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어글리(The Ugly) ★★★★

쭈니-1 2009. 12. 9. 15:31


 



날짜 : 1998년 9월 6일
감독 : 스코트 레이놀즈
주연 : 파올로 로톤도, 레베카 홉스

연쇄살인범 사이먼(파올로 로톤도)는 사악한 의사 말로우와 짐승 같은 두 남자 간호사에 의해 운영되는 정신병원에 지난 5년간 갇혀 있었다. 그의 정신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젊은 여성 심리학자인 카렌(레베카 홉스)이 찾아 온다. 현재 사이먼은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며 심지어 무력해보이기까지 한다. 인터뷰를 시작한 카렌에게 사이먼은 애정과 증오를 오가는 어머니에게 억눌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또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카렌은 그의 계속된 살인의 편력을 듣는 사이 현실과 환상이 모호한 경계에 빠진다. 그녀는 사이먼에게 계속 모든 이들을 죽인 이유를, 진실을 추궁하지만 그것은 거꾸로 사이먼을 살인으로 이끈 그 알 수 없는 힘을 불러일으킨다.
제 1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킹덤]과 함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어글리]는 연쇄 살인범과 여성 심리학자의 심리 대결이라는 전통적인 심리 스릴러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푸른 색의 영상 속에 진행되는 믿을 수 없는 난도질의 리얼리티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스코트 레이놀즈 감독의 놀라운 솜씨이다. 뉴질랜드의 스코트 레이놀즈 감독은 데뷔작인 [어글리]를 통해 외딴 산중의 정신병원이라는 연극적인 무대를 완성해 놓고 사이먼의 살인 행적을 다룬 과거와 카렌과의 면담을 다룬 현실속에 종횡무진 관객을 인도한다.  
날카로운 면도날로 피해자의 목을 베어버리는 장면에서의 섬찟함과 검은 피가 주는 묘한 공포, 그리고 두 간호사를 죽이며 간호사의 목을 뚫고 식도를 끄집어 내는 장면(안타깝게도 비디오로 관람한 관객은 이 장면을 자세히 볼 수 없다.)에 이르러서는 관객들은 무시무시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관객들이 카렌과 동일시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원하건 원치 않건 영화 속의 공포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스코트 레이놀즈 감독은 영악하게도 사이먼을 감시하는 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를 비열하게 그리는 반면 사이먼을 무기력하고 선하게 보이게끔 그림으로써 처음엔 관객과 카렌을 사이먼의 편에 서게 한다.
그러나 면담이 계속 될수록 사이먼의 살인 행적속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카렌은 알 수 없는 공포심에 빠지고 관객 역시 처음 영화를 볼 때의 편안함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잃어 간다. 그렇기에 관객은 카렌이 사이먼의 수갑을 풀어주는 장면에서 묘한 불안감을 느낀다. 감독도 그것을 간파한 듯 그 장면에서 카렌을 살해하는 사이먼의 환상과 사이먼에게 살해되는 카렌의 환상, 그리고 수갑을 풀고 계속 면담하게 되는 현실,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은 카렌이 여자 친구를 죽이는 회상 장면과 카렌을 죽이려는 현재 장면의 교차 편집씬이다. 이 장면에와서 관객들은 자신의 목을 쓰다듬게 된다. 또 사이먼이 죽였던 인물들이 입가에 검은 피를 흘리며 사이먼에게 카렌을 죽이라고 하는 장면 역시 섬찟함을 안겨 준다.
그러나 내러티브를 포기하고 단지 관객에게 공포감만을 안겨주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가 주는 공포는 꽤 신선했지만 라스트에 가서는 불확실을 선택했다. 관객들은 마로우가 왜 사이먼이 두 명의 간호사를 살해하고 탈출했는데도 그를 저지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풀어야 하고, 사이먼이 카렌의 숙소를 어떻게 알고 침입했는지 그녀는 살해되었는지 아니면 단지 그녀의 환상일 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스코트 레이놀즈 감독은 관객을 영화 속에 빠뜨려 놓고 '당신은사이먼에게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고 장난 섞인 미소를 보내는 것 같다.

*** 2009년 오늘의 이야기 ***

거의 11개월 만에 영화노트의 새로운 글이네요. 영화노트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만약 조용히 눈팅하며 영화 노트가 업뎃되기만을 기다리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만약 '영화 노트 빨리 업뎃해 주세요.'라는 댓글이 단 한 개라도 있었다면 영화 노트의 새로운 글이 이렇게 11개월 만에 올라오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댓글 좀 많이 써달록 보채는 중임. ^^;)
암튼 [어글리]는 뉴질랜드의 공포 스릴러 영화입니다. 제 글에서도 밝혔듯이 당시 꽤 무섭게 봤던 영화입니다. 10년 전엔 저도 공포영화 잘 봤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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