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킹덤(The Kingdom) ★★★★1/2

쭈니-1 2009. 12. 9. 15:26

 


 


날짜 : 1998년 8월 23일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주연 : 에른스트 휴고 야레가스, 커스텐 롤페스

'킹덤 병원은 아주 오래 전, 의복을 표백하는 연못이 있었던 습지대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옷가지를 수없이 물에 적셨고, 그 김은 안개가 되어 언제까지나 이곳을 감싸고 있었다. 몇 백년 후 이곳엔 병원이 세워졌다. 세탁부들은 이 나라 최고의 두뇌와 완벽한 기술을 가진 의사들에게 자리를 빼앗겼고, 의사들은 스스로 왕관을 씌우듯 킹덤이라 이름하였다. 이제 삶이란 도표가 되고 무지와 미신이 되었다. 오만한 저들은 정신에 대해 완고하게 부정하고 있다. 피곤함을 나타내는 작은 표식들은 견고한 현대적 건물에 새겨진다. 산자는 알 수 없지만, 왕국으로 향하는 입구는 또다시 열리고 있다.'
97년 부천 환타스틱 영화제의 화제작은 단연코 덴마크의 아티스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이었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부천 환타스틱 영화제에서는 94년에 제작된 1부만 소개되었으며 관객들은 4시간 40분짜리 괴담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여세는 일반 극장으로 이어졌고 [킹덤]은 전회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아무도 예상치못했던 흥행 성공을 이루어 냈다.
원래 덴마크 방송국의 제의를 받아 만들어진 TV영화인 [킹덤]은 코펜하겐에 실존하는 대형 종합병원을 무대로 하고 있다. 주술처럼 중얼거리는 나레이션과 함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빠르게 교차 편집되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병원을 폐쇄회로 같은 공포와 불안의 장소로 규정짓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흐느끼는 소녀의 영혼이라는 미스터리를 통해 영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4시간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을 화면속에 잡아둘 수 있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개성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덕분이다. 스웨덴에서 온 신경외과 전문의 슈티히 헬머 박사(에른스트 휴고 야레가드)는 자신의 실수로 이상 증세를 보이는 소녀의 병과 기록을 없애기 위해 고민하고, 간 연구에 대해 편집증적 열성을 보이는 본도 박사는 간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간을 얻기위해 자신의 간과 병든 간을 일시적으로 이식 수술하는 무모한 실험을 감행한다. 아름다운 간호사 카밀라를 짝사랑하는 의대생 모게는 해부용 시체의 목을 그녀에게 선물하다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옛 연인의 아기를 임신한 의사 유디트의 배는 이상한 속도로 점점 불러온다. 그리고 이 기괴한 장소인 킹덤의 비밀을 푸는 인물인 시그리드 드루쎄(커스텐 롤페스)부인은 의사들에게 강제 퇴원당하면서도 기어코 킹덤에 입원하여 엘리베이터에서 흐느끼는 소녀의 영혼에 대한 비밀을 벗겨낸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여러 사건들을 벌려놓고 라스트에 가서는 이 모든 사건들을 수습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소녀의 미스터리가 벗겨지고 소녀의 영혼이 편히 잠듬과 동시에 새로운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리는 라스트의 긴박감 넘치는 편집과 유머는 이 영화의 최고 하이라이트이다.
헬머 박사는 아이티에서 음모를 꾸미고, 본도 박사는 다시 정상적인 간을 이식받는 수술을 거부한다. 카밀라와 모게는 수면 실험중 섹스를 하고, 유디트는 자신의 딸인 메리를 죽였던 아게 크루거의 머리를 조산한다. 그리고 드루쎄 부인 덕분에 메리는 편히 잠들었지만 수많은 영혼들이 잠에서 깨어나 병원을 더욱 어지럽힌다.
최근 국내에 개봉된 [킹덤 2]는 전편에 비해 더욱더 기괴한 영화가 될 것임에 분명하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엔딩 부분에 직접 나와 선은 물론 악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느냐고 관객에게 자신있게 선포한다. 기괴함과 유머로 가득찬 [킹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4시간 40분짜리 공포영화라니...
지금이라면 이 영화를 볼 생각조차 못했을텐데...
역시 10년전엔 저도 공포영화를 잘봤군요. ^^
하지만 [킹덤 2]는 결국 못봤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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