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크리스 웨지
주연 : 레이 로마노, 존 레귀자모, 데니스 리어리
개봉 : 2002년 8월 8일
올 여름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을 장식 할 <아이스 에이지>가 드디어 개봉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에 올 여름 개봉된 애니메이션중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았습니다.
그 결과 개인적으로 각각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순위를 매긴다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단연코 1위이며, <릴로&스티치>가 간발의 차이로 2위, 그리고 <아이스 에이지>가 3위, 가장 기대가 컸던 <스피릿>은 안타깝게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물론 이렇게 순위를 매기긴 했지만 이 4편의 애니메이션 모두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제게 주었으며 이들 애니메이션덕분에 올 여름이 한층더 행복했었다고 하고 싶네요. ^^
이렇게 올 여름 개봉된 애니메이션을 나열해보니 한결같이 '가족'이라는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돼지가 된 부모님을 구하기 위한 어린 소녀의 모험담이었고, <릴로&스티치>는 지구라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스티치라는 외계인의 이야기였으며, <아이스 에이지>는 각자의 종족에게 소외된 맘모스, 나무 늘보, 검치 호랑이가 인간의 어린 아기를 통해 서로 가족을 형성하는 이야기입니다. <스피릿>은 가족보다는 자유라는 주제가 더욱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유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한 야생마의 모험담이 내용이었죠.
그중 이번에 본 <아이스 에이지>는 <토이 스토리> 이후 이젠 보편화된 CG 애니메이션이며, <아나스타샤>, <타이탄 A.E.>를 통해 호시탐탐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을 꾀했으나 번번히 흥행실패로 물거품이 되었던 20세기 폭스사의 최초의 애니메이션 성공작이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오랜기간의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은 <아이스 에이지>로 성공을 거둔 20세기 폭스사의 성공 비결을 내 멋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
"우리는 <타이탄 A.E.>의 실패란 비싼 대가를 치루면서 마침내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물결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20세기 폭스사 회장인 톰 로스먼이 한 말이라고 하더군요. 폭스사는 분명 <아나스타샤>와 <타이탄 A.E.>의 실패를 거울삼아 셀 애니메이션으로는 디즈니와의 흥행 게임에서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겁니다.
셀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수십년의 노하우가 있는 디즈니는 분명 관객이 원하는 애니메이션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고 있었으며, 폭스사는 이에 맞서 1997년 <아나스타샤>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나스타샤>는 폭스사의 1956년 동명의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것으로 <아나스타샤>에서의 폭스사의 전략은 '무작정 디즈니 따라하기'였습니다. 마치 디즈니의 성공작인 <미녀와 야수>를 연상케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라던가 영화의 구성면에서 완벽하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을 모방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흥행 실패였죠.
<아나스타샤>의 실패 이후 폭스사는 전략을 수정합니다. 이번엔 '디즈니와의 차별화'였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2000년 <타이탄 A.E.>입니다. 디즈니가 당시만해도 시도하지 않았던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이었던 <타이탄 A.E.>는 그러나 <아나스타샤>보다 더 엄청난 실패를 거두고 말았습니다.
<아나스타샤>와 <타이탄 A.E.>의 실패로 폭스사는 셀 애니메이션으로는 디즈니를 넘어설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셀 애니메이션에 비해 비교적 역사가 짧은 CG 애니메이션입니다.
디즈니도 CG 애니메이션만크은 픽사에 기대고 있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폭스사는 분명 이 영화의 흥행에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국내에선 <아이스 에이지>가 썸머시즌에 개봉되었으나 미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의 흥행기인 썸머시즌라는 황금을 디즈니와 드림웍스라는 다른 라이벌 애니메이션에게 넘겨주고 비흥행기인 3월에 미국에서 개봉된 것을 보면...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스 에이지>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제 내년 시즌엔 폭스사도 당당하게 썸머시즌에 애니메이션을 개봉시킬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 여름은 더욱 풍성한 애니메이션 잔치가 될듯... (아무래도 미국에서 개봉된지 5개월만에 <아이스 에이지>를 보았기때문인지 <아이스 에이지>에 대한 영화 정보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 신선함이 떨어졌었거든요. ^^)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을 포기하고 CG 애니메이션으로 마음을 돌린 폭스사의 또다른 전략은 바로 '디즈니보다 더욱 디즈니답게...'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아이스 에이지>에서 디즈니의 CG 애니메이션인 <다이너소어>와 <몬스터 주식회사>를 느낄수 있을 겁니다.
기원전 6500만년전 공룡의 마지막 생존시기인 백악기를 배경으로한 <다이너소어>는 <아이스 에이지>에서는 지금으로부터 2만년전인 빙하기로 탈바꿈하였으며, 인간의 아기를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벌어지는 몬스터들의 소동을 다룬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스 에이지>에서는 인간의 아기를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모험을 벌이는 맘모스와 나무늘보, 검치 호랑이의 모험담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렇듯 몇편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짜집기해놓은 듯한 <아이스 에이지>는 그 덕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개성적인 캐릭터를 즐기는 유쾌함과 가족주의로 포장된 감동까지...
<아이스 에이지>는 무뚝뚝한 맘모스 맨프레드와 수다쟁이 나무늘보 시드, 그리고 음모덩어리인 검치 호랑이 디에고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 개성이 뚜렷하게 강한 캐릭터들은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하며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서로 진정한 가족을 이루며 막을 내리는 감동적인 라스트까지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특징입니다. 특히 시드라는 트러블 메이커이며 엄청난 수다쟁이 캐릭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영화의 감초 역활을 하는 그 수많은 유쾌한 캐릭터들과 맥을 같이 합니다. (예를 들어 <릴로&스티치>의 지구 연구 전문가인 플리클리같은...)
아마 이 영화의 크리딧에서 제작사가 20세기 폭스사로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면 전 아주 당연하게도 <아이스 에이지>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렇게 CG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통해 '디즈니보다 더욱 디즈니답게...'라는 철학아래 탄생한 <아이스 에이지>는 분명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재미를 갖춘 영화입니다.
줄거리가 뻔히 예측이 되고, 수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까지도 너무나도 익숙해서 새로울것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영화속 캐릭터들의 어이없는 모험담에 시종일관 유쾌함을 느끼게 되며 결국은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뻔한 결론속에서 나도 모르게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힘이 아닐까요?
이상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단순한 어린아이가 되어 그냥 영화의 재미와 애니메이션의 단순함에 환호를 보내니...
만약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가 매번 이런 식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갔다면 너무 식상하다며 욕을 바가지로 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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