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라이터를 켜라>- 남자들의 똥고집에 대하여...

쭈니-1 2009. 12. 8. 14:54

 



감독 : 장항준
주연 : 김승우, 차승원, 박영규
개봉 : 2002년 7월 17일

극장에서 영화본지 어느덧 20여일이 되어가던 토요일(20일)... 전 영화에 대한 금단 현상때문에 도저히 아무일도 할수 없었습니다. 보고싶은 영화는 계속 개봉하는데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극장에도 못가는 이 처량한 심정.
결국 전 웬수같은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화도 보여주고 밥도 사줄테니 나오라고... 녀석은 아주 뻔뻔스런 얼굴로 약속 장소에 나와 만나자마자 밥사달라고 조르더군요. 나원참!!! 암튼 웬수같은 그 녀석을 데리고 오랜만에 극장에 갔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인 <스쿠비 두>... 하지만 예의상 친구한테 보고싶은 영화 있냐고 물어봤죠. 아니나다를까 그 녀석 왈 '응, 나 <라이터를 켜라>보고 싶어.'라며 어울리지도 않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라이터를 켜라>를 보자고 조르더군요. 하긴 그 녀석처럼 단순무식한 넘한테는 어울리는 영화이긴 하죠. 하지만 저도 왠지 <라이터를 켜라>가 재미있을거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오늘은 그냥 그 녀석의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챔피온>에 이은 쭈니의 2002년 썸머시즌 극장탐방기 제 2탄 <라이터를 켜라>... 짜자잔... ^^V


 

 


<라이터를 켜라>에 대해 이야기하기전에 잠시 잡담 한가지... ^^
남자들에겐 여자들은 이해못하는 똥고집(?)이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자존심때문에 서로 우기다가 결국엔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곤 하죠.
특히 저와 제 친구들이 그런 괜한 똥고집이 많은 편인데... 예를 들어 1점에 100원짜리 고스톱을 칠때도 간혹 100원짜리 하나가지고 싸울때도 있습니다. 사실 그 100원이 꼭 필요해서... 너무 큰 돈이라서 싸우는 것은 아닌데... 괜히 주기 싫고, 또 꼭 받아내고 싶고... 해서 언성을 높이며 유치하게 싸우기도 합니다. 물론 그 다음날이 되면 새까맣게 잊어버리죠. ^^
이러한 똥고집은 당구칠때 더 심한데 당구와 같은 승부의 세계에선 괜히 지기 싫어 똥고집을 부리곤 합니다. 그냥 순순히 '그래 네가 이겼다.'라고 승복해버리면 편할것을... ^^
사실 여자들은 남자들의 이러한 똥고집을 잘 이해못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결코 패배를 승복하기 싫고, 또 남의 고집에 꺾이기 싫어,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그 상황에서는 결코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 이러한 남자들의 똥고집에 대한 코미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라이터를 켜라>라는 영화입니다.
<라이터를 켜라>에는 똥고집으로 똘똘 뭉친 세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은 그들의 똥고집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며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 갑니다.


 

 

  
1. 허봉구의 똥고집... 내 라이터 돌려줘.

서른 살의 만년 백수인 허봉구... 집에선 아버지한테 구박받고 동창들한테 어리버리 허봉구라며 놀림당하고... 한마디로 그의 인생은 한심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그가 자신에게 남은 돈 300원을 투자하여 사게된 일회용 라이터는 그에게는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라이터를 잃어 버립니다.
지금까지 모든 수모와 무시를 참았던 허봉구... 그는 이번만큼은 자기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용감하게 일어섭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의 대부분은 300원짜리 일회용 라이터에 목숨을 거는 허봉구의 엉뚱한 행동에 기인합니다. 죽도록 맞고, 달리는 열차에서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그의 목표는 단지 일회용 라이터를 되찾는 것.
이 영화를 보면서 옆자석에 앉으신 여자분이 '말도 안돼.'라고 말하시더군요. 하지만 남자인 입장에서 본다면 저는 허봉구의 그 엉뚱한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학교다닐때는 친구들한테 놀림당하고, 군대에 가서는 훈련을 이수하지 못하여 낙오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에 나와서는 취직을 못하여 사회 부적응자로 밀려난 그는 어쩌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라이터에 걸은 겁니다.
아무것도 할줄 아는 것이 없고, 모두들에게 놀림당하고, 무시당했지만 자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라이터를 되찾음으로써 보여주려 한거죠.
아마 라이터를 되찾기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동안 그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단지 라이터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뿐... 원래 똥고집이란게 그렇거든요. ^^


 

 


2. 양철곤의 똥고집... 내 돈 내놔.

