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3년 아짧평

[폰 부스] - 래리 코언은 히치콕과의 내기에서 결코 이기지 못했다.

쭈니-1 2009. 12. 10. 16:26

 



20년전 헐리우드의 유명 극작가 래리 코언은 스릴러 영화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과 내기를 했습니다. 어떻게하면 한정된 공간인 전화박스 안에서 진행되는 영화를 누가 더 잘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결국 20년만에 래리 코언은 히치콕과의 약속을 지켜냈고 조엘 슈마허와 콜린 파웰에 의해서 결국 영화화 되었습니다.
[폰 부스]는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비평가들에게도 좋은 평을 얻어내며 상업적으로 그리고 비평적으로도 성공을 한 스릴러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만큼 깐깐하게 스릴러 영화를 보는 제겐 [폰 부스]는 그리 성공적인 영화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래리 코언이 히치콕과의 내기 내용이 '전화박스에서만 진행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였다면 그는 내기에서 이긴 셈이지만 '전화박스에서만 진행되는 영화에 스릴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가 내기 내용이라면 래리 코언은 결코 히치콕과의 내기에서 이기지 못한 겁니다. 최소한 제겐... 전 결코 이 영화에서 스릴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가 우연히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고 그 곳에서 정체불명의 저격수에게 위협을 당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를 살인범으로 오인한 경찰들은 그를 에워싸고 저격수는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와 애인에게까지 위협을 가합니다.
영화의 내용이 이쯤되면 관객들은 영화와 게임을 벌일 준비를 합니다. '그 저격수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그를 그런 어처구니없는 위협속에 빠뜨리는가?' 스릴러 영화는 감독과 관객간의 두뇌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저 역시도 흥미진진하게 이 게임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관객들과 게임을 벌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지 관객들 스스로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공중전화 박스에 갇혀 정체불명의 저격수의 위협을 느껴보라는 겁니다. 결국 영화와 게임을 하려했던 저는 난데없이 공중전화박스에 갇혀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협에 빠지는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그런 위협을 당하는 이유가 겨우 양다리를 걸쳤기 때문이라면 이 부당한 위협은 더더욱이 기분이 나빠집니다. 별 이유없이 정체불명의 타인에게 당하는 폭력은 영화속의 간접 체험일지라도 결코 제겐 기분이 좋은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제게 준 것은 스릴이 아니고 정체불명의 타인에게 당하는 폭력에 대한 간접체험뿐이었습니다. 유명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서 입에 담지 못한 욕을 해대며 남을 비방하는 그런 글을 봤을 때의 그 기분 나쁜 감정... 그것이 바로 [폰 부스]에서 정체모를 저격수에게 위협을 받는 주인공을 보며 간접 경험을 통해 제가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그건 결코 스릴과 거리가 먼 것이며 그렇다면 래리 코언은 히치콕과의 내기에서 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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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좋은지적입니다.
저도 그걸 꽤 느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극적인 맛과 몰입감은 잘살렸다고 봅니다.
불쾌감을 느낄정도의 몰입이랄까요?
음..좀 아쉬움이 남는것도 사실이구요(좋은소재이니)
장르적으로 꼭 구분을 하자면 스릴러는 빼야할거 같습니다^^
서스펜스드라마라고 해야 하나..그냥 액션이라 해야 하나..애매합니다.

하지만 분명 의도적인 짧은상영시간과 숨가쁜 연출 그리고 빠른 템포.
정신없는 와중에도 놓칠수 없게 만든 몰입감.

이점을 너무나 잘살린 감독과 배우에게..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합니다.
 2003/06/18   
아랑
아주짧긴 모가 짧아요~~ ^^;  2003/06/19   
쭈니 일단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이 이 영화를 이렇게 실망하게 하네요.
애초에 이 영화가 스릴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리고 아랑님... 이 정도면 엄청 짧죠.
'영화 이야기'쓰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대략 2시간이 넘게듭니다.
하지만 '아짧평'은 정확하게 20분에서 30분 정도면 씁니다.
요즘처럼 영화 볼 시간조차 없는 제겐 그래서 '아짧평'이 상당히 유리합니다.
물론 제 생각을 체계적으로 쓰지 못하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서 '영화 이야기'에 비해서 그 품질은 떨어지지만... ^^
 2003/06/19   
오래전 봤던영화라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그 당시 몇 안돼는 재미있었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
쓰지 말껄 그랬나요 ^^;;;;
 2006/06/22   
쭈니 아뇨.
쓰시길 잘하셨습니다.
덕분에 2년만에 덧글을 발견하는 기쁨을 제게 안겨주셨으니... ^^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