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스쿠비 두>-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쭈니-1 2009. 12. 8. 14:57

 



감독 : 라자 고스넬
주연 : 프레디 프린스 주니어, 사라 미셀 겔러, 로완 아킨슨
개봉 : 2002년 7월 17일

여동생과 부모님이 각자 피서를 가시고 홀로 집에 남은 처량한 저는 웬수같은 친구 녀석을 <썸 오브 올 피어스>를 함께 본 후 집으로 데려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녀석과 함께 있으면 그래도 덜 심심할것이라는 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 버린거죠.
저희 집에 도착하자마자 벌러덩 누워버린 그 녀석은 마치 제가 자기 하인이라도 되는 마냥 이것 저것 시키더니 씻지도 않은 그 더러운 몸으로 제 침대에 뒹굴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도 더워서 땀에 온 몸이 끈적거릴텐데... 그 지저분한 녀석은 끝내 씻지 않은채 버티더군요.
게다가 저는 TV를 틀어놓으면 못자는 성격입니다. 불도 끄고, TV도 끄고 아주 조용해야지만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저와 반대로 TV를 틀어놓아야만 잠을 잘수 있다더군요. 결국 TV때문에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은 저는 제 침대를 거의 차지하고 대자로 누워 자는 녀석때문에 침대 구석에서 쭈그리고 자야만 했습니다.
그 다음날은 더 심했습니다. 오전이 다 지나서야 겨우 일어난 녀석은 다짜고짜 밥달라고 성화를 히더군요. 겨우 밥 먹여놓았더니 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또다시 낮잠을 자고... 그러다 일어나서는 다시 밥달라고 징징거리고...
정말 미처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토요일... 그 녀석은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었습니다. 벌러덩 누워서 TV보다가 그 자세 그대로 낮잠자고... 정말로 제 친구이지만 인간 폐인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제발 집에 가라고 구박해서 오후 7시가 넘어서야 겨우 그 녀석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 녀석이 집으로 돌아간 후의 제 방엔 녀석이 먹다가 흘리고 간 과자 부스러기와 과자 봉지들이 널려 있었고, 먹다남은 음료수들과 담배 꽁초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 베개에 남아있는 그 녀석의 꼬질꼬질한 머릿 기름... 한참을 청소하고나서야 겨우 녀석이 엉망으로 어질러놓은 제 방을 원상태로 복귀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절대... 그 녀석을 집으로 데려오지 않겠다고...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
녀석만 아니었어도 토요일에 영화 세편정도 볼 계획이었지만 녀석이 신경쓰여서 결국 한편의 영화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바로 <스쿠비 두>라는 영화입니다.


 

 

  
마치 <고스트 버스터즈>의 현대판 버전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스쿠비 두>는 미국에서는 꽤 인기있는 TV용 만화가 원작이이라더군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철저하게 만화적인 상상력을 내세웁니다. 캐릭터들도 그렇고... 영화의 스토리도 그렇고...
어쩌면 이런 영화가 통하는 계절은 이렇게 무더운 여름뿐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고, 긴장할 필요도 없고, 그냥 에어컨이 빵빵한 극장에 앉아 편안하게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웃고 즐길만한 영화... <스쿠비 두>는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캐릭터 자체가 만화적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격인 말하는 개 스쿠비 두는 물론이거니와 팀의 리더이며 잘난척하기 바쁜 왕자병 프레디(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언제나 인질로 잡히는 금발의 미녀 다프네(사라 미셀 겔러), 그리고 촌스러운 옷차림이지만 명석한 두뇌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벨마(린다 카델리니), 스쿠비 두와 쌍벽을 이루는 멍청이로 가끔 멍청한 행동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노빌(매튜 릴라드)... 이렇게 다섯명의 미스테리 주식회사 멤버들은 영화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갑니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도 다분히 만화적이죠. 스푸키섬이라는 테마공원에 초청되어 지구를 지배하려는 무시무시한(?) 음모에 맞서 인류를 구한다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긴장감이 느껴지기는 커녕 그냥 한번 낄낄 웃고 넘길만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관객이 아니라 바로 국내 관객입니다. 미국의 관객들이야 TV 시리즈로 <스쿠비 두>를 즐기며 이 영화의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에 대해 어느정도 숙달되어 있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 <스쿠비 두>를 처음 만나게 된 국내 관객들에겐 이 영화의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는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그런 영화가 흥행하는 여름이라 할지라도...