폼나는 건달 보스 양철곤... 그러나 지금은 돈이 없어 부하들의 밥조차 사먹일수 없는 아주 초라한 상황입니다. 그러한 그가 1년동안 일한 댓가를 받기위해 국회의원인 박용갑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박용갑은 돈을 줄수 없다며 버팁니다.
돈이 없어 굶주린 부하들은 양철곤만을 믿고 있고, 박용갑은 돈을 못주겠다며 버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양철곤이 선택한 것은 바로 똥고집입니다.
'어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라는 식의...
아주 냉정한게 본다면 양철곤이 기차를 장악하고 벌이는 행위는 전혀 무의미합니다. 경찰 병력이 기차역에 대기하고 있으니 기차를 세운다면 꼼짝없이 철창 신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린다면 종착역에서의 충돌이 불가피한거죠. 결국 그의 똥고집은 철창 아니면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택만이 남겨진 겁니다.
그렇다면 왜 양철곤은 이런 승산없는 게임을 시작한 걸까요?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박용갑이 돈을 못주겠다며 버티자 어떻게든 받아내겠다는 똥고집이 상황을 점점 악화시킨 겁니다.
하지만 앞뒤재지 않고 부린 똥고집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그는 결국 자신의 똥고집을 꺾느니 차라리 죽는 길을 선택합니다.
터무니없다고요? 원래 똥고집이란게 그렇다니까요. ^^;


 

 

  
3. 박용갑의 똥고집... 돈, 절대 못줘.

툭하면 민주화 투쟁 시절을 이야기하는 국회의원인 박용갑... 1년전에는 국회의원이 되기위해 건달인 양철곤을 이용하더니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나서는 양철곤을 모르는 척하는 전형적인 비열한 정치인입니다. 그러한 그에게 건달인 양철곤이 돈 달라며 찾아옵니다.
국회의원으로써의 위상도 생각해야하고, 그깟 건달의 협박에 돈을 주기도 싫었던 박용갑은 똥고집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내 돈 줘.'라고 억지쓰는 양철곤에게 '못 줘.'라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박용갑.
양철곤이 기차를 장악하고 자신의 목숨에 위협을 당하는 그 순간까지도 박용갑의 똥고집은 꺾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박용갑 자신의 입장으로써도 양철곤에게 돈을 줘서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으로써의 위상을 챙기고 싶었던 그는 양철곤의 똥고집에 같이 똥고집으로 맞받아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물론 영화의 후반에 가서는 결국 자신의 똥고집을 꺾고 양철곤에게 살려달라고 빌지만...
역시 비열한 정치인의 똥고집은 백수나 건달의 똥고집보다도 오래못간다니까... ^^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탁월한 코미디 실력을 보여줬던 각본가 박정우는 이 영화에서도 똥고집에 똘똘 뭉친 세명의 캐릭터들이 서로 똥고집을 꺾지 않기위해 억지를 부리며 싸우다가 맞이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코미디로 완성하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물론 여성분들이나 똥고집을 부려본적이 없는 성실한 남성분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친구들과 괜한 똥고집때문에 유치한 싸움을 자주 벌이는 저로써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아주 탁월해 보입니다.
만약 내가 허봉구였다면... 양철곤이었다면... 박용갑이었다면... 아마도 나도 그런 똥고집을 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제게 와닿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재미는 이러한 탁월한 시나리오뿐만이 아닙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재미에 지대한 역활을 해냅니다.
차승원은 이제 한껏 물이 오른 연기를 보여주며, 김승우는 <예스터 데이>에서의 어울리지 않던 터프 연기를 벗어던지고 어리버리 허봉구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하지만 <라이터를 켜라>의 진짜 재미는 역시 조연배우들의 코믹연기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코미디 영화에서 감초같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들은 <라이커를 켜라>에서도 어김없이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냅니다.
특히 코믹 연기와는 어울릴것처럼 보이지않던 김채연이 걸죽한 입담을 과시할때의 황당함은 역시 코미디 영화에서만 느낄수있는 재미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 군요.  


 

 

 




입대3일전^^
보셨군요~~
하하..부담없이 즐기기 딱 좋은 영화죠~~
차승원 연기도 괜찮고 어리버리한 김승우의 연기도 어울리고..ㅋㅋ
저는 나이도 어리고 성실해서 그런지.. 김승우의 x고집은 참~~
산수아저씨 욕 밖에 생각 안나요~~^^
열심히 자신감을 가지고 살자는 내용 같습니다~~^^


 2002/07/21   

쭈니
정말 부담없이 즐길만한 영화더군요.
하긴 이 영화에 대해서 그 이상 원하는 것도 없었기에 전 만족했을지도...
오랜만에 영화보며 웃엇습니다. ^^
 2002/07/21    

아랑
주말... 이였는데..
그새 또 한개 올라왔네욤.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고 왔어요.
덕분에 첫번째 리플을 놓쳤네요...
ㅋㅋㅋ
 2002/07/21   

