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폰>- <가위>보다는 무섭지 않았다.

쭈니-1 2009. 12. 8. 14:55

 



감독 : 안병기
주연 : 하지원, 김유미, 최우제, 은서우
개봉 : 2002년 7월 26일

제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번 밝혔지만 제가 그 동안 가장 무섭게 본 우리 영화는 바로 <가위>라는 공포 영화입니다. 그 영화에서 하지원의 눈빛만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드디어 올 여름 <가위>의 안병기 감독과 하지원이 <폰>이라는 공포 영화로 다시 한번 여름 극장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위해 돌아왔습니다. 제가 그 동안 이 영화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던지...
사실 전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공포 영화보다는 밝은 분위기의 코미디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막상 무섭다는 공포 영화가 개봉되면 꼭 보고 맙니다.  
헐리우드의 슬래셔 무비는 그냥 흥미진진하게 추리 게임을 즐기며 보는 편이지만, 문제는 귀신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이상하게 귀신나오는 영화만은 무서워서 혼자 보지 못합니다. <가위>도 그러했습니다.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와 <가위>라는 영화를 함께 보았었는데, 다른 영화에서 조금만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심장 멎을 듯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가위>가 하나도 안무서웠다고 그랬던 반면, 그녀한테 겁이 많다며 놀려대던 저는 <가위>보다가 너무 무서워서 그야말로 죽을 뻔 했었습니다.
제게 <가위>가 무서웠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귀신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어렸을때부터 유독 '전설의 고향'만은 무서워서 혼자 못봤던 저는 그러나 식구들과 함께 꼬박꼬박 챙겨 보았었습니다. 그리곤 무서운 장면이 나올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식구들에게 '어떻게 됐냐?'며 내용을 귀찮게 물어보곤 했었죠.
그러한 심보는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봅니다. 귀신나오는 영화를 혼자는 못보지만 극장같은 사람 많은 곳에서 친구와 함께라면 이를 악물고라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니 말입니다. 물론 이젠 무서운 장면에서 눈을 감고 옆사람한테 내용을 물어보는 그런 몰염치한 행동은 안합니다. ^^;
올해는 <가위>를 볼때처럼 내 손을 잡아주며 같이 영화를 볼 여자 친구는 없지만, 그래도 전 <폰>만은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또 할수없이 웬수같은 친구를 불러냈습니다. 아~ 웬수같은 그 녀석을... 윽~~~ ^^;
그럼 2002년 썸머시즌 극장탐방기 제 3탄 <폰>의 공포에 대해서 집중 조명해 보겠습니다. (올 여름 극장 탐방기는 모두 한국 영화네요. <챔피온>, <라이터를 켜라>, 그리고 <폰>까지... 우와~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쭈니의 애국심!!! ^^)


 

 

