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비밀] - 울려고 들어갔다가 웃으며 나왔다.

쭈니-1 2009. 12. 8. 15:18

 



감독 : 다키타 요지로
주연 : 히로스에 료코, 고바야시 가오루, 가시모토 가요코
개봉 : 2002년 10월 11일

제가 [번지 점프를 하다]를 최고의 멜로 영화로 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소재의 특이함에 있었습니다. 환생...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은 이 신비롭기만한 소재를 김대승 감독은 슬픈 멜로로 잘 버무렸으며, 사랑에 대한 아직은 아름다운 환상이 남아있는 제게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의 사랑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메어질 정도로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올 가을... 저는 한편의 멜로 영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독]이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중독]은 빙의라는 현상을 소재로 하여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인 대진(이병헌)에게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수(이미연)와 시동생과의 위태로운 사랑을 그릴 예정이라더군요.
환생과 빙의... 그것은 분명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며, 그것이 실존하는 것인지도 아직 알 수 없는 현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사랑이라는 단어와 결합하게 되면 그 사랑은 환타지를 갖춘 신비로운 사랑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중독]의 개봉이 2주 정도 앞둔 지금 저는 빙의를 소재로 한 또 한편의 멜로 영화인 [비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영혼이 딸의 몸속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된 헤이스케(고바야시 가오루)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빙의라는 소재가 얼마나 사랑을 신비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 [중독]보다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영화로 저를 기대감에 부풀게 하였습니다.    
영화의 선전문구에는 제가 일본 영화중 가장 감동있게 보았던 [러브레터]를 언급하며, [러브레터]의 뒤를 잇는 일본의 감성멜로라고 당당하게 소개되어 있었죠. 엇갈린, 그렇기에 아름다운 [러브레터]의 사랑과 환타지를 겸비한 빙의라는 소재. 전 이 영화를 보며 감성에 젖어 눈물을 흐릴 모든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비밀]은 제가 그토록 원했던 감성 멜로가 아닌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더군요. 이룰수없는 사랑에 가슴아파하며 눈물짓기는 커녕 헤이스케의 귀여운 행동에 나도모르게 한참 동안이나 웃고 나왔습니다. 멜로를 기대했다가 코미디를 보고 나온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 바로 [비밀]은 제게 그런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단 1초라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듯이 빠른 진행을 보입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친구같은 모녀사이인 나오코(가시모토 가요코)와 모나미(히로스에 료코)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급히 병원을 찾은 헤이스케 앞에서 아내인 나오코는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굳이어 눈을 뜨고 회복하는 모나미... 그러나 그녀는 모나미가 아닌 나오코라고 헤이스케에게 말합니다.
영화 시작 5분여 만에 이루어진 이 모든 상황속에서 헤이스케는 이 거짓말같은 사실을 믿으려하지 않으며 조금은 방황할만 한데 이 영화는 그러한 지루한 장면들로 시간을 지채할 수 없다고 다짐한 듯 보입니다. 딸의 육체로 깨어난 나오코의 말 몇마디에 헤이스케는 모든 사실을 믿어버리고, 실질적인 딸의 죽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예전의 행복했던 생활로 돌아갑니다.
일단 이러한 감독의 과감한 생략법은 이 영화를 꽤 재미있게 만듭니다. 괜한 장면들로 영화의 러닝타임을 길게 끌고 가지 않으며, 단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장면들만 정확히 영상으로 담은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솜씨는 상업 영화의 감독으로써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 영화는 분명 아내가 죽은 후 딸에게 사랑을 느끼는 근친상간의 위험한 사랑으로 그려질수도 있었습니다. 헤이스케는 모나미가 아내라고 주장해도 남들은 그 사실을 믿으려하지 않을테니 잘만하면 헤이스케를 근친상간의 파렴치범으로 몰아 사회에 격리시키고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아야만 하는 나오코의 슬픈 사랑을 그릴 수도 있었던 겁니다. 아니면 아내의 영혼때문에 어린 딸이 육체만 남겨두고 죽음을 당했다는 슬픈 현실앞에서 딸의 육체를 빌어 되살아난 아내를 욕할수도 그렇다고 반길수도 없는 헤이스케의 혼란을 포착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분명 무겁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는 빙의라는 이 영화의 소재는 오히려 가볍고 활기찬 로맨틱 코미디로써 표현됩니다.


