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이 투 마마>- 시시각각 느낌이 변하는...

쭈니-1 2009. 12. 8. 15:09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주연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디에고 루나, 마라벨 베르뒤
개봉 : 2002년 9월 6일

<이 투 마마>라는 이상한 제목의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때 저의 첫 느낌은 지루한 멕시코 영화라는 것입니다. 멕시코 영화를 자주 접하지 못했기에 왠지 멕시코 영화는 지루할것이라는 선입견이 절 지배했었죠.
그러다가 이 영화의 감독이 <위대한 유산>의 알폰소 쿠아론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땐 <위대한 유산>같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영화일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공녀>와 <위대한 유산>처럼 유명한 원작 소설을 아름다운 영화로 만드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그였기에 <이 투 마마> 역시 아름답고 품격이 높은 고급 드라마일것이라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2001년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과 마르셀로 마스트로이아니 상을 수상한 경력까지 덧붙여져 이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이러한 제 생각을 비웃듯 전혀 품격과는 거리가 먼듯 보였습니다. 두 소년과 한 유부녀의 여행을 통한 직접적인 성적 담론이 영화의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땐 전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도저히 영화 외적인 정보만으로는 이 영화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전 두눈으로 직접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기전부터 절 혼란에 빠지게 했던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있는 그 순간에도 영화의 느낌이 시시각각달라 절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분명 처음엔 생기발랄한 10대 소년의 발칙한 성적 상상력을 다룬 영화인듯 보이다가, 이들이 여행을 시작했을땐 성적 금기를 깨는 야한 성인 영화처럼 느껴지더니, 여행이 진행되면서는 암울한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을 은근히 묘사하는 정치 영화같기도 하고, 마지막엔 짙은 여운이 남는 성장 영화로 마무리하더군요.
정말로 이렇게 시시각각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를 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절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영화는 다짜고짜 테녹(디에고 루나)과 아나의 질펀한 섹스씬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곤 곧바로 훌리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세실리아의 발칙한 섹스씬으로 이어집니다. 이렇듯 처음부터 야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10대의 주체할 수 없는 성적 흥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테녹과 훌리오의 성적 호기심이 가득 묻어있는 대화가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더니 급기야 테녹과 훌리오의 수영장에서의 자위씬에 이르를때면 마치 이 영화는 <아케리칸 파이>보다는 조금은 진지하면서도 직접적인 10대의 섹스 코미디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는 테녹과 훌리오가 남편의 외도로 슬픔에 빠진 루이자(마라벨 베르뒤)라는 유부녀를 만나 '천국의 입'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해변가를 찾아가는 그 순간까지 계속됩니다.
이때쯤되면 핀(에단 호크)과 에스텔라(기네스 팰트로우)의 사랑을 직접적이지않고 신비롭게만 그렸던 <위대한 유산>식의 아름답고 품격높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알폰소 쿠이론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품격높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에 충만되어 있던 저는 슬슬 그에 대해서 실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그가 하려던 이야기가 고작 10대들의 야한 성적 농담이란 말인가?'
이제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야한 장면에 대한 성적인 호기심만이 남아있을때쯤 루이자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첫 시작에서 보여주었던 그 직접적인 섹스 장면에 대한 강한 인상은 루이자의 등장으로 테녹과 훌리오 그리고 루이자로 연결되는 야한 장면들에 대한 가벼운 기대감으로 절 사로잡았죠.  
하지만 영화의 중반에 펼쳐지는 야한 장면들은 이상하게도 영화 초반의 그 직접적인 장면들보다는 강도가 약합니다. 결국 품격높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저는 야한 장면들에 대한 성적인 기대감마저 영화 중반에 무너져버린 겁니다. '도대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하는 것일까?'