    
<폰>은 <가위>를 충실하게 뒤쫓는 영화입니다. 감독과 주연이 같다라는 점외에도, 영화적인 상황과 관객에게 공포심을 안겨주는 영화적인 수법까지도 <폰>은 <가위>를 뒤쫓아 갑니다.
하지만 제 관점에서 본다면 <폰>은 <가위>보다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첫번째... 상황설정이 관객에게 공포심을 안겨주기에 <가위>보다 미흡했습니다.  
<가위>는 대학 시절 '어 퓨 굿맨'이라는 서클의 7명의 친구들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그들은 대학 시절 아무에게도 말할수 없는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그 비밀로 인하여 한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비밀의 한가운데에는 '어 퓨 굿맨'의 새로운 회원이었으며 대학 시절 의문의 자살을 했던 은주(하지원)라는 신비스러운 여성이 있었으며, 다른 멤버들과 과거의 비밀을 공유하지 못한 혜진(김규리)은 이 공포스러운 사건을 풀어나가야만 합니다. 혜진이 비밀을 풀어나가는 동안 영화의 등장 인물들은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죽음의 공포는 서서히 혜진에게 다가옵니다.  
<가위>는 이처럼 영화속에 7명의 등장 인물들을 배치해놓고 그들을 하나둘씩 죽임으로써 혜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있는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혜진은 관객과 동일화되어 과거의 비밀을 빨리 벗겨야 합니다. 친구들의 죽음을 막기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도 살아남기위해...
<폰> 역시 상황 설정은 <가위>와 비슷합니다.
거의 완벽하게 행복해보이는 영주(김유미)와 창훈(최우제)의 가정은 마치 <가위>에서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엘리트 서클 '어 퓨 굿맨'처럼 보입니다. <가위>에서 은주에 대한 환상때문에 히스테리를 부리며 혜진을 사건속으로 끌어들였던 선애(최정윤)는 <폰>에서는 영주와 창훈의 딸이며 이상한 전화를 받고 발작을 일으키는 호정(은서우)처럼 보이고, <가위>에서 사건을 해결해야했던 혜진은 <폰>에서는 잡지사 여기자 지원(하지원)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리고 <가위>의 한가운데에 은주가 있었다면 <폰>에는 실종된 여고생이 있습니다.
이제 지원(하지원)은 행복해보이던 자신 앞에 펼쳐진 이상한 비밀을 벗겨내야 합니다. 자신의 난자로 태어난 호정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도 폰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처럼 기본설정이 비슷한 이 영화는 그러나 등장인물의 숫자에서 그 차이를 보입니다. <가위>가 7명이라는 청춘 스타를 영화속에 배치해놓은 것에 비해 <폰>에는 영주의 가정과 사건을 풀어나가야 하는 지원, 그리고 사건의 열쇠인 여고생뿐입니다.
이렇게 등장인물이 단촐해졌을때엔 그만큼의 장점이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가위>가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구성이 산만하다는 평을 받았다면 <폰>은 등장인물을 최소한으로 줄임으로써 구성이 산만하다는 평은 피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등장인물이 하나씩 처참하게 죽어가던 <가위>의 공포는 느낄수가 없었습니다. <폰>에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등장인물들이 거의 죽지 않거든요.


 

 

  
두번째... 귀신의 강도가 <가위>보다 낮았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한 <가위>에서의 하지원보다 무서웠던 귀신은 없었습니다. 김동빈 감독의 <링>에서의 배두나 귀신도 결코 하지원의 그 섬뜩한 눈빛을 쫓아갈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폰>에서의 그 여고생 귀신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하지원이 주는 그 공포에는 못미칩니다.  
안병기 감독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귀신의 등장을 최소화 합니다. 그 대신 지원의 원조 교제 기사로 인해 지원에게 앙심을 품은 정신과 의사 진우와 그 무시무시한 폰소리...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서 나오는 효과음과 분위기로 공포를 메우려 합니다.
물론 그것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영화 초반 진우의 등장은 영화의 스릴을 한단계 높여 놓았으며, 우리의 생활속에서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핸드폰 벨소리를 공포화함으로써 관객의 호응도 얻어냅니다. 그리고 <가위>에서 한국형 공포 영화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안병기 감독은 그 솜씨를 <폰>에서도 적절하게 이용하여 적재적소에 효과음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가위>에서 하지원의 그 섬뜩한 눈빛과 맞먹을 공포는 마련하지 못한듯 합니다.
진우는 막상 그 모습을 드러냈을땐 예상외로 꽃미남(?)이어서 약간 실망했으며, 핸드폰의 그 공포스런 벨소리도 자꾸 듣다보니 영화 중반엔 별로 무섭지 않더군요. 공포스러운 효과음과 분위기 역시 <가위>에서 이미 경험한터라 중반에 가면 익숙해집니다.
역시 영화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은 귀신의 존재인데 (최소한 제게는... ^^) 그 존재가 <가위>보다 약했으니...
관객을 공포로 몰기넣던 하지원의 그 눈빛이 얼마나 그립던지... 역시 하지원은 비밀을 밝혀내는 역활보다는 비밀 자체로의 역을 맡는 것이 공포 영화로는 휠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듯 <폰>이 저한테는 <가위>보다 덜 무서웠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덥던 올 여름 절 오싹하게 하는데엔 충분히 성공한 영화입니다.
무언가 나타날듯 하면서도 끝내 나타나지 않던 귀신의 존재와 우리의 생활속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었던 핸드폰을 공포적인 장치로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너무나도 탄탄한 시나리오는 분명 단순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가 판을 치는 여름 극장가에 커다란 활력소입니다.
특히 이 영화의 반전...
이 영화를 보기전에 전 한가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다른 분들의 평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이 영화를 먼저보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본겁니다.
그 글중에 이 영화의 결말이 '에드가 엘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와 닮았다.'라는 글을 있었습니다. 물론 그 글엔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검은 고양이>와 닮았다는 그 한줄의 글만으로도 전 <폰>에서 실종된 여고생이 있는 곳을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만약 그것을 몰랐다면 후반부의 이 영화 첫번째 반전에서 최대한의 공포를 느꼈을텐데...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전 또하나의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 영화의 범인을 미리 짐작하고 단정지어버린 겁니다.
<가위>에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비밀을 공유했던 친구들을 죽였던 정욱(유준상)처럼... <폰>의 진범도 그러할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제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는듯 했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졌을때... 올해들어 저는 처음으로 영화와의 두뇌 싸움에서 패배를 하고 말았습니다. 설마 결말이 그렇게 되어 버릴줄은... 미처 예상을 못한 거죠.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이 낳은 비극이라는 점에서 <가위>와 동일한 주제의식을 보여주지만, 마지막 반전만은 확실히 제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뛰어난 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마치 <링>을 연상케하는 그 장면만은 분명 <가위>보다 무서웠다는 것을 인정해야 겠군요. ^^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비틀어진 광기라고...