 

 

    
이 영화의 시작부터가 그러합니다. 오프닝씬에서 달유령 사건을 약간 엉성하기는 하지만 암튼 멋들어지게 성공한 미스테리 주식회사의 멤버들은 그러나 서로간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별하기에 이릅니다.
이 짧은 5분정도의 오프닝씬만으로 영화의 캐릭터들을 파악하기에도 역부족인데 이들은 서로에게 맞지 않는다며 결별을 선언하고, 영화는 2년 후로 훌쩍 세월을 건너뜁니다.
제 경우는 이들이 서로 결별을 선언했을때 황당했습니다. 도대체 왜 결별을 해야하는지... 서로의 의견차이가 어떤건지... 잘 파악이 되지 않더군요. 아무리 영화의 광고지나 영화 사이트의 정보를 통해 이 영화의 캐릭터들을 어느정도 숙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며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과 광고지를 통해 캐릭터를 한번 읽어보는 것은 틀립니다.
벨마는 항상 사건은 자기가 해결하는데 스포트 라이트는 프레디가 받는 것이 불만인 듯 보이지만 제가 보기엔 벨마 역시 다른 멤버들보다 전혀 나아보이지 않았고, 다프네는 항상 자기가 인질이 되어 프레디가 구해주는 것이 불만인 듯 보이지만 그건 자기 자신 탓이니 남을 탓하며 결별을 선언할 이유가 없어보이며, 팀의 리더로 엉성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온갖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스타로 군림하는 프레디는 더더욱 팀 해체를 선언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뭐가 뭔지도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영화의 주체가 되는 미스테리 주식회사의 해체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스쿠비 두>를 처음 보는 제게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봐줄만 합니다. 까짓거 '걔네들이 해체했나보다.'라고 편안하게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별 문제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영화가 후반으로 진행되면서도 캐릭터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TV 시리즈를 통해 <스쿠비 두>를 충분하게 본 관객이라면 영화에서 캐릭터 설명을 뛰어 넘어도 괜찮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스쿠비 두>를 본 제겐 캐릭터 설명을 뛰어 넘는 것은 개성없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지루한 영화를 보는 것과도 같은 겁니다.
분명 각자의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라고 광고지에는 설명되어 있지만 제가 보기엔 전부 한결같이 멍청하고 미숙한 바보들로만 보이니...


 

 

  
하지만 뭐... 좋습니다. 영화의 광고지에 쓰여 있는 글만으로 이 영화의 캐릭터들을 나름대로 상상을 하며 영화를 본다면 별 문제 없습니다.
프레디는 왕자병 환자로 자기 혼자 잘난체 하는 리더라고 생각하고, 다프네는 언제나 악당에게 붙잡히는 전형적인 미녀라고 생각하며, 벨마는 언제나 혼자 사건을 해결하지만 못생긴 외모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고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범생이라고 생각하며, 노빌은 아무 생각없이 사는 얼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차피 한번 웃고 즐길 영화에서 캐릭터에 그토록 집착한다는 것도 우스운 짓이니...
하지만 캐릭터를 포기하고 나서도 이 영화는 포기해야 할 것이 꽤 많아 보입니다.
아무리 아무 생각없이 즐길만한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스토리 전개도 평범하고, 특수효과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물론 긴장감은 찾을려야 찾을 수도 없을 뿐더러 가끔 어이없는 장면들로 그야말로 어이없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특히 마지막 스푸키 섬의 주인인 몬다베리우스(로완 아킨슨)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가벼운 영화가 판을 치는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제가 이 영화에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닙니다. 제가 바란 것은 단지 <고스트 버스터즈> 수준의 재미와 개성이 다른 멤버들이 티격태격하며 어이없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유쾌하게 한바탕 웃는 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웃긴 것이라고는 특수효과로 탄생된 겁쟁이 말하는 개 스쿠비 두 뿐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이 무더운 여름을 날려버리지 못하죠.


 

 

  


아랑이
어이 없으셨겐네요.
그런데 항상 친구얘기만 나오면 웬수같은.. 이란 수식어가 항상 붙네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 착한 청년이죠!
ㅋㅋㅋ
 2002/08/05   

인연이
오빠는 바부야~
웬수같은 친구가 곁에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그거 다 투정인거 알오... 지금 친구 있다고 자랑하는고지? 세상을 조금만 거꾸로 바라보면, 내게 주어진 일들은 모두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일들일지도 모르지....ㅋㅋㅋ
영화 얘기는 나두 보고 나서 할께~ 오늘 저녁에나 함 볼까나?
 2002/08/06   

쭈니
이런... 이런... 휴가다녀온 사이에 댓글이 두개나... 행복해라. ^^
제가 친구 욕을 자주 하는 것은 그 만큼 그 녀석들과 친하다는 증거아닐까요?
우린 만나도 서로 욕하고 치고 받고 싸우며 놀거든요.
아마 친하지 않았다면 그러지도 못할테니...
어쩌면 인연이 말대로 내가 괜한 투정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고... ^^
 2002/08/06    

인연이
아~ 황당하다. 어제 집에서 이거 봤거덩. 나 이 영화 극장에서 보려구 했었는데, 극장에서 안 보길 정말 잘 했다. 정말 어이없는 영화다. 첨부터 끝까지 황당 그 자체며 이런걸 정말 미국인들은 잼나 하나? 의문이다...내가 미국 영화 중 흥행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영화가 오스틴파워거덩? 그 영화 담이다. 진짜 이 영화..... 광고만 거대하구..
윽.........실망이얌. 실망~~
 2002/08/10   

쭈니
인연이도 나와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 비슷했나보네!!!
나도 이 영화 꽤 기대했었는데... 정말 실망이었어.
나도 <오스틴 파워>를 친구들과 극장에서 봤었는데 정말 황당했었거든. 이 영화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
하지만 나라마다 웃음의 기준은 틀리니까...
 2002/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