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싸인>- 반전은 없다.

쭈니-1 2009. 12. 8. 14:59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
개봉 : 2002년 8월 8일

제게 헐리우드 최고의 반전 영화를 꼽으라면 전 주저하지 않고 <식스센스>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 만큼 <식스센스>의 반전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제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최고의 명장면이었죠. 그리고 <식스센스>의 감독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단번에 스타 감독으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그 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의 감독에서 단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식스센스>가 너무나도 뛰어났기때문이죠. 그가 <식스센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식스센스>보다 더 뛰어난 영화를 만들어야 할텐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2002년 썸머시즌 샤말란 감독이 신작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싸인>이죠.
<싸인>은 개봉 첫주부터 전미 흥행 1위를 차지하는 등 분명 <식스센스>보다 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미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싸인>이 <식스센스>를 뛰어넘는 작품이라는 증거일지는...
전 <싸인>에 분명 기대가 컸습니다. <식스센스>와 <언브레이커블>의 파트너였던 브루스 윌리스보다는 멜 깁슨을 좋아하기에... 그리고 '미스테리 서클'과 '외계인'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영화화했기에... 과연 <싸인>이 <식스센스>를 뛰어넘어 이젠 샤말란 감독에게 <식스센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것인지...


 

 


일단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액션 스타인 멜 깁슨이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소재도 '미스테리 서클'과 '외계인'의 공포이며, 영화를 미리 본 분들에 의하면 예상외로 영화 막판에 외계인이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지금은 블럭버스터들이 판을 치는 썸머 시즌입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때 <싸인>은 마치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SF 액션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일단 감독이 M. 나이트 샤말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죠.
그렇다면 도대체 샤말란 감독은 헐리우드의 액션 스타와 전통적인 SF 액션 영화의 소재를 가지고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일단은 제 의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전작인 <언브레이커블>를 생각한다면 의외로 답은 아주 쉽습니다.
<언브레이커블>... 분명 <식스센스>의 벽을 넘지 못한 작품이긴 하지만 제겐 상당히 흥미진진한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슈퍼맨>, <배트맨>같은 헐리우드 특유의 액션 영웅의 본거지인 코믹스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언브레이커블>을 보았을때도 <싸인>과 똑같은 의문을 가졌던 것이 기억나네요. 드디어 브루스 윌리스가 슈퍼맨의 망토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본격적인 영웅 행세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샤말란 감독은 이 전통적인 액션 영화의 소재를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꿀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품고 본 <언브레이커블>은 분명 제게는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분명 <식스센스>의 그 엄청난 반전도 없었고, 슈퍼맨과 배트맨같은 망토쓴 영웅도 나오지 않았지만 샤말란 감독은 코믹스를 소재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웅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마도 이런 기괴한 영웅담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이 들것 같네요.
그렇다면 <싸인>도???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싸인>은 분명 <언브레이커블>과 그 맥을 같이 하는 영화입니다. 샤말란 감독은 어차피 <식스센스>를 넘어설 수 없다면 <식스센스>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기로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반전 영화의 대명사였던 <식스센스>... 결국 이후의 영화들에서는 반전보다는 헐리우드적인 소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하는데 주력함으로써 그의 영화에 무조건적인 반전만을 원하던 관객을 실망시켰습니다.
하지만 전 샤말란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고 봅니다. '<식스센스>를 뛰어넘을 수 없다면 <식스센스>와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어라.' 언젠가는 관객들도 그런 샤말란 감독의 스타일을 받아 들이겠죠. ^^


 

 


그렇다면 샤말란 감독이 만든 SF 영화는 어떠할까요?
거대한 미스테리 서클과 영화 중반 TV 화면을 가득 메운 희미한 UFO, 그리고 외계인의 침략... 분명 이 영화는 흥미진진한 SF 액션 영화가 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멜 깁슨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니 세계를 구하기 위해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선다면 말이죠.
하지만 멜 깁슨은 그러지 않습니다. 그는 애써 외계인의 존재를 부인하고 알수 없는 공포에 두려워하며 가족과 함께 집안으로 숨어 버립니다.
관객들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했다는 사실을 구식 라디오를 통해 겨우 들을 수 있으며 영화의 라스트에선 왠지 어색해보이는 외계인이 등장하여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고는 어이없이 끝이나버립니다. 이것이 샤말란이 그린 SF 영화입니다.  
<언브레이커블>에서 코믹스 영웅으로 나오는 브루스 윌리스의 그 초라한 어깨와 전혀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 같지않은 장면들... 그리고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액션씬만으로 액션 영화를 완성한 샤말란 감독은 <싸인>에서도 전혀 스펙타클한 화면과 화려한 액션씬으로 관객에게 서비스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특이한것이 있다면 SF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은 신앙과 믿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엉뚱하게 불쑥 꺼내 관객을 황당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SF와 신앙... 왠지 어울리지 않죠?
SF 영화에 대해 수십년의 전통과 기술을 가진 헐리우드에서도 분명 SF는 액션과 스릴러에 알맞을 뿐 신앙이나 믿음같은 골치아픈 것들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 합니다. 그 수많은 SF 영화 중에서 SF를 신앙과 묶은 영화는 제가 알기론 로버트 저멕키스와 조디 포스터의 1억달러짜리 진지한 블럭버스터인 <콘택트>뿐이었으니까요.
유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콘택트>는 과학과 종교, 그리고 우주에 대한 진지한 질문으로 일관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케일이 클 뿐만 아니라 상당한 볼거리도 갖추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싸인>은 <콘택트>에 비한다면 터무니없이 작은 스케일에 볼거리라고는 두려움에 떠는 멜 깁슨의 모습뿐이니...
암튼 샤말란 감독의 뚝심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