 

 

 




아랑공즈^-^v
이야아~ㅅ
처음이다 처음이야^^
어제 마이러리티 레포트 반절 봤어욤.
나머지 반은 또 시간될때.. ㅋㅋㅋ 결국은 참지 못하고..
폰 무섭겠다.
그런데 전 공포영화를 본적이.. 거의 없네요.
너무 무서우면 저 심장마비 걸리거든요-_-;
 2002/07/31   

쭈니
공포 영화 싫어하시는 분은 안보시는 것 좋을듯...
저도 세계의 귀신들 전부 보았지만 동양의 한맺힌 여자 귀신만큼 무서운 것은 없어요.
<가위>도 그렇고 <폰>도... 크~ 무서운 여자 귀신~~~
 2002/07/31    

옥구슬
이 글 적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어여 오~아주 사진 만..보아두 소름이.헉^^무서버잉........폰?~~~~~~~제목은 별루지만..내용은 아주 화끈하겟져?  2002/07/31   

쭈니
이 글을 밤에 썼는데... 영화볼때부다 더 무서웠어요.
왠지 귀신이 뒤에 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 들어서... ^^;
 2002/07/31    

인연이
뭣이? 한국 영화 세편 극장에서 봤다고, 한국영화를 사랑한다꼬? 외국영화는 집에서 다 보니까 당연히 극장에선 한국영화 밖에 볼게 없쥐... 그래놓구 한국영화를 사랑한다니...ㅋㅋㅋ
이거 그제 봤는데, 진짜 무서웠어. 아직도 어린아이의 뒤집히던 눈과 벽속에 있던 귀신의 치켜올라간 눈동자가 기억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어. 보고 극장에서 나온 시간이 11시 20분쯤이였는데, 진짜 무서워서 엘레베이터 타면서도 눈을 크게 뜨고...층수만 계속 보고....난 외국공포영화들은 별로 안 무서웠는데, 한국영화는 이상하게 무섭더라구..
넘 무서웠어...무서웠어...정말 무서웠으............
 2002/08/01   

쭈니
에궁~ 들켰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영화는 컴으로 보고 나서도 다시 극장에서 본다고... 하지만 올 헐리우드 영화들 중엔 그럴만한 영화가 없는 것 같아.
<폰>... 꽤 무서웠지? 나도 외국 공포 영화는 그리 무서운줄 모르겠는데 <가위>와 <폰>은 무서웠어.
역시 귀신은 무서워잉~
 2002/08/01    

구구콘
[.. 대학 시절 의문의 자살했던..]
[.. 여성이 있었으고..]
[..일으키는 호정(은서우)처럼 보이고..]
[.. <폰>에서 시종된 여고생이..]
[..그러할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비툴어진 광기라고..]
나도 가위는 잼있더라..^--^
 2002/08/08   

쭈니
오랜만에 너의 오타 지적을 받게 되었군.
완벽하다고 믿었었는데 왜그리도 오타가 많은지... ^^;
하지만 오타 지적중에서 [..일으키는 호정(은서우)처럼 보이고..] 부분... 뭐가 틀렸는지 모르겠는걸...
 200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