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역류], [파 앤드 어웨이], [아폴로 13], [랜섬], [뷰티풀 마인드]를 연출한 명감독 론 하워드. [맨 인 블랙], [도망자]의 성격파 배우 토미 리 존스, [반지의 제왕]에서 매력적인 요정 왕비역을 맡았던 케이트 블란쳇... 이 화려한 이름들이 하나로 뭉쳐 만든 영화 [실종]은 그러나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실종]은 서부 영화입니다. 거친 서부의 사나이가 등장하고 인디언이 위협을 가합니다. 비록 멋진 일대일 총싸움도 없고, 반듯한 영웅의 모습도 없지만 이 영화는 분명 이미 멸종한듯한 서부극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킬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큰딸인 릴리가 인디언에게 납치되자 그 뒤를 쫓는 매기(케이트 블란쳇)와 매기가 어렸을적 가족을 버리고 인디언에게로 떠나버린 매기의 아버지 샤무엘(토미 리 존스)은 매기의 막내딸 돗과 함께 릴리를 구하기 위해 추격전에 나섭니다.
분명 기본적인 줄거리만 놓고본다면 이 영화는 긴박감이 넘치는 서부극이었어야 했습니다. 딸의 목숨을 담보로한 긴박한 추격전... 그러나 이 영화는 긴박함을 처음부터 잊어버리고 시작합니다. 그것은 론 하워드 감독이 긴박한 추격전보다는 매기와 샤무엘의 화해에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납치가 된 이 긴박한 순간에 할짓 다하며 아버지와의 화해까지 하는 매기의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매기라면 밤에 잠을 자는 것은 물론이고, 죽은 시체를 기독교식으로 묻어주는 행위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릴리를 찾아내 구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을 겁니다.
긴박한 서부 추격극에 부녀간의 화해라는 스토리를 이어 붙인 론 하워드 감독은 그의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전혀 맥주의 김이 팍 빠져버린 그런 서부극을 만들어 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그려낸 이 지루한 서부극은 어쩌면 오랜만에 멋진 서부극을 볼 수도 있다는 제 기대감에 찬물을 끼엊히기에 충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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