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시 넬슨
주연 : 숀 펜, 미셸 파이퍼, 다코타 패닝
개봉 : 2002년 10월 18일
제게 있어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그 영화에 대한 소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내가 본 영화는 나에겐 나의 영화가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제가 쓴 '영화 이야기'는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닌 나의 추억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기록해둔 보물 지도와도 같습니다.
요즘 저는 그녀와 함께 많은 영화를 보며 그녀와 함께 소유하게된 그 수많은 영화들 덕분에 너무 행복하답니다. 아주 먼 훗날 우리가 함께보고, 함께 소유한 영화들은 우리에게 추억이라는 소중한 보물이 되어 언제나 영원히 함께 할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소중한 보물을 기록해두는 '영화 이야기'를 쓰는데에도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예전에 그녀 없이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그 쓸쓸한 추억을 소유하게 되었을때는 '영화 이야기'를 쓰는 시간이 대략 2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아름다운 추억을 소중히하고 싶기에 '영화 이야기'를 쓰는 것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으며, 그러다보니 '영화 이야기'를 쓰는 시간도 늘어났고, 신경도 더 많이 쓰입니다. 그렇다고 예전의 '영화 이야기'보다 잘쓴 것 같지도 않으면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엠 샘]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위해 컴퓨터 앞에 앉은지 벌써 2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글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그녀와 [중독]이라는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중독]을 보고나면 [중독]에 대한 '영화 이야기'도 써야 할텐데... 마음만 계속 급해지고, '영화 이야기'에 대한 스트레스만 자꾸 쌓여가고... '영화 이야기'를 쓰느라고 영화를 보지 못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요즘입니다.
[아이 엠 샘]은 7살의 지능을 가진 샘(숀 펜)이라는 한 남자의 눈물겨운 부성애를 통해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매우 친절하게 관객에게 샘과 그의 어린 딸인 루시(다코타 패닝)의 성장 과정을 착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샘의 부성애를 표현합니다. 그렇게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샘이 비록 7살의 지능밖에 가지지 못한 장애인이지만 루시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이상적인 아버지인지를 관객에게 충분히 설명합니다. 이렇게 먼저 관객들을 샘의 편으로 만든 이 영화는 그제서야 아동보호법으라는 이름하에 샘에게서 루시를 빼앗으려하는 관계당국의 횡포를 그려나갑니다.
솔직히 이 영화엔 소위 말하는 나쁜편이 없습니다. 샘에게 루시의 양육권을 박탈하려고 하는 관계당국 역시 아동보호법에 따라 충실하게 그 역활을 수행하려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죠. 이렇듯 확실한 나쁜편이 없는 영화의 경우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관객들을 확실하게 주인공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한 점에 대해서 이 영화는 상당한 성공을 거둡니다.
솔직히 7살의 지능을 가진 샘이 자기 자신보다 지능이 높아진 루시를 잘 보살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샘보다 더 능력있고 정상적인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 루시에게 더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그것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루시에 대한 샘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이런 냉정한 생각보다는 감성적인 자세로 무조건적으로 샘의 편에 서게끔 합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입니다. 제시 넬슨 감독은 처음부터 아주 적극적으로 관객과 샘의 감정이입을 시도하였으며, 자폐증세가 있는 샘을 철저하게 귀엽고, 성실하며, 착한 장애인으로 그려나감으로써 아주 완벽하게 관객들을 샘의 편에 하는데 성공을 거두고나서야 샘에게 시련을 안겨줌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이렇듯 관객을 철저하게 샘의 편에 서게 하는데에는 제시 넬슨 감독의 역량 덕분이기도 하지만 숀 펜의 연기 역시 톡톡히 한 몫합니다.
숀 펜... 그 배우... 제겐 마돈나의 옛 남편으로 헐리우드의 말썽꾼이며, 개성적인 연기력의 소유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완전히 이미지 변신을 한 듯합니다. 어쩜 그렇게도 7살의 정신연령을 가진 40대의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던지... 그의 그 순진한 미소와 눈빛이 정녕 헐리우드의 말썽꾼이라고 불리웠던 자의 얼굴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숀 펜의 이러한 거의 완벽한 연기가 관객이 샘의 편에 서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했다면, 루시를 연기한 아역 배우인 다코타 패닝의 연기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헐리우드의 아역 배우들을 봐왔지만 할리 조엘 오스먼드 이후로 이토록 제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력을 지닌 아역 배우는 정말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 초롱초롱한 순진한 눈빛과 자신보다 정신연령이 낮은 아버지를 감싸앉는 그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까지... 다코타 패닝은 루시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였으며, 이러한 다코타 패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는 충분히 제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아파해야 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이렇게 숀 펜과 다코타 패닝의 연기력의 힘을 빌어 7살의 지능을 가진 아버지 샘과 이젠 8살을 맞이하는 어린 딸 루시의 가슴아픈 사랑을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이렇게 영화 초반부터 관객과 주인공간의 적극적인 감정이입과 숀 펜과 다코타 패닝의 완벽한 연기력을 통해 관객들을 샘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이 영화는 유능하지만 감성이 메마른 여변호사 리타(미셸 파이퍼)를 등장시킵니다.
솔직히 리타라는 캐릭터는 샘의 부성애를 부각시키려는 감독의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한 아이의 어머니로써는 빵점인 리타를 통해 감독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 능력, 그리고 지능지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샘의 부성애를 더욱 부각시키는 겁니다.
제시 넬슨 감독의 이런 철저한 계산이 담긴 캐릭터의 등장과 영화의 스토리 진행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흔들림없이 만듭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영화의 재미가 약간은 처질지도 모르는 영화의 중반을 리타의 활기참으로 훌륭하게 메꿉니다.
사회에 찌들대로 찌든 변호사 리타와 너무나도 순수해서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못하는 샘이 한편이 되어서 벌이는 법정 대결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임과 동시에 영화를 점더 활기차게 만들고, 샘의 순수함을 부각시키는 여러가지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 냅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가 된 셈입니다. 관객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샘의 부성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루시가 샘의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샘이 법정 투쟁에서 극적으로 이겨 루시의 양육권을 획득하기만 하면 영화는 모든 감동의 순간을 이루는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에서 갑자기 머뭇거립니다. 샘의 승리...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시 넬슨은 다른 방법으로 기적을 준비합니다. 그러한 방법을 통해 이 영화는 비록 극적이지는 않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결말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어떻게해야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잘 알고 있는듯한 제시 넬슨의 완벽한 연출력도 좋았고, 입이 딱 벌어질 숀 펜의 완벽한 연기 변신도 좋았으며, 만약 저 아이가 내 딸이었다면 나라도 목숨걸고 양육권을 쟁취하기위해 법정 투쟁을 벌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다코타 패닝의 아역 연기도 좋았고, 영화내내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그 가슴따뜻한 음악의 선율도 좋았습니다.
한마디로 [아이 엠 샘]은 무엇하나 단점을 찾을 수 없는 그런 완벽한 감성주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