이더]도 어쩌면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끝에 봤습니다.
After...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중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네요.(물론 그의 영화를 몇편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초반은 상당히 지루했습니다. 그러나 랄프 파인즈의 그 놀라운 연기덕분에 졸음을 쫓을 수 있었죠. 후반부에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더니 결국 마지막엔 충격적인 반전이 밝혀지더군요. 물론 반전에 대해서는 약간 눈치는 챘었는데 설마설마하다가 결국 뒷통수를 맞은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크래쉬]처럼 너무 쎄서 관객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암튼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도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Good...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그리고 마지막 충격적인 반전.
랄프 파인즈의 정신병자 연기와 미란다 리차드슨의 이중적인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미란다 리차드슨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녀가 자상한 어머니와 음탕한 창녀 일인이역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이렇게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는 마지막 반전을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이 영화의 반전은 '어디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대들면 충분히 중간에 맞출 수 있는 반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속아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가 마치 반전이 없는 것마냥 단지 스파이더(랄프 파인즈)의 어렸을적 충격적인 사건을 단순히 쫓아가는 것처럼 그렸기에 안심하고 있다가 당해 버렸습니다. 암튼 오랜만에 영화의 반전에 당하고나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데이빗 크로넨버그에게 당할줄이야...
Bad... 이 영화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감독이 데이빗 크로넨버그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의 영화는 결코 관객들에게 친절한 법이 없죠. 이 영화 역시 마지막의 멋진 반전을 맛볼려면 영화 초반의 그 지독한 지루함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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