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안토니제빅
주연 : 크리스찬 슬레이터, 발 킬머, 다릴 한나
개봉 : 2002년 7월 19일
요즘 저는 운전면허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쓸 여유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7월 12일에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 15일에 학과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남들은 학과 시험은 공부안하고 가도 쉽게 붙는 아주 쉬운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처음 운전면허에 도전했었던 8년전... 전 그 말만 믿고 공부안했다가 학과 시험에 두번이나 떨어지고 화가나서 운전면허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때 학과 시험에만 붙었더라면... -_-;
그래서 15일 학과 시험은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였습니다. 주위의 모두들 한번에 붙는 시험을 저만 떨어지면 어떻하나 하는 조바심에...
하지만 다행히도 학과 시험은 붙었습니다. 의외로 문제가 쉬웠고 특히 당일 풀어보았던 문제에서 거의 출제되는 행운까지...
하지만 운전 면허에 대한 제 스트레스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기능 시험... 과연 내가 차를 몰수 있을까하는 바보같은 걱정이...
7월 16일... 첫 운전연습하러 가는 날... 정말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남자가 왜그렇게 운동 신경이 없냐?'는 강사의 핀잔이 자꾸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운전대를 잡은 그 순간... 의외로 운전이 아주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날부터 S자 코스와 T자 코스까지 배우고... 강사는 제가 너무 잘해서 남들보다 진도가 빨리나간다며 칭찬해주었습니다.
결국 운전이라는 거... 지금까지 저는 괜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난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핑계속에서 회피만 해왔던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강사의 말대로 즐기면서 운전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물론 운전에 대한 공포증 해소가 운전 면허 취득이라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암튼 저는 제 인생의 가장 큰 두려움을 하나 해소한셈입니다.
남들 다하는 운전가지고 너무 요란피운다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
16일 저녁...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소된 그날... 저는 그동안 못보았던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헐리우드 액션 영화인 <하드 캐쉬>를...
<하드 캐쉬>는 범죄 액션 영화입니다.
제 기준으로 범죄 영화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범죄자가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하드 캐쉬>는 그 중 후자입니다.
범죄를 막기위해 악전고투하는 정의의 사도가 주인공인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이렇게 범죄자가 주인공인 영화에는 관객과의 소통을 위하여 몇가지 법칙이 존재합니다.
첫번째, 주인공은 절대 사람을 죽여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어떤 범죄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도 살인 행각은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수 있기때문입니다. 관객이 주인공에게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곧 영화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죠.
두번째, 주인공은 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이 도둑놈입니다.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는 범죄... 그건 사기극 또는 도둑질일 경우가 많기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주인공이 선한 사람의 집을 털고 사기를 친다면??? 그것 역시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주인공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아주 나쁜 놈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릅니다. 마치 그런 놈들의 돈은 훔쳐도 된다는 듯이...
세번째, 주인공은 무조건 의리를 지킵니다. 이런 류의 영화일 경우 주인공 혼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팀을 짭니다. 하지만 거액의 돈 앞에서 욕심이 생겨 팀을 배신하는 캐릭터가 꼭 하나씩 등장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절대 동료들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의리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킵니다.
네번째, 주인공은 크게 한탕하고 은퇴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나쁜 놈들을 상대로하는 범죄라고는 하지만 이건 역시 범죄이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영화속의 큰거 한탕을 끝으로 범죄세계에 은퇴하여 선하게 사는 것으로 영화는 언제나 마무리 됩니다.
그렇다면 <하드 캐쉬>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이 법칙에 따릅니다. 아니 끝에가서는 오히려 오버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맘대로 설정한 법칙에 의거해서 <하드 캐쉬>를 비교해 보죠.
첫번째 법칙... 절대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 <하드 캐쉬>는 고집스럽게도 이 법칙을 지킵니다. 이 영화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주인공인 테일러의 욕심많은 동료들입니다. 테일러는 절대 살인같은거 안합니다. 특히 마지막 카지노의 돈을 강탈하는 장면에서 테일러는 물에 빠진 경찰관들을 구해주며 작전을 수행하기까지합니다.
두번째 법칙... 선한 사람에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테일러가 벌이는 범죄 행각은 위조 지페범을 상대로 입니다. 그가 출소해서 새로운 동료들과 벌이는 범죄 행각은 경마장의 장외 발매소를 상대로 입니다. 마지막 부패한 FBI 코넬에게 아이를 납치당하고 어쩔수없이 벌이는 범죄 행각은 카지노 이익금 강탈입니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절대 착한 사람들의 돈이라고 생각할 수 없겠죠.
세번째 법칙... 동료와의 의리... 이 영화의 첫 오프닝 장면, 테일러는 동료들과 경찰에 포위되는 위기를 맞이하자 동료들의 탈출을 위해 자진해서 자수합니다. 경마장에서의 범죄로 벌은 200만 달러를 우체국에 맡겨놓았을때도 돈 욕심에 다른 동료들을 배신하자는 록의 유혹을 뿌리칩니다. 마지막에서도 자신을 도와준 난장이 아틸라에게 약속한 정확한 돈을 줍니다. 다른 동료들은 서로 배신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테일러만은 동료들과의 의리를 지켜냅니다.
네번째 법칙... 범죄계 은퇴... 코넬의 강요로 어쩔수없이 범죄에 가담했던 테일러는 결국 600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거금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착하게 살기로 다짐하죠.
이처럼 <하드 캐쉬>는 지금까지의 범죄자가 주인공인 다른 범죄 액션 영화에서 단 한발짝도 비켜서지 않은 너무나도 평범한 영화입니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기발한 범죄 계획도 보이지 않고, 마지막 반전이라고 펼쳐놓은 것도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로 평범합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 발 킬머, 대릴 한나라는 한때는 잘나갔던 배우들을 캐스팅했으면서도 그 배우들에 의한 재미 창출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역시 불만입니다. 발 킬머는 특색 없는 악역연기로 일관했으며, 대릴 한나는 섹스어필하는 범죄자라는 아주 하찮은 캐릭터를 맡아 그녀를 좋아했던 팬의 입장에선 씁쓸한 뒷맛을 남기더군요. 주인공인 테일러역을 맡은 크리스찬 슬레이터 역시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돋보이지 않았고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짜증나는 것은 바로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테일러의 자기 합리화입니다.
물론 범죄자가 주인공인 범죄 영화에서 주인공의 자기 합리화는 아주 당연한겁니다. 제가 위에서 나열한 법칙들도 전부 주인공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놓은 장치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하드 캐쉬>는 다른 영화들보다 조금더 심합니다.
범죄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직하고 의리를 지키던 테일러는 마지막 최후의 승자가 되어 어마어마한 돈을 차지했으면서도 그 돈을 바다에 던져 버립니다. 훔친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리 주인공의 자기 합리화도 좋지만 과연 테일러의 선택이 현실적인 선택인지...
테일러에겐 아버지가 도둑질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어린 딸이 있습니다. 물론 테일러는 이 아이에게 모범적인 아버지가 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가진 돈도 없고 할줄아는 것이라고는 도둑질밖에 없었던 테일러가 평생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그 어마어마한 돈을 버릴 수 있는 건지...
아무리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도 이 영화의 결말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과연 테일러 가족이 그렇게 무일푼으로 캐나다에 가서 착하게 잘 살수 있을런지... 영화가 이렇게 어이없게 끝나고 나서도 제겐 그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그렇게 버릴것이라면 불우이웃이라도 돕던가... 바닷가에 던진 그 돈이 얼마나 아깝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