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명의 웬수들]은 열두명의 자녀를 둔 한 가정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입니다. 스티브 마틴이 주연을 맡았으며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다가 대가족이라는 아이템을 끼워넣은 스토리 라인은 분명 뻔한 백인 코미디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열두명의 웬수들]은 그리 뻔한 영화가 아닙니다. 코미디라는 외형속에 가족의 소중함을 제법 알맞게 첨가한 숀 레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열두명이나 되는 아이들입니다. [나홀로 집에]에서 이미 밝혀진바 있듯이 극성스러운 아이들은 분명 영화적인 재미를 안겨줄 수 있는 좋은 코미디의 캐릭터입니다. 그런 데 이 영화엔 열두명, 아니 이미 성장해서 아이들이라고 할 수 없는 캐릭터를 뺀다해도 아홉명이나 되는 극성스러운 아이들이 떠하니 버티고 있어 관객들을 정신없는 재미속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아이들을 이용한 코미디에 머물렀다면 '그냥 재미있었다'정도의 평가만 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숀 레비 감독은 여기에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하는 가장 탐 베이커(스티브 마틴)의 고뇌를 삽입시킵니다. 물론 탐의 고뇌는 스티브 마틴이라는 코미디 전문 배우에 의해 그리 심각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의 아버지인 제 입장에서 탐의 고뇌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평생 꿈인 모교 대학의 풋볼팀 감독과,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인 전원 생활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접어야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아픈 현실이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모든 소동이 원위치를 되찾고 모두들 행복한 모습으로 영화를 끝마치지만 제겐 해피엔딩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희생위에 행복을 쟁취한 열두명의 웬수들의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기에 탐은 아무 주저없이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선택했지만 만약 이 영화가 실화라면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하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는내내 안아들라 놀아달라 징징대는 우리 집의 한명의 웬수를 쳐다보며 과연 저는 우리 사랑스러운 웬수를 위해 제 꿈을 접을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P.S. 1. 첫째딸로 나온 파이퍼 페라보라는 배우, 어디에서 많이 본 배우인데 생각이 안나서 검색해보니 [코요테 어글리]에 나왔던 그 배우더군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물론 [열두명의 웬수들] 이전에 [록키와 블윙클]에서 봤지만 워낙 영화가 엉망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선 반갑더군요.
P.S. 2. 행크라는 정말 형편없는 조연을 연기한 배우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애쉬톤 커쳐입니다. 데미 무어의 어린 연인으로도 유명한 배우인데 스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편없는 캐릭터를 거침없이 연기하는 것을 보니 그리 형편없는 배우는 아니었나봅니다. 전 개폼만 잡는 배우는 딱 질색인지라 이렇게 가끔 망가져주는 배우가 좋습니다. ^^
P.S. 3. 세째딸인 로레인을 연기한 배우는 힐러리 더프입니다. [리지 맥과이어 무비], [에이전트 코디 뱅크스]에 출연한 스타급 배우라는군요. 그러고보니 이 영화엔 스타급 배우가 대거 조연으로 나오는군요. [스몰빌]의 톰 웰링도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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