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9월 3일
감독 : 스테판 홉킨스
주연 : 윌리암 허트, 게리 올드만, 미미 로저스
[타이타닉]이 15주 동안이나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자 할리우드의 관심사는 과연 어떤 영화가 [타이타닉]을 1위의 자리에서 끌어 내릴 것인가에 맞춰졌다. 그리고 마침내 60년대 TV인기시리즈물 [우주가족 로빈슨]을 리메이크한 SF가족시네마 [로스트 인 스페이스]가 [타이타닉]의 15주 동안의 1위를 마감시켰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1억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가 특수효과비로 거의 쓰여졌을 정도로 할리우드의 스타시스템을 무시하고 대신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모든 특수효과를 다 펼쳐놓은 듯한 영화이다. 악역전문인 게리 올드만을 우스꽝스러운 악당으로 캐스팅함으로써 정석을 따랐을뿐 나머지 배역은 의외의 캐스팅으로 일관했다.
주연을 맡은 윌리암 허트는 연기파 배우로 알려졌을뿐 전혀 SF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배우이고 윌리암 허트의 부인역으로 캐스팅된 미미 로저스는 할리우드에서 한물간 배우이다. 그 외 로빈슨의 자식들은 전혀 생소한 배우들로 가득 채워놓음으로써 SF영화는 영웅을 필요로 한다는 법칙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지구의 자원이 모두 고갈된 2058년을 배경으로 새로운 행성 알파 프라임의 탐사를 위해 우주여행을 떠나는 로빈슨 가족이 지구전복단의 음모 때문에 우주에서 표류하게 되고 영화는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서 로빈슨 가족이 겪는 모험을 끊임없이 쫓아간다.
로봇이 로빈슨 가족을 공격하고, 태양의 인력 때문에 우주선이 태양에 빨려 들어가고, 우주 거미의 습격을 받게 되고, 시간여행도 하게 된다. 영화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여념이 없으며 그러면서도 가족애라는 주제를 이끌어냄으로써 SF가족시네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냈다. 관객들은 끊임없이 펼쳐지는 SF적인 볼거리에 빠지게 되고 할리우드가 이룩해낸 특수효과의 세계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우주거미들의 습격씬은 이 영화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며, 관객들은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 직접 뛰어든듯한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SF라는 환경속에서 가족애라는 주제가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고 잘 조화되는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스테판 홉킨스 감독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새로운 행성발견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와 그것에 대해 불만인 어머니와 아이들, 영화는 전형적인 가족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있지만 단선적인 캐릭터 묘사와 진부한 갈등해소로 인해 그 진면목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많은 특수효과에 가려져 가족애라는 주제는 겉돌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불시착한 행성에서의 시간여행을 경험하는 라스트씬에 가서는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내러티브 마저 혼란에 빠짐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더욱 반감시켰다.
특히 스토리 전개상 우주거미에게 물린 스미스 박사(게리 올드만)는 명백히 거미인간으로 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아 로빈슨 가족과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이는 속편을 위한 스테판 홉킨슨 감독의 과도한 욕심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 같다. 게리 올드만이 거미인간으로 변한다면 이 영화의 유일한 스타인 그가 후편에 나올 수 없음으로 어쩔수 없이 내러티브를 무시하고 그를 살려 냈으며, 결말을 내지 않음으로써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후편을 기대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개봉 첫주이후 급속도로 흥행성적이 떨어져버린 이 영화가 후편이 제작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영화는 미완성인채로 영원히 끝날지도 모르겠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하하하. 오랜만에 '영화노트'를 씁니다. 댓글이 하나라도 달리면 그때 다시 '영화노트'를 열심히 업뎃하려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댓글은 달리지 않길래 결국 제 고집이 꺾였습니다. ^^;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제가 10년 전 우려했던 것처럼 속편이 제작되지 않아 미완성인채로 끝나 버렸습니다.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매력적인 소재였는데... 또 모르죠. 소재고갈에 시달리는 할리우드가 다시금 이 영화를 살려낼지도...
더불어 제발.. 댓글좀 기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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