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었을때 (지금도 젊지만... ^^;) 전 상당히 소심한 청년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안정을 휠씬 선호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그 미지의 도전에 대한 두려움에 현실에 안주하며 도전을 회피하곤 했습니다.
지금에와서 그것이 가슴 깊이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는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예전엔 그냥 배낭하나 달랑 매고 무작정 여행을 떠날수도 있으며, 갑자기 하던 일을 모두 때려치우고 새로운 일을 배워가며 할 수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겐 책임질 그 무엇도 없었으니까요. 단지 내 자신만 책임지면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무엇을 하던지간에 나의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아내를 생각해야하고, 나의 어린 아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이가 드셔서 이제 곧 일을 하지 못하게 되실 부모님도 생각해야하고, 주위의 시선도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젊고, 도전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만 할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도전을 이루는 몇년이 될지도 모를 그 시간동안 그 만큼의 고생을 해야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겁니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그렇기에 제게 상당히 부러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자비에(로망 뒤리스)는 이제 25세의 젊은이로 비록 아버지와 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경제학을 배우기위해 스페인에 오지만, 한 아파트에서 유럽의 다국적 친구들과 동거 생활을 했던 스페인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그에게 안정된 직장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도전을 선택하게 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무실을 뛰쳐나와 자유롭게 활주로를 뛰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젊음만의 특권인 도전이 느껴져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제가 25세때 그와 같은 경험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래서 나도 젊음의 특권을 이용해서 당당하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면... 이젠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를 보며 10년전의 소심한 제 자신을 책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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