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3년 아짧평

[장화, 홍련] - 지난 여름의 열기가 이해된다.

쭈니-1 2009. 12. 10. 16:57

 



저는 겁이 많아서 공포 영화는 혼자 보지도 못하지만 누군가 같이만 봐 준다면 벌벌 떨면서도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즐기는 타입입니다. 그러나 유난히 우리 공포 영화가 많이 개봉되었던 지난 여름엔 단 한편의 공포 영화도 극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태교에 좋지않다는 구피의 불평 한마디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장화, 홍련], [여고괴담 3 - 여우계단], [4인용 식탁], [거울속으로] 등 보고 싶었던 우리 공포 영화를 모두 극장에서 놓치고 말았으며, 그 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영화는 바로 [장화, 홍련]이었습니다. 제작초부터 워낙에 기대했던 영화인데다가 폭발적인 흥행과 마지막 반전을 두고 벌어진 설전 등... 이 영화는 지난 여름내내 공포 영화를 볼 수 없었던 제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스산한 가을의 주말 저녁, 비디오로 보게된 [장화, 홍련]은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만큼 매혹적인 공포 영화였습니다. 지금까지 제게 우리 공포 영화중에서 최고작으로 꼽혔던 [가위]와 비교할만한 공포를 [장화, 홍련]은 지니고 있었던 겁니다.
[장화, 홍련]의 공포는 바로 죄책감입니다. 다른 공포 영화들이 무시무시한 살인마나 섬뜩한 귀신을 등장시켜 영화속 공포를 표현했던데반에 [장화, 홍련]은 외형적으로는 그러한 다른 공포 영화들의 공식을 따르는듯 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진짜 공포인 죄책감을 내놓음으로써 관객들을 더욱 섬뜩하게 만듭니다.  
"너 있지, 정말 무서운게 뭔지 아니. 잊고 싶은 게 있는데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잊혀지지가 않는거야. 평생 따라다니는거야." 라는 은주(염정아)의 영화속 대사는 이 영화의 공포의 근원을 확실하게 밝힙니다. 공포 영화라면 단지 귀신을 생각하며 언제 귀신이 나올지 조마조마하게 영화를 봤던 저는 이 영화의 공포가 귀신이 아닌 수미(임수정)의 죄책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느껴지던 안타까운 슬픔과 섬뜩한 공포는 김지운 감독이 드디어 공포 영화의 대가가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슬픈 공포... 이것이 정말 가능한줄은 몰랐습니다. [장화, 홍련]을 보기 전에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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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천사
저도 이 영화는 극장에서 사람 많은 주말에 봤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오프닝씬부터가 공포물이구나 하는것을 느끼게 해줄만큼 좋았고,
마지막 반전도 참 좋았는데..
지금도 궁금한것은...제목이 왜 [장화, 홍련]인지...
 2005/04/15   
쭈니 네 저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못본게 아쉬웠답니다.
아마 이 영화의 제목이 [장화 홍련]인 이유는 고전 설화 [장화 홍련전]을 토대로 아이디어가 발전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그리고 계모의 계략이라는 원전의 설정에 몰입한 나머지 마지막 반전에 속았으니 반전을 위해 완벽한 눈속임을 위한 장치가 되기도 했고요. ^^
 200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