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증오(La Haine) ★★★★1/2

쭈니-1 2009. 12. 9. 15:32


 


 


날짜 : 1998년 9월 10일
감독 : 마티유 카소비츠
주연 : 뱅상 카셀, 위베르 쿤드, 사이드 탁마우이

95년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증오]는 파리 경찰서에서 경찰관의 실수로 희생물이 된 마코메의 실제 사건으로부터 영화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영화이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은 [증오]를 통해 인종차별과 소외 계층의 불만과 범죄의 폭력이 포화된 상태인 채로 존재하는 파리 근교의 방리에 거리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펼쳐지고 있는 '증오'라는 성마르고 거친 세계를 다큐멘터리 화면과 같이 질주하는 속도로 진술하고 있다.
[증오]는 매우 탁월하 영화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가 보여준 흑백 화면은 거친 입자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고 있으며, 이 영화가 구사한 언어들은 사회에 소외당한 세 명의 젊은이들의 사사로운 잡담과도 같으나 그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유태인인 빈쯔(뱅상 카셀), 아랍계인 사이드(사이드 탁마우이), 그리고 흑인인 위베르(웨베르 쿤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전형적인 소외된 젊은 청소년 계층이다. 그들의 인종이 유태인, 아랍인, 흑인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특정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사회에 대한 불만만을 쌓아가고 있었으며, 친구인 압델의 봉변으로 인해 얼떨결에 폭동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빈쯔는 우연한 기회에 폭동 진압도중 잃어버린 경찰의 권총을 줍게 된다.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은 폭동이라는 극적 상황을 영화화하는 대신 폭동이 끝난 후 경찰의 권총을 줍게된 세 명의 청년들이 그로 인해 겪게 되는 하루 동안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무척이나 할 일이 없어 보이는 세 명의 젊은이의 무료한 하루를 조용히 쫓아간다. 그들은 건물 옥상에서 빈둥거리기도 하고, 압델의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또 돈을 받기 위해 파리로 가서 경찰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이들의 사사로운 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빈둥거림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 두기에는 꽤 무리가 따른다. 특히 국내 관객에게는 파리 근교의 소외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낯설음으로 다가와 영화에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는데다가 영화의 줄거리라고는 빈둥거리는 한심해 보이는 세 젊은이의 24시간 뿐이니 지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빈쯔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의 실수로 죽게 되고 위베르가 빈쯔가 건네준 총으로 경찰을 겨누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이 영화의 긴장감은 영화가 내내 전해주지 못했던 긴장감을 한꺼번에 전해 주고 있다.
[증오]에서 내러티브의 재미를 쫓는 것은 애초에 허망한 일이다. 단지 흑백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소외된 젊은이들의 소외된 언어를 정확히 잡아낸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연출력을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 2009년 오늘의 이야기 ***

10년 전에는 이런 예술성 짙은 유럽영화도 자주봤었지만 요즘은 거의 안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제 취향은 좁아져만 가는 것인지... 암튼 10년 전 글을 다시 읽고 타이핑하는 것 뿐인데도 영화의 지루함이 느껴지네요. ^^


 

 


 

IP Address : 211.209.22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