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4년 아짧평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외로움이 관객에게마저 전염되는...

쭈니-1 2009. 12. 10. 17:23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아버지의 명성을 등에 업고 무모한 짓거리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피아 코폴라의 아버지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제가 이제 막 영화광에 입문하던 15년전 [대부]로 절 매료시켜던 첫번째 헐리우드 감독입니다. (첫번째 우리나라 감독은 강우석 감독입니다. ^^) [대부3]에서 감독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로 데뷔해서 아버지의 명성에 먹칠을 했던 그녀였기에 ([대부3]에 무지 감동 먹었던 저는 소피아 코폴라가 맡은 매리 꼴레오네가 유일한 옥의 티였답니다.) 소피아 코폴라의 감독 데뷔는 더더욱 제겐 걱정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소피아 코폴라의 감독 데뷔작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골든골로브의 수상까지 이어지더군요. 빌 머레이라는 주연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이 영화는 분명 평범한 코미디처럼 보였는데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놀랍게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로맨틱 코미디에나 어울릴법한 국내 개봉 제목은 물론이고 빌 머레이라는 코미디 배우의 합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어느사이 주름이 깊게 패인 빌 머레이의 얼굴만으로도 알 수 없는 고독이 느껴지더니만 애띤 모습의 스칼렛 조핸슨의 모습을 보며 영화속 고독은 영화를 보고 있는 저에게까지 감염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미치도록 외로워 졌답니다. 도대체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역시 피는 못속이나 봅니다. 소피아 코폴라는 저의 우려와는 달리 아버지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 영화를 만듬으로써 아버지의 후광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습니다. 코미디 배우로 이미지가 굳은 빌 머레이에게 중년의 외로움을 발견한 것 그 자체가 그녀에게 훌륭한 감독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증명한 겁니다. 배우의 발견이야 말로 감독에겐 가장 중요한 능력이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역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발굴했었죠.)
게다가 여성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만들어낸 이 낯설은 사랑 영화는 관객에게 인정받기 위해 영화적 재미를 내세우기 보다는 오히려 흥행을 배제하고 자신이 하고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이끄는 뚝심마저 보입니다. 이제 겨우 두편의 영화를 연출한 신인급 감독으로는 보기 드문 특심이죠.
솔직히 말해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제겐 상당히 재미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전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며 이 영화를 봤으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재미없는 만큼 소피아 코폴라라는 뚝심있는 여성 감독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 언젠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영화적 재미도 창출할 수 있는 연륜이 되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를 보며 감동했던 15년전처럼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을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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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a
적절한 표현.
외로움이 묻어나서 아니 저에게 옮기는듯 했습니다.
전 아주 즐겁게 봤는데요^^
 2004/02/22   
쭈니 제 아내는 졸음과 싸우면서 보더군요.
이 영화는 아무래도 조용한 극장에서 영화에 집중하며 봐야하는데... 전 그러지 못해서 더더욱 영화가 재미없었나봅니다.
하지만 작품성하나만은 인정을 해줘야할것같습니다.
정말로 영화를 보며 외로움에 감염되었으니...
 2004/02/22   
zigprid70
빌 머레이의 연기를 좋아합니다. 혼자 봐야겠네요...
코폴라 감독의 딸인 줄 몰랐습니다. 쭈니님은 정말 영화광이시네요... 자주 찾을께요.. 여기...
 2004/03/08   
쭈니 네. 언제든지 대 환영입니다. ^^  200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