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즈 테른...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물론 이유는 그녀가 이쁘기 때문입니다. [데블스 에드버킷]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때 제겐 알 파치노, 키아누 리브스보다는 키아누 리브스의 연약한 아내로 등장했던 샤를라즈 테른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그녀가 얼마나 이뻐보이던지... 그 이후로 [애스트로넛], [스위트 노벰버], [트랩트], [이탈리안 잡]등에 출연하며 미녀 배우로써의 이력을 차근차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몬스터]의 등장은 제게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엔 분명 샤를리즈 테른이 주연이라고 쓰여있건만 포스터 사진엔 왠 이상하게 생긴 여자 한명만이 덩그러니 서있어서 '샤를리즈 테른은 주연이 아니고 조연인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나중에 그 이상하게 생긴 여자가 샤를리즈 테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만으로도 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몬스터]는 샤를리즈 테른이 이쁜 여배우의 이력에서 과감히 연기잘하는 여배우로 변신한 영화입니다. 그 이쁜 얼굴을 그토록 처절하게 망가뜨린 것에도 모자라 크리스티나 리치와 함께 벌이는 충격적인 동성애 연기와(그 리얼한 키스씬... 크윽~) 구역질날 정도로 리얼한 3류 창녀 연기는 그야말로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샤를리즈 테른을 그저 이쁜 여배우로만 알고 있던 제 뒷통수를 확실하게 내리친 완벽한 연기 변신이었습니다. 존경합니다. 샤를리즈 테른...
이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한마디로 개봉 시기를 잘못 선택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수입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썸머 시즌에 개봉시켰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샤를리즈 테른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난 2월쯤에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최소한 깃털만큼 가벼운 블럭버스터들에게 치여서 조용히 사라지지는 않을 영화인데...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을 단순히 스릴러 영화의 오락적인 소재로 이용하지않고 왜 그녀가 살인을 저질러야 했는지 심도있게 파고듭니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린(샤를리즈 테른)의 범죄를 미화시킬 생각이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린이 저지른 살인은 분명 추악한 범죄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녀가 살인을 저지를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주목합니다.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상습적으로 강간을 당했던 어린 시절에도 그녀는 사랑을 꿈꾸었고, 단돈 50달러를 벌기위해 몸을 팔때도 그녀는 사랑에 대한 꿈을 접지 못했습니다. 남자들이 그녀를 성을 욕구를 채우는 섹스 기계쯤으로 대할때도 그녀는 오로지 아름다운 사랑을 꿈꿉니다. 그러한 그녀가 셀비(크리스티나 리치)라는 동성연애자를 만나고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꼈을때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 외에는...
린의 모습은 추악했으며, 그녀의 범죄는 또한 용서할수없는 괴물의 짓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슬펐습니다. 마지막 셀비가 그녀를 배신하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그토록 믿어왔던 사랑에게마저도 배신당한 사랑을 믿은 괴물의 슬픈 눈빛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습니다.
그녀를 괴물로 만든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 그녀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던 이 세상의 편견? 남자들의 폭력? 아니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진정한 사랑을 믿은 그녀의 바보같은 순정?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저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사형이 집행된 린은 마지막 순간에 그 해답을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IP Address : 210.114.236.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