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빅트러블] - 코미디영화인데 웃기진 않다.

쭈니-1 2009. 12. 8. 15:25

 



감독 : 배리 소넨필드
주연 : 팀 알렌, 르네 루소, 스탠리 투치
개봉 : 2002년 10월 25일

[빅트러블]이라는 생소한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때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이름은 감독인 배리 소넨필드였습니다.
배리 소넨필드... 그의 이름을 들으면 왠지 썰렁하지만 그래도 영화적인 재미만은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화려하면서도 코미디적인 요소가 다분한 SF 영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의 대표작인 [맨 인 블랙]시리즈가 그러하고, 제게 배리 소넨필드의 이름을 처음으로 각인시켜준 [아담스 패밀리]시리즈가 그러합니다. 그리고 비록 기대에는 못미치는 영화였지만 배리 소넨필드라는 이름에는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빅트러블]은 일단 SF 영화는 아닙니다. [빅트러블]은 오히려 배리 소넨필드의 연출작중 가장 의외의 작품이었던 [겟 쇼티]를 닮아 있습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꼬여만 가는 상황들... 그리고 절대 안풀릴것만 같던 사건의 실타래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한꺼번에 풀리면서 유쾌한 쾌감을 관객에게 전해주는 스토리 전개 방식까지...
하지만 [빅트러블]이 [겟 쇼티]와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겟 쇼티]는 재미있었지만, [빅트러블]은 전혀 그러지 못하다는 겁니다.  


 

 


먼저 [빅트러블]은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영화의 초반을 시작합니다.  
컬럼리스트로 잘나가다가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홧김에 직장 상사와 싸우고 광고회사를 차린 후 인생의 패배자의 길에 접어든 엘리엇 아놀드(팀 알렌), 아버지를 인생의 패배자라며 무시하는 엘리엇의 아들 매트, 회사의 돈을 가로채고 킬러들에게 살인 위협을 받고 있는 아더(스탠리 투치), 아더에게 신물이 날 대로 난 그의 아내 안나(르네 루소)와 딸 제니, 아더를 죽이기위해 파견된 프로 살인 청부업자 헨리와 레오나드, 멍청한 2인조 강도 스네이크와 에디, 약간은 얼빵해 보이는 경찰 월터와 여경찰 모니카, 그리고 아더의 정원 나무위에 살고 있는 히피족 퍼기 등등...
이렇게 길게 쭈욱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전부 못썼을 정도로 이 영화엔 정말 수많은 캐릭터들이 얽힌채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영화의 캐릭터들이 이렇게 많다보니 영화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아니 어쩌면 기본적인 스토리는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멍청한 2인조 강도인 스네이크와 에디가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의 위력을 갖춘 폭탄을 가동시켰으며, 인생의 패배자라며 아들에게 무시당하던 엘리엇이 이 폭탄으로부터 미국을 지킨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다가 스네이크와 에디의 손에 폭탄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엘리엇은 어쩌다가 영웅행세를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려 한다면 아마 읽는 사람들도 복잡해서 포기하고 말겁니다.
이렇게 이런 수많은 캐릭터들이 얽힌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분명 이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한편의 영화만으로 수많은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만날수 있으며, 그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얽히며 사건을 복잡하게 이끌고 나가는 것을 즐길수도 있고, 마지막에 이 복잡한 실타래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빅트러블]은 이런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합니다. 캐릭터들은 개성적이라기 보다는 한결같이 멍청하고, 이 멍청한 캐릭터들로 인하여 얽힌 사건들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지켜보기 짜증만 날뿐이며, 마지막 장면은 너무 구태의연해서 실망만 안겨 줍니다.


 

 


이렇게 [겟 쇼티]와는 정반대로 캐릭터가 난립하는 이러한 코미디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멍청한 캐릭터들의 향연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엘리엇의 경우 자신의 의견하나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아들에게마저 무시당하는 정말로 인생의 패배자처럼 보입니다. 그가 영화의 마지막을 통해 미국을 지킨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2인조 강도들에게 물총이나 들이밀던 그가 갑자기 영웅 노릇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처럼 보일 뿐입니다.
회사의 돈을 가로채는 바람에 킬러의 타깃이 된 아더는 개성적인 악역이 아닌 혐오감만 불러 일으키는 멍청한 얼간이에 불과하며, 프로급 살인 청부 업자라는 헨리와 레오나드도 전혀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일련의 사건을 일으키는 얼빵한 2인조 강도 스네이크와 에디는 정말로 멍청한 캐릭터의 절정입니다. 이에 대처하는 경찰인 월터는 억지로 관객을 웃기기위한 캐릭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멍청합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팻과 알렌이라는 FBI 요원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며 폭력을 휘둘러 됩니다.
그나마 아더의 부인인 안나가 조금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만 엘리엇과 사랑에 빠짐으로써 바람난 중년 부인으로 전락하고, 히피족인 퍼기는 그 특이한 생활 습관때문에 관객의 이해를 구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며, 여경찰인 모니카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그 중요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이 영화의 중심을 잡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약간은 과장된 멍청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을 통해 부담없이 한바탕 웃어보자는 배리 소넨필드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래도 너무 심합니다. 최소한 이 멍청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정상적인 캐릭터가 하나쯤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너무나도 가벼워 보이는 캐릭터들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영화에 꼭 필요한 개성적인 성격도 말소시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개성적이기보다는 한결같이 멍청하다는 공통점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평범해 보이고, 이러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사건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사건들이기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캐릭터들이 개성적이지 못하다보니 이들이 끌고나가는 사건들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긴 어찌보면 배리 소넨필드의 다른 영화도 한결같이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맨 인 블랙]을 필두로 하는 그의 영화들의 비현실성은 SF라는 형식을 빌어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기에 영화적인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빅트러블]은 SF적인 요소는 전혀 없으며,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도 마이애미라는 미국의 실제 도시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스토리는 어느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끌어 나가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SF 영화보다 더 현실성이 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사건의 키포인트는 '폭탄'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폭탄이 어쩌다가 미국으로 반입되었는지, 그리고 무기상인들은 그 폭탄의 위력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쩌다가 그들의 손에 넘어 갔는지, 그 정도 위력의 폭탄이라면 상당한 고가일텐데 그런것 같지도 않고, 살인의 위협을 느낀 아더는 폭탄을 구입하게 되는데 폭탄으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그 구입의도 자체도 불분명 합니다. 살인의 위협을 느꼈으니 미국을 폭파라도 하겠다는 건지...
물론 이러한 것들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했다면 너무 지루해 질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사건의 키포인트인 폭탄에 대한 설명이 어느정도는 있었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미국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는 핵폭탄이 멍청이 2인조 강도에게 넘어갔다며 호들갑을 떨어버리면 그 누가 그 폭탄이 언제 터질것인지 조마조마해하며 영화를 보겠습니까?
차라리 폭탄에 대한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준 뒤 그 폭탄을 둘러싼 멍청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관객에게 제시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더라면...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네요.  
결국 이 영화는 배리 소넨필드 특유의 허무 개그를 SF가 아닌 코미디라는 형식에 담아낸 특이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영화적인 재미는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모두 좋아했었는데... 결국 싫어하는 영화 한편이 생기게 되었군요.


 

 

 




구구콘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하나씩 소개하면서..]
[..아더에게 신물이 날 정도로 난 그의 아내 안나..]
이상~..
참!...헬스는 어떻게 되었남?
 2002/10/31   

쭈니
헬스??? 돈이 없어서 중도에 포기... ^^;  200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