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인썸니아>- 모호한 피곤함에 빠져...

쭈니-1 2009. 12. 8. 15:03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알 파치노, 로빈 윌리암스, 힐러리 스웽크
개봉 : 2002년 8월 15일

8월 14일은 친한 대학 후배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이 광복절 전날이기에 기억하기 싫어도 어쩔수없이 기억하게 된 저는 그러나 그날은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다닐때도 남자 선배들 사이에서 인기캡이었던 그녀이기에 당연히 생일을 함께 해줄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한 거죠. 하지만 그 다음날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녀는 생일날 혼자 쓸쓸하게 집에서 보냈다고 하더군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결국 그녀의 생일이 하루지난 8월 15일,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여 주기위해 만났습니다. 거참 어색하더군요. 꽃다발을 안겨줄수도 없고, 선물을 무얼 사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고민끝에 그냥 맛있는 거나 사주자는 생각에 빈 손으로 나갔죠.
"뭐 먹고 싶어?" (그래도 생일인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야지잉~)
"보쌈..." (어허~ 생일날 보쌈이라... 하지만 뭐... 덕분에 돈은 덜드겠네.)
"선물 준비못했는데... 미안해." (보쌈으로 만족해라!)
"아냐 괜찮아. 이젠 그런거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뭐 쬐금 섭섭하네." (이거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물 달라는 이야기 같은데...)
"뭐 가지고 싶어? 다 사줄께." (설마 비싼거 사달라고는 안하겠지...)
"목걸이..." (이런... ^^;)
연인 사이도 아니고 단지 선후배 사이인데 목걸이를 사줘도 되는 건지... 하지만 그녀가 갖고 싶다고 하니... 게다가 전 술김에 다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결국 전 그녀에게 탄생석이 박힌 목걸이를 선물해 줬습니다.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 하지만 늘어만 가는 내 카드빚... ^^;
다음부턴 절대 후배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으렵니다. 그리고 이번 내 생일엔 기필코 비싼 선물을 받아내고야 말겁니다. (그래도 그녀가 좋아하니 선물해준 보람은 있더군요. ^^)
그날 집으로 돌아와 카드빚을 잊어버리기 위해 본 영화가 <인썸니아>입니다. ^^;


 

 

  
<인썸니아>라는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주연을 맡은 알 파치노나 로빈 윌리암스가 아닙니다. 제작을 맡은 조지 클루니나 스티븐 소더버그는 더더욱 아니죠. 헐리우드의 스타급 감독과 배우들인 그들의 이름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일겁니다. 아니 좀더 자세히 말한다면 그의 연출작인 <메멘토>일겁니다.
그만큼 <메멘토>는 놀라운 영화였죠. 그러고보니 작년 여름 <메멘토>를 봤을때가 기억나는 군요. 연일 계속되는 매스컴의 극찬과 '엄청난 두뇌싸움'이라는 광고 카피에 매료되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비장함을 품고 두 눈 부릎뜨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답니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영화의 특이한 설정때문에 지난 장면들을 기억해내 다음 장면들과 끼워 맞춰가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지지않기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었죠.
그리고 극장을 나왔을땐 뿌듯하게 웃음을 지으며 나왔었죠. '난 다 이해했다.'라고 자신있게 외치며... 하지만 <메멘토>의 진짜 재미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장면들을 끼워맞춰가는 그 순간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영화를 다 보고난후 정말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되는 그 순간부터입니다.
마치 영화속 주인공인 레너드(가이 피어스)처럼 전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듯 이 영화의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분명 극장을 나왔을때는 '전부 이해했다.'는 뿌듯함속에서 나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 것인지 점차 모호해 지더군요.
결국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번이나 봤으며 영화 사이트를 전부 뒤져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레너드가 손상된 기억을 위해 온 몸에 문신을 하는 것 처럼 제가 이해한 것중에서 확실한 장면들을 메모하며 끼워 맞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었을때 정말 실망했었습니다. 비디오의 마지막엔 너무나도 친절하게 영화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설명해 주더군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전 아직도 <메멘토>의 매력에 빠져 이 영화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모으고 있었을텐데... ^^
<인썸니아>는 <메멘토>의 그 천재감독의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싸인>에서도 그랬듯이 감독의 전작에 대한 기억만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면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멘토>를 만들었다고 해서 평생 <메멘토>처럼 관객에게 두뇌싸움을 거는 영화만을 만들 수는 없을테니까요. ^^    


 

 