쭈니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기... 그거 저도 좋아하는데...
문제는 남자 녀석들은 수다떠는 것을 싫어한다는 거죠. ^^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휴~ 사는게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그리고 첫번째 리플안달아도 돼요.
언제나 글남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걸요. ^^
 2002/07/22    

구구콘
[..<라이터를 켜라>보자고 조르더군요..]
[..그리고 장항준 감독의..]
[..받아내겠다는 똥고집에 상황을..]
[..코믹 연기를 진수를 보여주며..]
참..저번에 알려준 사이트말고는 없을까??
접속자가 많은지..넘넘 느리거든..
알아봐주~~ ^--^
 2002/07/23   

쭈니
니가 지적한 오타외에도 앞뒤 문법이 안맞는 문장이 하나 더있더군. ^^; 암튼 고맙고...
그리고 영화 사이트는 왜 필요한건데...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이트들은 최근 개봉작이나 개봉 예정작 위주로 소개되어 있는 사이트들이라서 별 도움이 안될것 같은데...
 2002/07/23    

구구콘
암튼..속도 빠른곳으로..^--^  2002/07/24   

쭈니
최근 영화 소식은 'http://www.maxmovie.com/'와 'http://www.nkino.com/'에서 얻고 있어.
내 컴에선 속도가 빠른 편인데... 니 컴에선 어떨지...
알지? 내 컴은 최신 기종이잖앙~~~ ㅎㅎㅎ
 2002/07/24    

아지랭이
라이터를 켜라? 이런 영화도 있었니? 히히
난 한국영화는 좀 관심이 없어서리....헤헤
무엇보다 차승원이 나와서 싫당.
시러잉~~~~히히
똥고집이라~~~~~^^
 2002/07/24   

쭈니
차승원 싫어하세요?
하긴 좀 느끼하기는 하죠. ^^
그래도 우리 영화를 사랑해야죠.
신토불이... 모르세요? 우리 몸에는 우리 영화가 최고!!!
앗! 그 뜻이 아닌가벼~
 2002/07/25    

인연이
오빠아~~
나 오늘 이 영화 보러 간다. 최근들어 영화를 못봤어. 영화에 고프다.
자주 댕기고 싶어도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야 같이 가쥐...그래도 "스쿠비두"는 꼭 볼것이얌...ㅋㅋㅋ
내가 영화보고 싶을때 잘 하는거...회사 사람들한테 쭈욱 메모를 보내는거야..언제 언제 영화볼사람 여기여기 붙어라...별 효과는 없지만..쩝~ 보구 나서 느낌 얘기해줄께~
 2002/07/25   

쭈니
나도 영화보고 싶은데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친구한테 밥사주고, 빵사주고, 해서 겨우 같이 영화봤어. ^^;
인연이는 어떻게 <라이터를 켜라> 같이 볼 사람을 구했나보네?
<스쿠비 두> 같이 볼 사람은 어떻게 구할려고??? ^^;
난 같이 볼 사람 없어서 <스쿠비 두>는 거의 포기 직전 상태. 에궁~
 2002/07/25    

인연이
스쿠비 두는 결국 극장에서 보는것 포기.. 동생이 구해놨다고 해서 주말에 집에서 다리 쭈욱 펴구 컴으로 볼려구. 기특한것...근데 울 동생 그거 구하다가 경고 먹었다네...이쿵~
참, 라이터를 켜라 봤거덩. 근데 마지막에 왜 박영규가 큰일을 안 당한거얌? 에이...나쁜 사람은 벌을 받았어야쥐... 영화 잘 보구는 마지막에 박영규가 유세 떠는거 보구, 기분 버렸어..에이....ㅋㅋㅋ
남자들의 똥고집이라... 나두 알쥐... 오기라고나 할까? 오기가 똥고집이라면 똥고집일수 있겠지만 나도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오기가 생겨서라고 그렇게 했을것 같다. 기분 나쁘잖아.......ㅋㅋ 간만에 잼나는 코믹 영화를 본것 같았어...^^
 2002/08/01   

쭈니
<스쿠비 두>... 나도 구해 놨지. 하지만 자막이 아직 출시안되서 못보고 있어. 자꾸 가짜 자막만 돌아다니고... -_-;
나도 <라이터를 켜라>에서 가장 기분나빴던것이 역시 마지막 장면이었어. 박영규... 그 얄미운 xx ^^;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철저한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
김승우는 영웅되었고, 박영규는 유세를 떨었고, 차승원은 죽을 목숨 살렸고... ^^
 2002/08/01    

dori
쭈니님의 글은 정말 재미없게 본 영화도 다시 보게끔 하게 하는
매력이 있네요~~ ^^;; 다시 한번 봐야 겠다. --;
 2005/10/21   

쭈니
dori님의 덧글은 오래전에 썼던 글도 다시한번 열어보게하는 매력이 있네요. ^^;  200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