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븐 브릴 주연 : 아담 샌들러, 위노라 라이더 개봉 : 2002년 11월 1일
조그만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착하고 순진한 촌뜨기에게 400억달러라는 돈이 생긴다면... [미스터 디즈]는 이러한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얼굴조차 몰랐던 외삼촌의 죽음으로 4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유산받은 순진한 시골 청년 롱펠로우 디즈(아담 샌들러)가 돈을 상속받기 위해 며칠간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에 머무르면서 겪는 사건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디즈는 엉뚱하지만 순박한 사람들만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 욕심과 자만에 가득찬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를 방문하면서 온갖 웃지 못할 사건에 휘말리고, 운명적인 사랑도 만나며, 돈욕심만 가득찬 사람들을 감복시키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순진한 청년 디즈와 혐오스러울 정도로 세속에 물들어 있는 뉴욕의 상류층 사람들을 단순비교하며 세상엔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역설을 하는 정형적인 사랑제일주의 영화이며, 그렇기에 영화, 그 자체로는 착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영화의 착함은 제게 짜증만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무리 사랑제일주의도 좋고, 착한 영화도 좋지만, 그 착함을 너무 티내면서 관객들을 가르치려드는 것에 짜증이 났고,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들과 단순한 스토리 구조도 짜증이 났습니다. 솔직히 이런 류의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가 [미스터 디즈]가 처음도 아니었으며, 이런 말도 안되는 착한 영화들... 수를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이 보아왔으며, 그런대로 웃고 즐기며 재미도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스터 디즈]에게 만큼은 트집을 잡고 싶어지네요. ^^;
우선 이 영화에서 가장 짜증이 나는 것은 롱펠로우 디즈라는 말도 안되는 캐릭터입니다. 뉴햄프셔의 작은 마을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디즈는 그야말로 착하디 착한 순둥이입니다. 조금은 유치한 카드 문구를 카드 회사에 매번 보내기도 하는 엉뚱한 면도 있고, 아프다는 핑계로 땡땡이를 치던 가게 종업원에게 '연기 잘한다'며 오히려 칭찬을 할 정도로 착하기도 하며, 미식축구선수를 단번에 때려 눕힐 정도로 힘은 장사입니다. 그런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명적인 사랑이며,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은 돈입니다. 그래서 그는 4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상속받았을때 놀라기는 커녕 이번 기회에 뉴욕 구경이나 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섭니다. 뭐 좋습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없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 너무 디즈라는 캐릭터를 과장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디즈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기는 커녕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라는 생각이 들며 이질감만 느낄 뿐입니다. 분명 디즈라는 캐릭터에게 미워할 구석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디즈라는 캐릭터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에게 정이 안갑니다. 그것이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전 영화를 볼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그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과의 감정이입은 제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최소한 저와 디즈의 감정이입은 실패하였습니다. 저도 이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바보중의 한사람이지만 이 영화의 디즈만큼은 아닙니다. 취재를 위해 의식적으로 접근한 데이브(위노라 라이더)에게 첫눈에 반해 아무 의심없이 행동하고, 그녀의 사랑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는 그녀에게 변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400억달러도 포기하고 잠적해버리는 디즈의 그 순진한 사랑을 전 절대 이해못합니다. (전 죽어도 400억 달러 포기 못합니다. ^^;) 이렇듯 디즈와의 감정이입에 실패한 저는 마지막까지 이 영화의 착한척에 짜증이 났습니다.
이렇게 디즈라는 캐릭터에 공감이 안되다 보니 데이브를 필두로 한 다른 캐릭터들 역시 전혀 공감이 안되더군요. 뉴욕의 상류층 사람들은 알수없는 악의에 가득차 있으며, 매스컴들은 아무리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사실 왜곡을 위해 발벗고 나섭니다. 디즈가 아무리 촌뜨기라 할지라도 400억달러를 손에 거머쥔 뉴욕에서 제일의 거부이며, 맘만 먹으면 뉴욕 제일의 미디어 그룹을 운영할지도 모를 권력자인데... 과연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순진한 디즈와 세속에 물든 뉴욕의 상류층을 단순 비교하기 위한 스티븐 브릴감독의 억지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네요.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캐릭터는 위노라 라이더가 연기한 데이브입니다. 전 위노라 라이더라는 배우를 무지 좋아합니다. 그녀의 청순한 외모와 연기력... 다른 헐리우드의 젊은 여배우들 중에서 가장 전도유망하다고 제 맘대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요즘 그녀는 절취사건에 휘말려 불명예스러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그 사건의 진위가 어찌된건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믿었습니다. 조금은 복잡한 사생활과는 다르게 연기력으로 승부하면 될것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지금까지 보아온 그녀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최악이었습니다. 캐릭터 자체에 개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 볼수도 없고, 단지 디즈라는 한 멋진 남성을 만나 개과천선하여 행복하게 사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신데렐라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데이브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위노라 라이더의 모습도 너무 실망적이었습니다. 사실 애초에 아담 샌들러의 연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노라 라이더의 연기는 무지 기대했습니다. 그녀의 연기력이 이 평범한 내용을 가진 착하고 순진한 영화를 뭔가 특별하게 바꿔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위노라 라이더의 연기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바꾸기는 커녕 이 영화를 더욱 짜증나게만 하더군요.
캐릭터들도 공감을 사지 못했고, 제가 좋아하던 위노라 라이더의 연기도 영 시원치 않은 이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는 최악의 결말을 준비해 놓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며 제발 이렇게 끝나지만은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애원을 했는데... 이 영화, 여지없이 최악으로 끝맺음을 하더군요. 먼저 사랑에 상처를 받은 디즈가 400억달러를 포기하고 다시 고향으로 낙향하는 것까진 어떻게 이해할려고 노력했습니다. (400억달러가 아깝기는 하지만... ^^;) 디즈의 주식을 양도받은 나쁜 경영진들이 회사를 조각내서 팔면서 몇만명에 이르는 사원들을 해고하고 자기들만 막대한 이익을 남겨먹으려는 것까지도 뭐 그럴수 있습니다. (영화내내 욕심만 가득찬 뉴욕의 상류층을 보여줬으니...)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 멋지게 주주총회에 나타나 회사를 조각내 팔려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디즈의 모습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겨우 어렸을때의 꿈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돈독에 오른 뉴욕의 상류층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설정은 아무리 착한 영화라고는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주주의 입장이 되어서 디즈의 연설을 들었는데... 저라면 디즈의 연설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뉴욕 상류층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 영화가 마지막에 가서는 아주 간단한 말한마디로 그들을 순진한 시골 청년의 편에 서게 만들다니... 이 영화 순진해도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마지막엔 반전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그 반전...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반전중에서 가장 억지이며 짜증이 났습니다. 그 놈의 일기장하나로 어떻게 그런 억지스러운 반전을 이끌 생각을 했는지...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가 처음은 아닙니다. 헐리우드의 코미디 영화들을 보면 이런 착한척하는 영화들 수두룩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영화들을 볼때는 이렇게 짜증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한번 웃고 넘어가며 '비디오로 즐길만 하네'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 영화, 착한척하는 것에 너무 도가 지나쳤네요. 이런 영화에 어느정도 면역이 되어있던 제가 이렇게 짜증이 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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