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3년 아짧평

[네스트] - 코미디라는 기름끼를 쫙 뺀 담백한 프랑스 액션 영화.

쭈니-1 2009. 12. 10. 16:39

 

 



유럽 전역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는 [블리트]에 너무나도 큰 실망을 한 저는 결국 프랑스 액션 영화는 아직 멀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답니다. 헐리우드를 뛰어넘겠다며 자신만만하게 포부를 밝혔던 프랑스 액션 영화들은 [택시]의 영향으로 액션과 코미디를 섞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프랑스식 오버 코미디 액션은 결국 자국(혹은 유럽)에서는 인기를 끌어냈을지는 몰라도 헐리우드 액션 영화처럼 전 세계적인 흥행은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네스트]는 다릅니다. 한적한 공단 창고에서 5인조 좀도둑들과 프랑스 최정예 특수요원이 힘을 합쳐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치는 알바니아 마피아단과 맞서 싸운다는 이 영화에는 그 어디에도 코미디적인 요소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많다보니 그 중 한명쯤은 멍청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벌일만도 하지만 이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비장하게 영화의 캐릭터들을 잡아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프랑스 액션 영화라고 하기엔 조금은 낯설읍니다. 오히려 이 영화를 가만히 보고있으면 요즘은 거의 멸종한듯이 보이는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엄청난 물량공세와 캐릭터들의 비장한 최후까지...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인 플로랑 에밀리오 시리는 오우삼 감독의 열혈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전세계 영화팬들을 흥분시킬 스타의 부재와 어마어마한 힘과 권력을 가진 알바니아 마피아단의 두목이 기껏 여성 강간범이라는 설정과 무슨 바퀴벌레떼처럼 밀려오며 죽여도 죽여도 끝이없던 알바니아 마피아단이 겨우 푹파 하나로 말끔히 처치되는 상황까지...
[택시]의 히로인 사미 나세리가 좀더 맹활약을 해줬으면하는 아쉬움과 [양들의 침묵]의 하니발 렉터 박사처럼 보이던 알바니아 마피아단 두목 아베딘이 영화의 중반이후 급속도로 망가짐으로써 영화의 긴장감을 흐트러뜨린 것. 그리고 한껏 벌여놓고 서둘러 한방에 끝내버린 어이없는 라스트는 아직 프랑스 액션 영화가 많이 다듬어야 할 점입니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짜증나는 느끼한 기름을 쫙 빼고 오랜만에 전통 액션으로 정정당당하게 관객앞에 서는 이 영화를 보니 '프랑스 액션 영화는 아직 멀었다'라는 [블리트]를 보고난 후의 제 결론이 섣불렀음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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