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모리즈 - 기억에 대한 공포...
[메모리즈]는 요즘 [장화, 홍련]이라는 공포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감독 데뷰작인 [조용한 가족]에서 공포와 웃음의 이상한 어울림을 관객에게 체험하게끔 합니다. 하지만 두번째 영화인 [반칙왕]에서는 공포가 없애고 웃음만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그의 장기가 공포가 아닌 웃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생각을 비웃듯이 김지운 감독은 [메모리즈]를 통해서 웃음을 없앤 공포를 선보임으로써 잠시 저를 혼돈에 빠지게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장화, 홍련]에 이르러서 자신의 장기가 웃음보다는 공포라는 것을 확실하게 관객드에게 인식시키기는 했지만...)
[메모리즈]는 확실히 공포라는 영화의 장르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아직 [장화, 홍련]을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이 영화가 [장화, 홍련]과 상당한 부분을 맞닿아있다는 느낌도 제게 전해 주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쓸 [장화, 홍련]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혹은 이 영화를 본 친구들에게서 줏어 들은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
[메모리즈]는 공포를 가족이라는 가장 안전해야할 집단체에서부터 얻어냅니다. 그것은 [조용한 가족]에서도 그랬고 [장화, 홍련]에서도 그랬습니다. 단지 [조용한 가족]은 가족이라는 집단체가 함께 어쩔수없는 공포에 맞서며 벌어지는 사건을 코믹하게 그렸다면 [메모리즈]와 [장화, 홍련]은 가족안에 내제된 숨겨진 공포가 표출되며 관객을 두려움에 빠뜨립니다.
[메모리즈]가 [장화, 홍련]과 비슷한 것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뿐만이 아닙니다. 상실된 기억 혹은 변조된 기억과 그 기억의 진실에 점차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서 소름돋치는 공포를 전해주는 것이라던가 사운드와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을 통해서 관객의 비명을 자아내는 것까지...
[메모리즈]를 보며 느낀 것은 어쩌면 김지운 감독이 [장화, 홍련]을 만들기위한 예행 연습으로 [메모리즈]라는 단편을 만든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 휠 - 저주에 대한 공포...
우리에겐 생소한 태국 영화인 휠은 태국의 전통 인형극을 소재로 한 저주에 대한 공포 영화입니다. 솔직히 제게 태국 영화는 너무 생소해서인지(태국 영화는 [잔다라]를 본 것이 전부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잔다라]의 감독이 [휠]의 감독인 논지 니미부트르이군요.) 이 영화는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이국적이라는 생각만이 들더군요.
인형의 저주에 의해 인형 극단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며 태국 사람들은 저런것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 지더군요. 암튼 공포에 대한 생각은 역시 사람들마다 다른건가 봅니다.
3. 고잉 홈 - 집착에 대한 공포...
여명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내세운 [고잉 홈]은 솔직히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슬픈 멜로 영화에 가깝습니다. 죽은 아내를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동안이나 아내의 시체를 소중히 간직했던 한 한의사 페이의 이야기는 [쓰리]의 3편의 영화중에서 가장 공포 영화답지 않습니다.
[메모리즈]처럼 노골적으로 귀신이 등장하며 관객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지도 않고, [휠]처럼 막무가내로 등장인물들을 죽음의 늪속으로 몰아넣지도 않습니다. 단지 아내를 살릴 수 있다는 한 남자의 슬픈 집착을 보여줍니다. 단지 이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경찰 웨이의 실종된 아들 청을 등장시킴으로써 시종일관 관객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오류를 범합니다. '도대체 청'은 어디로 왜 사라진걸까?' 이러한 질문은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쉽게 풀리지 않으며 결국 영화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고 맙니다.
한국, 태국, 홍콩의 이 세가지 공포 단편 영화들은 아시아라는 같은 공간에 사는 우리들이 공포에 대해서 얼마나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냅니다. 결국 제겐 [메모리즈]만 무서웠고, [휠]과 [고잉 홈]은 별로 안무서웠지만 어쩌면 태국에선 [휠]만이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이며, 홍콩에선 [고잉 홈]만이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역시 공포라는 감정은 미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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