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저 캠블
주연 : 카메론 디아즈, 토마스 제인, 셀마 블레어,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개봉 : 2002년 8월 23일
<피너츠 송>...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흥행작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살짝 변형시킨 뻔뻔스러운 영화입니다.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와 너무 뻔한 스토리 전개, 그리고 몇몇 유치한 장면들... 만약 카메론 디아즈만 이 영화에 없었다면 전 이 영화에 대해 결코 좋은 시선을 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영화엔 카메론 디아즈가 나옵니다.
저는 카메론 디아즈의 열렬한 팬입니다.(사실 모든 예쁜 여배우의 팬입니다. ^^;) 그녀의 귀여운 미소는 단 한번도 절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엽기적으로 나온 <베리 배드 씽>과 <존 말코비치 되기>나, 그녀가 악역으로 나왔던 <애니 기븐 선데이>, <바닐라 스카이>에서조차 그녀는 여전히 예뻤습니다.
솔직히 <피너츠 송>이라는 영화만을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아주 흔하디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속에 화장실 유머를 살짝 끼워넣은 조금은 유치한 로맨틱 섹스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로저 캠블은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만큼은 아주 확실하게 잡아내고 있더군요. 그는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이 무엇이며, 관객이 원하는 카메론 디아즈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아주 확실하게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른 로맨틱 섹스 코미디들과 차별화를 가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만으로 영화의 재미를 완성해 나갑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사람이란 참 간사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고해서 영화에 대한 느낌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을 보니... (아니 저만 그런가요??? ^^;)
<피너츠 송>은 처음부터 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한 크리스티나의 매력을 부각시킵니다.
영화의 오프닝씬... 여러 남자들이 나와 크리스티나에 대해 회상합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그녀는 매혹적이었지만 자기 자신에게 상처만 남겨주었다고...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섹시한 옷을 입고 섹시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거리를 걷고 있는 크리스티나의 모습을 잡아냅니다. 이는 마치 로저 캠블 감독이 관객들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크리스티나의 매력에 빠져듭니다.'라고...
이렇게해서 크리스티나의 매력에 빠져든 관객들은 섹시한 크리스티나의 유쾌한 사랑 찾기 소동의 참관자가 됩니다. 하지만 감독의 그러한 최면에 걸리지 않는 관객이라면 그저 그런 뻔한 섹스 코미디의 진행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히 큽니다.
처음 이 영화가 꺼내든 크리스티나의 매력은 바로 섹시함입니다. 물론 크리스티나의 친구들로 나온 제인(셀마 블레어)이나 코트니(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의 섹시함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제인은 너무 맹해보이고, 코트니는 너무 헤프게보입니다. 그런면에서 크리스티나의 섹시함은 단연 돋보입니다.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축축한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노출을 통하여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카메론 디아즈의 속옷 패션이 나오긴 하지만 다른 섹스 코미디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 너무나도 섹시합니다.
그녀의 데뷰작인 <마스크>에서 마스크를 쓴 스탠리 입스키(짐 캐리)의 혀가 탁자에 늘어지고, 곧바로 늑대로 변할 만큼 싱싱한 젊음이 돋보이는 섹시함은 아니지만, 오랜 연기 생활동안 나름대로 쌓아놓은 그 노련한(?) 섹시함을 이 영화에선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카메론 디아즈의 섹시함에 빠진 관객을 위해 그 다음에 준비한 감독의 선물은 바로 화장실 엽기 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카메론 디아즈의 전공분야입니다.
만약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없었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정액을 무스로 착각하고 머리에 바르는 메리의 엽기적인 행동이 그토록 사랑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처럼 카메론 디아즈는 화장실 엽기 코미디에도 그녀만의 톡톡튀는 매력을 잘 부각시키며 재미를 살려냅니다.
그리고 <피너츠 송>에서 그녀의 그러한 매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됩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정액 무스씬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화장실 코미디가 테드(벤 스틸러)에 의하여 자행된것이라면 이 영화에선 상당 부분이 그녀의 몫입니다.
나이트장에서 피터라는 매력적인 남자와 만난 후 꾸는 몽정씬과 코트니와 함께 피터를 찾아 떠나며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은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과 맞물려 관객들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코트니와의 여행도중 남자 화장실에서 벌어진 그 엽기적인 장면은 분명 정액 무스를 넘어서는 최고의 화장실 코미디일겁니다.
물론 크리스티나 외에도 그녀의 친구들인 코트니와 제인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특히 거대한 남성의 그것이 제인의 입에 끼어서 119 소방대원이 출동하는 장면들은 정말 화장실 코미디가 이런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더군요.
이렇듯 카메론 디아즈의 섹시함을 내세운 화장실 코미디로 영화의 재미를 잡아낸 로저 캠블 감독은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한 듯 그녀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들을 상당부분 이 영화에 삽입시킵니다.
분명 카메론 디아즈는 노래하고 춤출때 가장 매력적입니다.
<마스크>에서 그녀의 섹시한 춤과 노래는 그녀를 그저그런 금발머리 미녀에서 스타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그녀가 아직 풋내기였을때 대스타인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출연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그녀가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가라오케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처절한 노래의 매력 덕분이었습니다.
대니 보일감독의 흥행 실패작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이완 맥그리거와 카메론 디아즈가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이었으며, 매력적인 액션 영화 <미녀 삼총사>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장면은 그녀가 나이트장에서 엉망진창으로 춤을 추며 혼자 즐거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처럼 그녀는 노래하며 춤출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비록 그것이 어리숙 할지라도...
그런데 <피너츠 송>은 카메론 디아즈의 노래와 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이트에서 추는 그 섹시한 춤을 비롯하여 한 중국 음식점에서 부르는 그 낯뜨거운 노래까지도... 결코 카메론 디아즈가 아니면 소화해 낼 수 없는 매력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엔 널려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카메론 디아즈를 너무 좋아하기에... 그리고 이 영화가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을 너무나도 잘 포착해냈기에 조금 오버한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카메론 디아즈의 팬이라면 이 영화는 카메론 디아즈를 위한 종합 선물세트같은 영화입니다.
물론 적당히 섹시한 장면들과 낯뜨거운 화장실 유머, 그리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관객들을 유혹하기는 하지만 제 입장에서 본다면 만약 카메론 디아즈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그저 그런 평범함으로 파묻혔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