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썸 오브 올 피어스>- 헐리우드 썸머 블럭버스터치곤 약했다.

쭈니-1 2009. 12. 8. 14:56

 



감독 : 필 앨든 로빈슨
주연 : 벤 애플렉, 모건 프리먼, 제임스 크롬웰, 리브 슈라이버
개봉 : 2002년 8월 2일

2002년 8월 2일은 쭈니가 운전면허 기능 시험을 보는 날...
남들은 쉽게 따는 운전면허라지만 저는 왠지 모를 운전에 대한 공포심때문에 지금까지 운전면허를 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성화와 주위 친구들중 운전면허가 없는 원시인은 나밖에 없다는 모욕감이 결국 그렇게 싫어하던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한지 2주만에 기능 시험을 보게 된겁니다.
솔직히 맨 처음 연습할때 그냥 막연하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운전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었습니다. 매일 매일 연습을 하면서 제가 등록한 2종 자동이 너무 쉬워 1종으로 등록할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죠. ^^;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시험은 시험... 연습때는 항상 100점 만점으로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한다면 떨어질수도 있는 법...
가족들이 전부 저만 빼놓고 각자 피서를 떠나 펑빈 집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기능 시험을 볼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아주 담담했습니다. 워낙 쉬웠고, 2주에 걸쳐 반복 연습을 수도 없이 해왔으며, 연습을 할때마다 100점 만점으로 들어왔기에 이변이 없는 한 합격할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험이 시작하니 떨리더군요. 안내방송에서 '...번 실격입니다.'라는 소리가 나올때마다 마치 내 자신이 실격당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실격당한 그 사람도 자신있었을텐데... 점수 미달로 떨어진것도 아니고 한순간의 실수로 실격이라니...
드디어 내 차례...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어이없는 실수를 줄이고, 특히 실격당할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차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차에 오르자마자 마음이 편안해 지더군요.
드디어 시험은 시작되고 느긋한 마음으로 언덕코스를 마치고 굴절 코스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시험 감독관이 절 향해 차를 멈추라며 황급히 뛰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러서 실격처리 되는 것은 아닌지... 온 몸에 식은 땀이 나고, 식구들한텐 쪽팔려서 뭐라 말해야 할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런데 그 감독관, 제 차안을 들여다 보더니 하는 소리...
"아무 이상없는데... 출발하세요."
아마 제 차가 무슨 고장이 있는 줄 알고 뛰어왔었나 봅니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이...
결국 그렇게 기능 시험은 100점 만점으로 합격하였습니다. 이제 도로 주행이 남았지만 제겐 더이상 운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빨리 차를 사서 도로를 달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
기능 시험이 끝나고 자축하는 기분으로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2002년 썸머시즌 극장탐방기로는 처음으로 헐리우드 영화인 <썸 오브 올 피어스>를 봤습니다. 그럼 2002년 썸머시즌 극장탐방기 제 4탄 <썸 오브 올 피어스>에 대한 영화 이야기 시작합니다. *^^*


 

 

  
<썸 오브 올 피어스>... 미국에서는 이미 5월 31일에 개봉되어 그 대단하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를 3주만에 박스오피스 2위로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했을만큼 대단한 성공을 거둔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은 우선 미국의 국민적 작가인 톰 클랜시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든든한 바탕을 중심으로 신세대 스타인 벤 애플렉을 정면으로 내세우고, 9.11 테러 사태로 테러에 대해 민감한 미국 국민의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이라고 나름대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1. 베스트셀러 작가 톰 클랜시.

1990년 <다이하드>로 유명한 존 맥티어넌 감독이 <다이하드 2>를 포기하고 연출한 <붉은 10월>에서부터 시작하여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으로 이어지는 톰 클랜시 원작의 영화들은 미국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쥬라기 공원>의 마이클 크라이튼, <미져리>의 스티븐 킹과 함께 영화화하면 성공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들은 언제나 CIA 분석가인 잭 라이언을 주인공으로 하는 첩보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들 영화가 첩보 영화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와 다른 것은 액션을 위주로 하기보다는 잭 라이언이 냉철한 분석으로 국제적 위기를 모면하는 스릴을 관객에게 제공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제임스 본드는 직접 사건의 현장에서 적들과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하는데 반에 잭 라이언은 책상에 앉아 정보를 분석하여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007 시리즈>의 액션을 원하고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액션을 자제하고 치밀한 정보전 묘사에 중점을 둔 이 영화에 당혹감을 맛보게 됩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썸 오브 올 피어스>는 관객들이 시원시원한 단순무식 액션 영화를 원하는 썸머시즌에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저의 경우 톰 클랜시 원작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연하게 시원한 액션을 원하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너무 머리아픈 이 영화의 상황에 시원해지기는 커녕 심한 두통(?)만 안고 나왔습니다. 지금이 여름만 아니었어도 느긋하게 이 영화의 정보전을 즐길수도 있었을텐데... ^^;


 

 

      
2. 영스타 파워 벤 애플렉.

