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4년 아짧평

[팀 아메리카] - 무엇이 그를 그토록 삐뚤어지게 했을까?

쭈니-1 2009. 12. 10. 18:33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샤크]가 3주연속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지난 10월, 미국에선 또한편의 놀라운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팀 아메리카]입니다.
[사우스 파크]라는 엽기 성인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트레이 파커 감독의 신작인 [팀 아메리카]는 꼭두각시 인형을 이용한 새로운 애니메이션입니다. 게다가 세계 경찰이라는 미국에 걸맞게 팀 아메리카라는 특수요원들이 세계각지에서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싸운다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트레이 파커라는 악동을 만남으로써 경쾌한 풍자 영화가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네이버 영화 카페에서 [인크레더블]의 상상력과 정치적 성향에 대한 논쟁이 벌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된다면 저와 논쟁중인 분들께 [팀 아메리카]를 한번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팀 아메리카]는 정말 상상력의 극치임과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을 자신있게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선 아직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표정변화가 자유롭지 않으며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끈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영화의 배경은 너무나도 진짜같이 정교하게 세워져있고, 스토리 전개가 기상천외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놀라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전 이 영화가 싫습니다. 이 영화의 상상력도 인정하며, 트레이 파커 감독의 놀라운 풍자실력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전 최소한 애니메이션만큼은 순수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친숙한 친구였으며 어른이 된 지금도 마음속 고향같은 애니메이션이 이런 저질 풍자속에 더럽혀지는 것이 속이 상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첫번째 이유는 이 영화의 섹스코드입니다. 특히 게리와 리사의 섹스씬은 아마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 장면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형들을 조작하여 여러 체위로 섹스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트레이 파커 감독의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불쾌해지더군요.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후반부에 있습니다. 세계를 구하기위해 김정일의 궁에 잠입한 팀 아메리카 대원들이 미국의 배우조합의 유명배우들을 처참하게 죽이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입니다. 물론 그 배우조합의 배우들은 알렉 볼드윈, 맷 데이먼, 조지 클루니, 숀 펜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배우들이며 영화속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을 최대한 잔인하게 죽입니다. 진보주의자에 평화주의자인 그들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테러보다 더한 테러를 자행하는 부시 행정부도 같이 비난합니다. 영화의 초반 테러리스트를 잡기위해 파리시내를 쑥밭으로 만들어버리는 팀 아메리카 대원들의 모습은 미국의 테러 전쟁이 또다른 테러를 낳고 있다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어쩌면 [팀 아메리카]는 지금까지 제가 보아온 애니메이션중 풍자로 무장한 가장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가릴것없이  사정없이 비판을 해버리는 이 영화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단지 비판의 쾌감만을 노린 불건전한 정치 영화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이고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가 싫어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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