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레퀴엠>- 비틀어진 꿈의 결말은...

쭈니-1 2009. 12. 8. 14:52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 자레드 레토, 엘렌 버스틴, 제니퍼 코넬리, 말론 웨이언즈
개봉 : 2002년 7월 12일

제가 <레퀴엠>이라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은 한 넉달전쯤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 영화에 대해서 정말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미국 영화라고는 하지만 아는 배우라고는 제니퍼 코넬리 뿐이었고, 내용을 보아하니 '마약에 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별로 공감이 갈만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대런 아로노프스키라는 이름도 너무 낯설었고... 암튼 한마디로 이 영화는 흥미거리를 제게 전혀 제시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한때 너무나 예뻐서 제가 넋을 놓고 좋아했던... 제니퍼 코넬리가 나온다던데... 게다가 그때 제니퍼 코넬리가 <뷰티풀 마인드>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한물간줄 알았던 그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었기에... 전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저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습니다. 영화의 너무나도 끔찍했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서... 게다가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제니퍼 코넬리가 마지막 장면에서 사정없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한동안 제 귀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제니퍼 코넬리에게 '항문대 항문...'이라고 나즈막히 말하던 그 노신사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맴돌았을 정도입니다. 그게 뭔 소리냐고요? 영화를 보시면 압니다. ^^



이 영화는 마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전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마약이라는 소재를 액션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마약의 심각성을 강변하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기때문입니다.
마약... 그것은 분명 사회의 악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남녀노소 할것없이 널리 퍼져있어 마약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간혹 신문에 유학생들 사이에 마약이 퍼지고 있다는 둥, 연예인 A양이 마약을 복용하다가 걸렸다는 둥, 하는 기사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저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것들이 전부다 돈 많은 것들이 돈지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약... 제 생각에는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돈 많은 것들의 위험한 장난에 불과하기에 아직은 마약의 심각성이 어쩌구 저쩌구 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마약이 휠씬 우리 사회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다지만 제가 아는 주위 사람들 중에서 마약했었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실정에서는 마약의 심각성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류의 영화가 공감이 가지지 않을 수 밖에...
하지만 <레퀴엠>은 다릅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마약이 어떻게 일반인들 사이에 서서히 침투하며, 마약으로 인하여 선량한 사람이 어떻게 파멸을 맞이하는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화면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합니다.


 

 

  
이 영화엔 네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TV의 다이어트 쇼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유일한 인생의 낙이 되어버린 평범한 미망인 사라(엘렌 버스틴)와 마약에 빠져 사라의 TV를 툭하면 팔아먹는 망나니 아들 해리 (자레드 레토), 그리고 그의 흑인 친구인 타이론(말론 웨이언즈)과 해리의 아름다운 연인 메리온(제니퍼 코넬리).
영화의 초반 그들은 전부 아주 평범한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어머니의 TV를 팔아 마약을 사는 해리라는 캐릭터가 조금 문제가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메리온과의 사랑을 통해 풋풋한 매력의 반항아라는 인상을 주더군요.
그런데 단조로운 일상에 빠져있던 그들에게 어느날 인생의 전환기가 찾아 옵니다. 사라는 TV쇼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지게되며, 해리 일행은 마약 딜러를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운이 언제까지나 계속될지...
이 영화는 초반 아주 경쾌하게 시작합니다. 빠른 편집과 경쾌한 음악 그리고 감각적인 화면까지... 대런 아로노프스키감독은 전형적인 MTV 세대의 연출력을 과시합니다. 하지만 이 경쾌한 초반 분위기는 후반부의 끔찍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위한 장치였을 뿐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곧 깨닫게 되죠.


 

 


사라는 다이어트 약을 조제하여 획기적인 효과를 봅니다. 그리고 해리 일행의 금고엔 돈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최고 정점에 달한듯한 그들의 행복은 아주 서서히 꺾이기 시작합니다.
다이어트 약인 줄 알고 먹었던 사라의 약은 사실 마약 성분이 함유된 것이었고, 사라는 점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에 중독되어 끔찍한 환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해리 일행은 마약을 구할수 없게 되자 마약을 구하기위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합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행복했던 순간을 맛보았기에 그 행복을 쉽게 놓지 못합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들이 행복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모습까지도 감각적인 화면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중반부의 화면은 초반부의 그 경쾌한 화면과는 별도로 매우 혼란스러우며 괴기하기까지 합니다.
사라에게 달려드는 냉장고는 그 어떤 괴기 영화의 괴물보다도 더 무시무시하게 비춰지며, 마약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해리 일행의 모습은 어지러운 화면속에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그 순간 영화는 경쾌한 MTV 세대의 드라마에서 벗어나 기괴한 영화로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이제 영화는 막바지로 향하고 영화속의 주인공들은 더욱 빠져나올수없는 파멸의 늪에 빠집니다.
단언하건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제가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영화의 라스트보다도 끔찍하며... 비참하며... 경멸스럽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네명의 주인공들의 마지막 그 비참한 모습을 기괴한 음악속에서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며 관객의 충격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립니다.
그 착하게만 보이던 사라가 마약으로인하여 완전 폐인이 되던 그 장면과 해리의 한쪽 팔이 짤리는 장면... 그리고 타이론의 노역 장면과 그 무엇보다도 끔찍했던 메리온의 일명 '항문대 항문'장면... ^^;  (이 장면이 과연 국내 개봉때 공개될수 있을런지...)
이 영화는 지극히 교훈적입니다.
'마약에 손대지 마라.'
하지만 교훈적인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지루함과 너무 뻔한 스토리 전개를 이 영화는 감각적인 화면으로 비껴갑니다.
과연 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마약할 용기가 날런지...

P.S. 얼마전 뉴스를 보니 다이어트 약에 마약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다이어트 약의 마약 성분이라면... 사라를 완전히 폐인으로 만들었던 그 마약??? 우리 약으로 쉽게 살빼려고 하지 말고 운동으로 살 뺍시다. ^^


 

 

 

  

구구콘

오우~..없는거같은데?
기적이다..술쏴아!
 2002/07/10   

쭈니

푸하하하~ 미치겠다.
술살께... 또 서울와라...
근데 우리집 무지 덥당~
 200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