 

 


SF 영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싸인>은 내용면에서는 <언브레이커블>보다는 <식스센스>에 조금은 더 한발짝 다가선 영화입니다. 비록 <식스센스>와 같은 마지막 충격적인 반전은 없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분명 <식스센스>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어느날 아침 자신의 농장에 거대한 미스테리 서클을 발견한 그래함 헤스(멜 깁슨)가 정체불명의 공포에서부터 가족을 지키기위해 벌이는 이 영화는 서서히 외계인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그래함의 불안감을 고스란스 관객에게 안겨 줍니다.
무언가 이상한 징후... TV에선 하루종일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떠들어대고 자신의 농장에 새겨진 미스테리 서클의 외계인이 한짓임을 부인하고 싶은 그래함은 이러한 이상한 징후들을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외면한다고해도 다가올 미래의 공포를 피할수는 없습니다. 이제 그래함은 과연 외계인의 의도가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영화는 상당 부분 그래함의 불안감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루합니다. (이 영화를 보며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있느라 고생했습니다.)
<싸인>이 <식스센스>에서의 공포를 외계인으로 바꾸고 서서히 다가오는 알수 없는 공포속에 관객을 밀어넣은 것은 좋았지만 소재가 소재인지라 이 영화의 긴장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미 우린 너무 많은 영화들을 통해 외계인을 만나왔습니다. <이티>와 같은 착한 외계인에서부터 <인디펜던트 데이>같은 지구를 침략하려는 나쁜 외계인, <에일리언>같은 무시무시한 외계인과 <화성침공>같은 우스꽝스러운 외계인까지... 그래함의 가족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가 외계인이라면 그건 그리 관객을 위협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런데 영화는 상당 부분 그래함의 공포를 잡아내고 있으니... 어쩌면 너무 익숙한 소재탓으로 사라진 긴장감은 지루함으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게다가 갑작스레 신앙과 믿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튀어나오니... 더 졸리울 수 밖에... ^^;    
분명 영화는 지루했고 기대와는 달리 실망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나가는 샤말란 감독의 뚝심은 높이 사주고 싶네요. 아직은 <식스센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식스센스>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벼운 농담과 과다한 액션이 판을 치는 헐리우드에서 몇 안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감독으로 우뚝 설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옥구슬
여자아이가 인형 같어여~아이구 이쁘당~  2002/08/11   

쭈니
여자아이가 이 영화의 키포인트입니다.
여자아이의 행동덕분에 마지막 외계인을 무찌를수 있었다는...
ㅋㅋㅋ 여기까지... 너무 많이 알려주면 재미가 없죠. ^^
 2002/08/11    

인연이
나름대로 재밌었어 난. 꼭 가족영화 같더라. 보는 내내 영화가 긴장감을 주는 듯한 장면때문에(특히 음향) 진짜 무서웠어. 난 귀신이 나오는 영화보다 뭔가 나올듯 말듯 하면서 공포심을 주는게 젤 무섭거든. 이 영화 그런거 같드라. 좀 어색하지만 보는 내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잼없다는 생각은 안 들대... 근데, 굳이 신앙을 소재로 넣지 않았더라도 되지 않았을까? 나는 신앙이 없어서 그런지 그 부분은 별로 이해가 안 가더라...더 가족적인 믿음만 그렸으면 더 좋았을걸.....^^  2002/08/13   

쭈니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분분해.
물론 가족간의 믿음과 신앙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우연과 필연에 대한 영화라고 하기도 하고...
난 졸아서 그런지 그런거 하나도 못느꼈는데... ^^;
단지 샤밀란식 SF라는 생각밖에는...
 200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