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미스터 빈'으로 더 잘 알려진 배우 로완 아킨스... 그의 연기를 보고있으면 왠지 영원한 코미디의 황제 찰리 채플린이 생각납니다. 물론 로완 아킨스가 찰리 채플린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제가 보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것이 로완 아킨스의 한계가 아닐까요?) 그의 연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코미디 배우중에서 가장 많이 찰리 채플린과 비슷합니다.
그러한 그가 007 제임스 본드처럼 첩보원이 되겠다고 나섭니다. 그의 특이한 마스크의 특성상 로완 아킨스가 미스터 빈에서 제임스 본드로 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제임스 본드가 미스터 빈으로 변신하는 코미디 영화인 셈입니다.
영화는 예상대로 제임스 본드를 미스터 빈으로 변신시킵니다.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 첩보원들이 죽고나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멍청한 첩보원 쟈니 잉글리쉬역을 로완 아킨스는 미스터 빈이라는 자신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내에서 코믹하게 제임스 본드를 패러디합니다. 마치 제가 좋아하던 만화영화 '가제트 형사'를 떠올리게하는 쟈니 잉글리쉬의 이 모험담은 그렇기에 재미있습니다. 제임스 본드의 모험담은 간데없고 멍청한 첩보원의 활약상이라니... 패러디 영화의 즐거움을 이 영화는 잘 포착해낸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후반부가 될수록 쟈니 잉글리쉬가 점점 똑똑해진다는 겁니다. 멍청한 바보로만 보였던 그는 프랑스의 미녀 첩보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인 첩보원이 되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멋지게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쟈니 잉글리쉬는 끝까지 미스터 빈이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파스칼 소바쥬라는 악역을 맡은 존 말코비치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네요. 본명 그의 연기는 분명 매력적었지만 캐릭터가 그의 매력을 따라잡지 못하네요. 실수투성이인 쟈니에게 매번 당하는 꼴이라니... 그토록 철저한 악당이 왜 쟈니는 죽이지 못하고 살려두는 것인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존 말코비치의 매력으로도 파스칼 소바쥬라는 멍청한 캐릭터는 도저히 구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구피는 '차라리 레슬리 닐슨 할아버지의 영화가 휠씬 낫다'라고 평했습니다. 하긴 레슬리 닐슨은 최소한 마지막에 가서 똑똑한 척은 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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