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프롬 헤븐]이라는 영화는 정말로 이상한 영화입니다. 처음 이 영화의 정보를 접했을때 주연배우가 줄리안 무어인 만큼 제겐 약간은 따분한 예술성 짙은 영화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줄리안 무어라는 배우는 [디 아워스]의 배우로 제게 인식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읽은 후에는 제가 전쟁 영화 다음으로 싫어하는 동성애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남편의 동성애에 방황하는 미국 중산층의 여자... 이것이 제가 생각한 이 영화의 스토리인 겁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들이 맞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리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줄리안 무어라는 배우만 놓고본다면 [디 아워스]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겉보기에는 행복해보이는 50년대 미국 중산층 여성이 점차 자아를 찾아가며 느끼는 상실감...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줄리안 무어의 모습에서 [디 아워스]의 모습이 자꾸 겹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는 [디 아워스]에서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줄리안 무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디 아워스]와 다릅니다. [디 아워스]에서는 영화의 축이 니콜 키드만과 메릴 스트립과 나누어져 있기때문에 줄리안 무어의 비중은 비교적 작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니콜 키드만의 완벽한 분장과 메릴 스트립과 에드 해리스의 커플 연기가 워낙 강력해서 미처 줄리안 무어에게까지 눈길을 돌릴 틈이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파 프롬 헤븐]에서 줄리안 무어는 거의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그녀의 연기가 결코 니콜 키드만과 메릴 스트립과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줄리안 무어의 소름끼칠 정도로 리얼한 연기... 그것이 이 영화가 [디 아워스]와 같으면서도 다른 점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표면적인 스토리 라인만 놓고본다면 분명 동성애 영화입니다. 극중 캐시(줄리안 무어)의 완벽한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남편인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의 동성애 현장을 보고나서부터이니 분명 동성애는 이 영화의 중요한 코드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동성애 영화가 아닙니다. 단지 세상의 편견을 표현하기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남편의 남자에 대한 사랑을 정신적인 병으로 여기며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보이던 캐시는 50년대라는 당시의 상황으로는 용납이 될 수 없었던 흑인 정원사에게 사랑을 느끼며 세상의 편견에 홀로 맞서게 됩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세상의 편견이 행복을 찾는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천국보다 먼 불행의 공간으로 이끌어가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우리 개인적인 잣대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짓밟지 말라고...그것이 동성애이던... 흑인과 백인간의 사랑이던... 과연 우리에게 그들의 행복을 짖밟을 권리가 있냐고...
암튼 이 영화는 줄리안 무어의 연기와 차근히 풀어나가면서도 결코 영화적인 재미를 잃지 않는 스토리, 그리고 영화를 본다음에 진하게 남는 여운등을 제게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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