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십대 섹스 코미디 [아메리칸 파이], 우리나라의 십대 섹스 코미디 [몽정기]와 동시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독일의 십대 섹스 코미디 [팬티속의 개미]는 전편의 공전의 히트와 함께 속편이 만들어 짐으로써 [아메리칸 파이 2]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티속의 개미 2]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와 [몽정기]에 상당히 우호적인 제게는 왠지 기분 나쁜 영화였습니다. (전편인 [팬티속의 개미]는 너무 재미없어서 어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십대 섹스 코미디에 우호적인 제가 [팬티속의 개미 2]에게만은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와 [몽정기]의 주인공들이 십대에 걸맞은 순수한 성적 호기심을 지니고 있는 반면 [팬티속의 개미 2]의 주인공인 플로리안과 레드는 십대답지않은 음흉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적 자극성이 가장 약했던 [몽정기]의 주인공들의 경우... 그들의 성적 호기심은 상상력에만 의존되어 있습니다. 80년대를 주무대로 한 영화적인 배경 탓과 섹스에 관한한 결코 관대하지 않는 국내의 인식 탓도 있지만 그러한 순수함이 있기에 [몽정기]는 섹스 코미디라는 장르의 한계를 딛고 관객들의 환호를 얻어 낼 수 있었습니다.
십대 섹스 코미디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라고 평가받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인공들의 성적 호기심을 순수하게 그려냄으로써 미국의 십대 섹스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제게도 신선한 재미를 안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팬티속의 개미 2]의 주인공들은 전혀 순수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플로리안은 자신의 내적 음흉함을 팬티속에서 말을 거는 거시기의 탓으로 돌리고 정작 자신은 순수한 척 가면을 씁니다. '자신은 하기 싫은데 팬티속의 거시기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플로리안이 자행하는 음흉한 행위는 선생님의 뒤에서 가슴 만지기와 짝사랑하던 마야에게 흥분제인 굴가루를 먹이고 알레르기로 쓰러진 마야의 가슴을 몰래 주무르기 등이 있습니다. 플로리안은 그 멍청한 얼굴로 이 말도 안되는 행위를 자행하면서도 이것이 전부 팬티속의 거시기 탓이라고 우깁니다. 특히 마야가 해조류 알레르기로 실신하자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는 커녕 그녀가 입원한 침대에서 정신을 잃은 마야의 가슴을 주무르는 행위는 음흉함을 떠나 인간으로써의 최악의 행위로 보입니다.
이렇게 순수함을 잃은 십대 음흉아 플로리안은 그러나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한 마야를 연인으로 맞아들이며 영화의 끝을 맺습니다. 플로리안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그를 미워하다가 그가 마지막에 너무나도 큰 선물을 받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정말로 플로리안같은 변태적인 녀석에겐 마야같은 천사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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