  
<메멘토>가 극도의 두뇌 회전을 요하는 영화였다면 <인썸니아>는 <메멘토>보다는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인썸니아>는 보고나서 영화가 이해되지 않아 영화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해설을 읽을 필요도 없고, 비디오로 출시되더라도 비디오의 마지막에 친절하게 영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인썸니아>는 여느 스릴러처럼 범인을 추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화는 애초에 범인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만약 <메멘토>를 기억하며 <메멘토>처럼 감독과의 두뇌 싸움을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마치 <식스센스>의 반전을 또 보기위해 극장을 찾았다가 반전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싸인>에 실망을 하는 격이 될겁니다.
하지만 <인썸니아>에 고도의 두뇌 싸움이 없다고해서 실망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썸니아>는 분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천재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이니까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천재성은 다른 듯 보이면서도 서로 같은 <메멘토>와의 연관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메멘토>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전 <메멘토>가 기억 조작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메멘토>의 주인공인 레너드는 단기기억 상실증으로 10분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내의 살인범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사실 레너드는 10분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로 아내를 죽인 레너드는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모든 죄를 존재하지 않는 존 G라는 살인범에게 씌우고 자신의 인생을 지탱하기 위한 목표로 존 G에 대한 복수를 내세운 겁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며 복수를 하고 또하는 겁니다.
그런면에서 <인썸니아>의 도머(알 파치노)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하여 증거 조작을 일삼는 그는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파트너 햅을 죽이고 맙니다. 그는 안개때문에 보이지 않아 어쩔수없는 실수였다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지만 과연 그것은 실수였을까요? 결국 도머는 레너드가 그러했듯이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란 결국 그런 존재입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게 되는 거죠.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메멘토>는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레너드를 통해... <인썸니아>는 백야현상속의 불면증으로 인하여 기억의 모호함에 빠진 도머 형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기억 조작에 대한 영화라는 측면에서 같은 주제를 보인 <메멘토>와 <인썸니아>는 그러나 표현 방식에서는 서로 완전히 다른 차이점을 보입니다.
<메멘토>는 단기기억 상실증에 빠진 레너드를 앞세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이한 설정을 통해 관객들마저도 기억 조작의 함정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관객들은 끊임없이 기억해내야 하며 영화를 짜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나면 자신이 짜맞추고 기억해낸 내용들이 사실은 레너드의 조작된 기억일 뿐이라는 사실만을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 하는 거죠.
하지만 <인썸니아>는 좀 더 편하게 관객들을 대합니다. 이 영화엔 감독이 파놓은 함정따위는 없으며, 영화의 내용을 짜맞추거나 기억해낼 필요도 없습니다. 관객들은 도머가 햅을 죽인 것이 자의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도머 형사와 살인범인 핀치의 고도의 심리전을 통하여 영화적 재미를 이끌어 내며 기억 조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결국 <메멘토>가 기억 조작의 함정에 관객들을 가두어 버린 영화라면 <인썸니아>는 기억 조작의 함정에 빠진 캐릭터를 관객에게 제시하며 편안하게 그들이 맞이하는 파국을 감상하라는 식입니다.
이렇듯 분명 <인썸니아>는 <메멘토>에 비하면 두뇌싸움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나면 왠지 모를 모호한 분위기속에서 피로함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그것이 이 영화의 진짜 재미이기도 합니다.
마치 6일동안 잠을 못이룬 도머의 피곤함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흐느적거리며, 그러한 영화적인 분위기탓인지 관객들 역시 알수없는 피곤함에 휩싸입니다.
아마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관객이 편안하게 영화를 즐기는 것을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암스, 힐러리 스웽크라는 아카데미 수상자들의 열연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그 특별한 영화적 분위기는 분명 이 영화의 특별한 재미를 책임집니다. 이 영화의 모호한 피곤함에 필요 이상으로 빠져들지만 않는다면...
분명 <메멘토>와 같은 고도의 두뇌싸움은 없지만 도머와 핀치의 심리 싸움이 그 뒤를 받치고 있으며, 영화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특이한 전개는 없지만 백야현상의 불면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독특한 영상미가 <인썸니아>엔 있습니다.
다른 형식으로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며,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역량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인연이
영화에 대한 줄거리가 하나두 없는 오빠 영화이야기는 첨 보는거 같다. 그냥 오빠가 느낀 것만 쭈~~욱 적어놨네...
이 영화 잼나게 봤거덩? 난 오빠처럼 감독에 대해서 잘 알지못해. 어느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드는지, 어떤 배우가 어디에 나왔는지 이런건 잘 몰라...그냥 내 느낌에 잼난 영화라는 생각이 박히믄 정말 안 보면 짜증낼정도로 이상한 증세가 발생하지...ㅋㅋㅋ 나쁜 버릇!!!
색다른 영화인듯 해서 좋았는데, 마지막이 너무 허무했어... 영화를 한 십분정도만 더 길게 만들었더라도 더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냥.......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쉽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
 2002/08/20   
쭈니 <오아시스>에서 너무 영화의 줄거리 위주로 글을 썼다가 싫은 소릴 들었어. 내 글을 읽고나서 마치 영화를 다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거야. 그래서 <오아시스>를 극장에서 보기로 했는데 다른 영화보겠다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영화의 줄거리 위주의 글이 편하겠지만 영화를 안본사람들에겐 너무 줄거리 위주의 글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줄거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내 느낌위주로 글을 써볼려고...그런데 그게 쉽지 않네.
<인썸니아>... 재밌었지? 인연인 마지막 장면이 아쉽다고 했는데 난 오히려 좋았어. 특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편안하게 잠을 맞이하는 도머형사의 그 모습... 정말 편안해 보이더라. 영화에선 도머 형사가 너무 지쳐보이고 피곤해 보여서 조금 안쓰러웠거든.
 2002/08/20    
아랑
영화 아직 안봤음.
영화볼 계획 아직 없음.
그래도 글은 재밌게 읽었음.
--;
 2002/08/21   
쭈니 푸하하하~
암튼 고마워요. ^^
 200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