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3년 아짧평

[스웹트 어웨이] - 골든래즈베리를 휩쓸만 하다.

쭈니-1 2009. 12. 10. 14:23

 

 



매년 아카데미 시즌에 맞춰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래즈베리 영화제. 올해에는 가이 리치와 마돈나 부부가 각각 감독과 주연을 맡은 [스웹트 어웨이]가 중요부문을 휩쓰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마돈나라면 골든래즈베리가 실베스타 스탤론과 함께 특별히 아끼는(?) 배우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라는 상상력이 철철 넘치는 영화를 연출함으로써 단숨에 영국 영화계의 희망으로 떠오른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가 이러한 불명예를 떠안다니... 이건 왠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고등학교때 배웠던 경제 용어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한마디로 마돈나라는 최악의 여배우가 가이 리치라는 최고의 감독을 만남으로써 마돈나가 최고의 여배우로 떠오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이 리치가 최악의 감독으로 추락했다는 겁니다. 암튼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정말로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인지 정말로 궁금해 지더군요.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그 상상력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이 영화는 미국의 콧대높은 귀부인 엠버(마돈나)가 휴가 도중 자신이 그토록 멸시하고 무시했던 이탈리아의 선원 주세페(아드리아노 지아니니)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됨으로써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반부엔 엠버에게 사정없이 무시당하는 주세페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중반부엔 무인도에서 상황이 역전된 주세페와 엠버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려 합니다. 그러다 후반부엔 주세페와 엠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삽입함으로써 감동을 이끄러 내려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느것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우선 영화의 전반부... 엠버는 이유없이 짜증을 내며 시종일관 불평불만을 터트립니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 이유없이 주세페를 괴롭힙니다. 이러한 엠버의 모습을 보면서 엠버라는 캐릭터가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제가 옆에 있었다면 실컷 때려주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만약 가이 리치의 의도가 관객들로 하여금 엠버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마돈나를 싫어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것이 아니라면 이 영화의 전반부는 한마디로 '짜증이 난다'라는 말로 요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최악입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가서 상황이 역전된 주세페와 엠버의 관계에 아주 잠깐동안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세페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못하기에 그러한 카타르시스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결국 주세페가 엠버에게 하는 짓이라고는 엠버가 영화의 초반 주세페에게 했던 짜증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이 영화의 최악은 바로 주세페와 엠버가 사랑에 빠지는 후반부입니다. 주세페와 엠버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티격태격하던 두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어넣었으니 영화가 유치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게다가 두사람이 구조된 이후엔 왠 가슴아픈 멜로 영화의 분위기가...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러나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가이 리치와 마돈나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랑이 보였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이탈리아 어부인 주세페와 부자이지만 불행한 미국인 갑부 엠버의 관계처럼... 돈은 없지만 재능은 있는 영국인 풋내기 감독 가이 리치와 돈은 많지만 배우로써 재능은 없는 미국인 만능엔터테이너 마돈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더군요.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처럼 가이 리치와 마돈나도 어쩔수없이 헤어지는 것은 아닌지... 괜히 잘 살고 있는 부부를 갈라놓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가이 리치 감독이 마돈나와 살면서 계속 이따위 어이없는 영화나 만든다면 차라리 그의 상상력이 더 바닥나기전에 마돈나와 헤어지는 것을 권유하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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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
우아.. 들어본중에 최고의 악평이예요..  2003/04/25   
쭈니 저도 이렇게까지 악평을 쏟아봇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너무나도 실망한 영화라서...  2003/04/25   
워니형
저랑 와이프는 이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가이리치 감독의 다른 영화와는 확실히 다르지만 또다른 매력이 있던데요 ㅎㅎ  2007/09/15   
쭈니 그렇군요.
각자의 취향탓으로 이해해주세요.
부디 재미있게본 영화를 악평햇다고 절 미워하시지 마시길... ^^;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