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저는 아직 [큐브]를 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영화광이라 칭하며 국내에 개봉되는 영화의 90%이상을 보는 제가 [큐브]를 보지 못한 것은 이 영화를 보기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이상한 방안에 갇힌 사람들... 빠져나가려 할수록 조여드는 위험... 어떠한 위험이 숨겨져 있는지 알수없는 이상한 공간... 이러한 [큐브]의 소재는 왠지 듣고만 있어도 제게 오싹함을 안겨줬습니다. 얼마전엔 [큐브 2]를 용기내어 봤지만 감독도 서로 틀릴뿐더러 두 영화를 모두 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큐브 2]는 [큐브]에 비해서 함량이 한참이나 떨어진다는 군요. 그러하기에 [싸이퍼]는 제겐 빈센조 나탈리 감독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큐브]를 보지 못했기에 마음속으로 커져버린 [큐브]에 대한 기대감은 [싸이퍼]로 이어졌고 저는 천재 감독이라 칭하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과의 첫 만남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싸이퍼]를 보는 순간 기대는 서서히 실망으로 변하여 갔습니다. 인간의 기억의 허실과 그로인한 스릴과 반전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썼던 수법입니다. [오픈 유어 아이즈]도 그렇고, [메멘토]도 그렇고, [매트릭스 시리즈]도 따지고 보면 기억에 대한 허실을 그린 SF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싸이퍼]에 진정으로 실망한 것은 이 영화가 이렇게 조금은 흔한 소재를 영화로 했다는 것 보다는 관객과의 두뇌 게임을 위해 스토리를 너무 꼬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가 진정한 천재라면 스토리를 어렵게 만듬으로써 관객과의 두뇌 싸움을 하진 않았을 겁니다. 단순한 스토리라도 얼마든지 관객과의 두뇌싸움을 할수는 있죠. 결국 [큐브]의 엄청난 성공은 빈센조 나탈리 감독에게 무조건 관객과의 두뇌싸움에서 이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겨준 듯이 보이며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이 강박관념에서 헤어나기 위해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해놓고 기발한 아이디어 보다는 복잡함으로 관객과의 두뇌 싸움에서 이기려 합니다. 결국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천재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으려면 [큐브]를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던가 아니면 [큐브]의 성공으로 인하여 얻은 강박관념을 떨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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