 

 

      
'결국 이 영화의 야한 장면들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위한 장치에 불과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사로잡힐때쯤 한가지 제가 간과했던 것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영화의 나래이션입니다. 필요이상으로 테녹과 훌리오의 집안 사정을 친절하게 설명하던 이 영화의 나래이션은 테녹 일행의 여행이 시작되는 동안에도 영화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보이는 멕시코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을 친절하게 관객에게 설명해 줍니다.
멕시코라는 낯설은 나라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저는 결국 영화의 나래이션은 무시한채 야한 장면들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아챘을때에도 역시 알폰소 쿠이론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혹은 알폰소 쿠이론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저 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은 영화를 보는 내내 성가시기만 합니다. 그만큼 영화의 야한 코드는 영화의 초반부터 너무나도 강력했습니다.
결국 알폰소 쿠이론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던 상관없이 이 영화에 바랬던 기대감이 하나, 둘씩 무너졌던 저에게 이 영화는 단지 짜증나는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제 짜증을 부채질하는 것은 루이자라는 캐릭터였습니다.
남편의 외도때문에 화가난 그녀는 섹스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찬 철없는 10대 소년들을 꼬셔서 그들의 여행에 동참합니다. 뭐 솔직히 거기까지는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지만 남편과의 통화에 울음을 터뜨리는 한편 테녹과 훌리오를 차례로 유혹하며 그들을 자신의 성적인 노리개로 이용하는 그녀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결국 그녀는 제가 보기엔 영화의 야한 장면을 위해 아무 의미없이 등장한 그저 그런 쓰레기같은 캐릭터에 불과했던 겁니다. 물론 영화의 중반까지는...


 

 

  
품격있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야한 장면에 대한 원초적인 기대감마저 무너지고, 나래이션의 알 수 없는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과 루이자라는 캐릭터의 이해되지 않은 행동에 짜증이 나있던 제게 이 영화가 꺼내든 마지막 히든 카드는 바로 테녹과 훌리오, 루이자가 술에 취해서 벌이는 트리플 섹스씬입니다.
하지만 이미 야한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후였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그 문제의 장면은 단지 제겐 알폰소 쿠이론 감독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일뿐이었습니다.
이렇듯 영화가 끝날때쯤까지 제가 가졌던 이 영화의 기대감을 그 무엇도 채워주지 못한채 그저 어정쩡한 섹스 드라마로 끝을 맺을듯 보였던 이 영화는 그러나 '천국의 입'으로의 여행이후 서로 서먹서먹해진 테녹과 훌리오가 다시 만나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르면 무언가 알수없는 여운을 남겨 줍니다.
루이자의 죽음과 걷잡을 수 없는 섹스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어른으로 성장하여 각자의 길을 걷게되는 테녹과 훌리오의 그 쓸쓸한 뒷모습은 영화 초반의 그 활기찬 장면들과 어찌도 그리 상반되던지...
영화가 끝나고 제게 남은 것은 '도대체 천국의 입으로의 여행이 남겨준 성장의 그늘이 왜 그들을 그리도 쓸쓸하게 만든 것일까?'라는 질문입니다. 분명 성적인 호기심에 가득차 활기차게 시작된 그들의 여행은 결국 환상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그들에게 현실의 각박한 세계로 안내한 겁니다.
단순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루이자는 그 환상으로의 여행이후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성장의 시발점앞에서 '천국의 입'으로의 여행을 맞이하게 된 테녹과 홀리오는 여행이후 어른이되어야 한다는 그 쓸쓸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단지 지루하게만 보았던 이 영화가 마지막에 가서 이런 쓸쓸한 여운을 제게 남겨줄지 정말로 상상도 못했기에 그 여운은 꽤 오래 지속되더군요.  


 

 

 




인연이
이런 영화였구나... 난 접때 대충 보고 로맨슨줄 알았는뎅~  2002/09/06   

쭈니
대충??? 보긴 봤나봐...
보다가 포기했었니??? 지루해서???
 2002/09/06    

인연이
영화를 본게 아니라 그냥 영화싸이트에서 내용만 대출 봤오...  2002/09/07   

쭈니
그랬구나. ^^  200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