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키카(Kika) ★★★★

쭈니-1 2009. 12. 9. 15:27

 


 


날짜 : 1998년 8월 26일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연 : 베로니카 포르케, 피터 코요테, 빅토리아 아브릴

스포트라이트와 열쇠구멍, 그리고 반라의 마네킹 등으로 이루어진 오프닝 크레딧이 끝나고나면 관객들은 강박관념에 쌓여있는 듯한 주인공들을 차례로 소개받게된다. 사진 작가인 라몽(알렉스 카사노바)과 그의 의붓 아버지인 미국인 소설가 니콜라스(피터 코요테) 그리고 라몽의 전애인이며 고약한 인터뷰로 유명한 토크쇼 MC 안드레이(빅토리아 아브릴)가 소개된다.
관객들은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주인공들의 음흉한 표정 속에서 언뜻 보기에 천박하고 유치해보이는 그렇기에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동떨어진 느끼이 드는 미용사 키카(베로니카 포르케)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엿보기와 살인 그리고 매스컴의 횡포와 동서애 속에 빠져들고 키카는 그 가운데 서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기까지 하다.
스페인의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93년작 [키카]는 마드리드를 이제는 마약범죄로 찌들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로 그려버린다. 온갖 추악한 범죄가 마드리드에서 진행되지만 의외로 그 속에 있는 주인공은 낙관적이고 쾌활하다. 그것은 어쩌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희망일런지도 모른다.
주인공 키카는 죽은 줄 알았던 라몽의 시체 화장을 하다 그가 깨어나는 바람에 그와 사귀게되고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라몽은 어머니의 자살에 대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는 키카의 사생활을 작업실에서 엿보며 쾌감을 즐긴다.
라몽의 의붓아버지인 니콜라스는 자신이 쓰는 소설의 내용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라몽의 어머니를 죽이고 이를 자살로 꾸몄으며 키카와도 종종 섹스를 즐긴다. 키카의 가정부인 후안나는 주인인 키카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를 유혹하려들고 후안나의 사촌동생인 파블로는 탈옥하여 키카를 강간한다. 라몽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는 안드레이는 키카와 파블로의 강간장면을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한다.
키카는 살인(니콜라스)과 훔쳐보기(라몽), 동성애(후안나)와 강간(파블로), 그리고 매스컴의 횡포(안드레이)에 휩쌓여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들에 절망하기보다는 특유의 수다로 헤쳐나간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닫는 라스트에 가서도 키카는 아무런 충격도 없이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이것은 이상한 게임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끔찍한 것들을 펼쳐놓고 그 가운데 영화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 주인공을 세워 놓음으로써 게임을 시작한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살인과 강간이 펼쳐지는데도 키카라는 캐릭터를 쫓아가다보니 끔찍함을 느낄 수 없으며 오히려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된다. 이 낯설은 독특함, 그렇기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나 보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제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는 그리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키카]만큼은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키카의 강간장면은 충격적으로 코믹했는데, 키카라는 캐릭터가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낙천적이라서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가 좋아하던 배우 빅토리아 아브릴의 출연도 한몫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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