 

 

  
만약 빙의라는 소재만 영화의 초반에 채택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는 영락없이 젊은 대학생 아내를 둔 40대 중년 남성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나오코가 딸의 육체로 새 생명을 얻은 후 그녀는 의대에 진학하고 공부하랴 대학 생활을 만끽하랴 즐거운 생활을 보냅니다. 그 사이 헤이스케는 아내의 바쁜 생활에 불안해하며 전화기에 도청 장치를 하고 나오코에게 푹 빠진 서클 선배와의 사랑을 질투하며 방해하기에 급급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이러한 식의 소동극을 통하여 제게 웃음을 전해주었으며, 무언가 빙의 현상을 통한 가슴 아픈 사랑을 원했던 제게 당혹감을 맛보게 하였습니다.
일본의 수퍼 아이돌 스타라는 히로스에 료코는 40대 중년의 영혼을 가진 10대의 연기를 무리없이 해냈으며, 딸의 몸속에 스며들어간 아내때문에 골머리를 썩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헤이스케의 연기를 맡은 고바야시 가오루의 귀여운 중년 연기는 예상외로 제게 한바탕 웃음을 계속 안겨 주었습니다. 특히 헤이스케가 나오코의 서클 선배앞에서 '우린 외계에서 왔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저는 뒤로 자빠질뻔 했습니다. 너무 웃겨서... ^^;
만약 애초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써 이 영화를 기대하고 봤다면 더 재미있게 웃고 즐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베일 정도로 이 영화의 웃음은 예상외로 강력했으며 흐뭇했습니다. 어쨋든 이러한 심각한 소재를 활기차고 재밌게 연출한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역량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의 소재의 특성상 이대로 로맨틱 코미디로 영화를 끝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딸의 몸속에 들어간 아내와의 위험한 사랑이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이기에 어떻게든 이 위험한 사랑에 대한 끝을 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영화의 진행 방식처럼 로맨틱 코미디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감독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영화의 후반엔 로맨틱 코미디에서 감성 멜로로 전환하기 위해 약간의 무리수를 둡니다. 그 무리수는 이 영화의 그토록 소문이 무성했던 마지막 반전으로 연결되는데, 제가 보기엔 차라리 그 반전이 없는 것이 더 나앗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마지막 반전은 영화가 진행되는 순간 어느정도 눈치가 빠른 관객들에게는 감지가 되었으며, 그렇기에 그 반전을 표현하기위한 후반의 그 무리수를 띄운 장면들은 약간의 억지로 비춰집니다.
분명 로맨틱 코미디로써 영화를 활기차게 진행하다가 감성 멜로로 슬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려했던 감독으로써는 피할수 없는 것이었겠지만... 암튼 약간의 아쉬움이 남네요.
영화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영화을 보며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감성 멜로를 기대했다가 로맨틱 코미디를 보게되었을때의 그 당혹감... 암튼 제 기대와는 다른 영화였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웃고 나왔습니다.


 

 

 

  

우미닝~☆ 저두 오늘 봤는데...^^
전 생각했던거완 달라서 좀 실망했어여...ㅠ_ㅠ
 2002/10/19    
쭈니 우미닝님도 슬픈 멜로를 기대하셨나봐요? ^^
하긴 누가 봐도 이 영화, 슬픈 멜로로 보이지,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로 보이겠습니까???
 2002/10/20    
아랑
전 선전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고 영화를 봤는데요.
처음 두 모녀가 사고를 당하고 죽었을때는 눈물났구요 중간부분에서 외계인이다~ 하는거에선 배꼽 빠질뻔 했구요. 끝은 좀 맘에 안들었지만 전체적으론 무지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이 중년남자. 꼭 최민수 같지 않아요? 전 영화보는 내내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찍었다면 최민수가 했음 무지 어울렸겠다.. 생각하면서 봤는데.. ^^;
 2002/10/20   
쭈니 최민수요??? 흠~ 그러고보니 그런것 같기도하고... ^^  2002/10/21    
인연이
이 영화에서의 중년 남자 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았어?
이런 남자랑 결혼하면 너무 너무 이뻐서 매일 매일 이뻐해줄것 같더라...*^^*
오빠도 40대 중년이 되어도 이렇게 순수하고 사랑스럽길....
 2002/10/22   
쭈니 맞아... 그 아저씨 너무 귀여웠어.
나의 20년후 모습이랄까!!! ^^;
 2002/10/22    
winmir
최민수는 너무 카리스마(?)가 있어서 별로고..
김영호가 더 어울리거 같은데...김영호 누군지 알죠..?
맹자네 전성시대에서 변호사로 나오는 사람...
 2003/01/20   
쭈니 [굳세오라 금순아]에 이어 이곳에도 winmir님의 글이 남겨져 있군요.
암튼 늦게라도 이렇게 답글을 남깁니다.
김영호... 글쎄요. 김영호가 주연으로 맞기엔 아직 매력이 부족하지 않나요??? ^^
 200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