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3명의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후 도망치듯이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치히로. 하지만 그녀의 장밋빛 인생은 5년전 강간했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찾아오며 산산이 조각납니다. 결국 치히로는 그 녀석들을 죽여 냉장고에 하나둘씩 얼리기 시작합니다.
[프리즈미]는 정말 이상한 공포 영화입니다.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들을 죽여 냉동고에 얼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섭다기보다는 불쌍합니다. 관객들은 그녀가 피해자인것을 알기에 그녀의 행위에 무서워하기보다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3명의 나쁜 녀석들을 모두 죽이고 얼린 다음입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40분인데 3명을 모두 죽이고 난 후의 시간은 고작 1시간 10분입니다. 이제 더이상 죽일 녀석들도 없는데 나머지 30분동안 영화는 무엇으로 이끌어갈것인가?
영화의 초반 치히로의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그녀가 복수를 하는 과정을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면 영화의 마지막 30분동안은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가 펼쳐집니다. 다른 일본 공포 영화처럼 무시무시한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디션]처럼 '끼릭끼릭'거리는 생각만해도 오싹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약혼자인 노가미에게 '도와줘'라며 속삭이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분히 무섭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일 겁니다. 은근한 공포...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공포... 그녀는 느꼈을 겁니다. 이 공포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이렇게 엿같은 세상에서는 아마 얼려도 얼려도 끝이 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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