<붉은 10월>에서 잭 라이언역은 알렉 볼드윈이 맡았었습니다. <패트리어트 게임>과 <긴급 명령>에서는 해리슨 포드가 맡았었죠. 그리고 <썸 오브 올 피어스>에서는 젊은 벤 애플렉에게 잭 라이언의 역이 돌아갔습니다.
벤 애플렉... <아마겟돈>과 <진주만>으로 블럭버스터급 배우로 그 입지를 굳힌 이 젊은 배우는 어쩌면 이젠 늙어서 노쇠해 보이는 해리슨 포드보다 잭 라이언역에 더 어울려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잭 라이언은 제임스 본드가 아닙니다. 그는 날렵한 액션을 해야하는 첩보원이 아니고 책상에 앉아 정보를 분석해야하는 분석가입니다. 미 대통령에게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알리고 정책 수립에 지대한 역활을 해야합니다. 솔직히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중후한 멋이 돋보이는 해리슨 포드가 잭 라이언역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10월>이나,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이 이젠 입지를 굳힌 잭 라이언의 활약상을 보여준다면 <썸 오브 올 피어스>에서는 이제 막 CIA 요원이 된 아직은 미숙하지만 의욕적인 젊은 시절의 잭 라이언을 묘사합니다.  
솔직히 영화 초반 이러한 벤 애플렉의 잭 라이언은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비운 중후함은 CIA 국장역을 맡은 모건 프리먼이 채웠으니...
하지만 아쉬운 것은 젊은 액션 스타인 벤 애플렉을 잭 라이언으로 내세웠으면서도 그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액션 장면이 오히려 전편보더 더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패트리어트 게임>과 <긴급 명령>에서 해리슨 포드의 잭 라이언은 테러집단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거나, 사건의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젊은 액션 배우로 교체된 <썸 오브 올 피어스>에서의 잭 라이언은 액션하기를 거부하며 '난 보고서나 쓸거야.'라는 실망스러운 대사를 서슴치않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오히려 전작들보다 액션이 더 줄어들었으며, 믿음감이 전혀 가지않는 경박한 벤 애플렉의 연기때문에 잭 라이언의 분석도 설득력을 잃습니다.
도대체 차기 러시아 대통령이 된 네메로프가 온건적인 인물이라는 단서만으로 핵공격이 러시아의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잭 라이언의 주장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게다가 신입 CIA 요원주제에 핫라인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핵전쟁을 막는 마지막 장면도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만약 해리슨 포드가 그 중저음의 중후한 목소리로 이를 주장했다면 어쩌면 믿음이 갈수도 있었을텐데...


 

 


3. 9.11 테러 사태.

2001년 9월 11일...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이 겪어야 했던 그 어처구니없는 테러는 분명 미국인들에겐 커다란 충격이었을 겁니다. 세계의 치안국가라고 자부하며 남의 나라의 분쟁에 군인을 파견했던 미국인들은 막상 자신의 조국에서 엄청난 테러가 자행되자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썸 오브 올 피어스>는 그러한 미국인들의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분노와 공포를 이용한 영화인 듯 보입니다. 특히 볼티모어의 풋볼 경기장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은 어쩌면 미국 관객들에겐 9.11 테러의 악몽을 되새기게 하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겁니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그 어마어마한 핵폭탄이 터질수도 있다니...
실제로 미국의 영화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테러의 묘사에 대해 상당히 우려의 말을 했다는 군요.
하지만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차피 9.11 테러는 남의 나라의 일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이후 쉽게 잊혀졌죠. 그렇기에 <썸 오브 올 피어스>의 핵 폭발 씬도 그리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의 장면은 지금까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에서 수도 없이 봐왔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터미네이터 2>의 핵 폭발씬이 더 인상적이라고 할만합니다.
한마디로 9.11 테러가 미국에서의 흥행 성공을 가져다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거라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9.11 테러때문에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들이 테러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군요. 그 대표적인 영화가 <콜레트럴 데미지>입니다. 정말 그 영화에서의 테러씬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썸 오브 올 피어스>의 핵 폭발씬도 좀더 강도 높았었는데 9.11 테러의 영향으로 그 표현 강도가 상당히 순화되었다는 군요.
어차피 영화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암튼 만약 9.11 테러 사태가 없었다면 오히려 이 영화의 엄청난 핵 폭발씬에 놀랬을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이 영화에서의 그 정도 씬만으로는... ^^;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또한 컸던 영화입니다. 솔직히 엄청난 헐리우드의 특수효과와 벤 애플렉의 시원한 액션을 기대했는데... 그 모든것이 기대이하였습니다.  
벤 애플렉의 잭 라이언 연기는 제가 보기엔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의욕만 높고 실수 투성이인 초짜 CIA 요원으로써의 잭 라이언이라는 설정은 분명 신선했지만 그런 초짜가 세계를 구한다는 영화의 내용자체는 전혀 설득력을 가지지못햇습니다.
톰 클랜시의 원작도 여름에 즐기기엔 부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아무래도 올 여름... 헐리우드의 액션 블럭버스터는 너무나도 빈약하기 그지없군요. 더 이상 기대할만한 작품이 눈에 띄지않으니...


 

 




아랑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듭고.. 나도 하나 발견하네용ㅋㅋㅋ  2002/08/05   

쭈니
오타가 거기에 숨어 있을 줄이야... ^^;
고마워요. 아랑님.
 2002/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