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풀 몬티(The full monty) ★★★★

쭈니-1 2009. 12. 9. 15:25

 


 


날짜 : 1998년 8월 20일
감독 : 피터 카타네오
주연 : 로버트 칼라일, 톰 윌킨슨, 마크 에디

1997년 김영삼이 이끄는 문민정부는 IMF라는 뼈아픈 상처만 남겨둔채 막을 내렸다. 70년대 후진국이었던 조국을 중진국의 위상으로 높여 놓았던 4,50대 남성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기 시작해고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할 20대의 젊은이들은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IMF라는 도깨비가 우리 국민에게 던져준 아픈 현실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풀 몬티]는 매우 시기 적절하게 우리나라에 찾아왔다. 영국에서 [쥬라기 공원]의 흥행기록을 간단히 바꿔버리고 역대 영국 박스오피스의 정상을 차지했던 이 영화는 실업자가 된 철강 노동자들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남성 스트립이라는 자극적 소재와 코미디라는 친숙한 소재로 관객의 공감을 모았던 작품으로 본격적인 실업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그야말로 남의 일이 아닌 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실업자들이다. 한때는 철강 노동자들이었던 그들은 이제는 직장을 잃고 사회에서 점차 격리되기 시작한다. 가즈(로버트 칼라일)는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제랄드(톰 월킨스)는 자신이 실업자라는 말을 부인에게 하지 못한채 전전긍긍한다. 데이브(마크 에디)는 발기부전에 걸렸고, 롬퍼는 자살중독증에 걸려다. 이들은 모두 자신감을 잃은채 인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우연히 들어간 남성 스트립쇼 공연장의 어마어마한 인파를 보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흑인인 호스와 미남 가이가 합세하며 스트립쇼단이 확정된다. 그러나 그들은 벗을 수 있을까?
남자들은 풍만한 가슴의 여자가 지나가면 '와! 가슴 죽이는데.'라고 한마디씩 한다. 그들은 그 풍만한 가슴의 여자를 인간이 아니라 단지 성행위의 도구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스트립쇼단을 구성하기로 의기투합함으로써 느끼는 딜레마 역시 바로 그것이다. 동네 여인들의 시선. 그렇기에 뚱보인 데이브는 마지막까지 옷 벗기를 망설이고 스트립쇼단은 난관에 부딪친다.
그러나 피터 카타네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노린 것 역시 바로 그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가족 부양과 부가가치 창출의 의무를 지닌 남성들이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그들은 남성으로써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그 스스로 여성화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롬퍼와 가이가 동성애에 빠진다는 설정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스트립쇼는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애쓰던 남성다움과 자존심을 버림으로써 잃었던 자신감과 자아를 찾는 기묘한 아이러니인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기묘한 아이러니 속에서 주인공들이 스트립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냄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관객들은 저마다 주인공들이 처한 실업에 대해 공감하면서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스트립쇼에 재미를 느낀다. 이것이 [풀 몬티]가 주는 매력이다.
그러나 이 영화엔 빠진 것이 있다. 바로 여인들의 시선이다. 가즈의 전부인은 그가 자신의 아들의 생부라는 고민에 빠져 있고, 데이브의 부인은 모든 것을 잃고 발기부전까지 걸린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제랄드의 부인은 그가 실업했다는 사실을 반년 동안이나 숨겨왔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실업문제는 물론 남성들이 직면한 문제이지만 여성에게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풀 몬티]는 여성들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하고 남성 중심으로 영화를 그려냄으로써 여성들은 단지 마지막 장면에서 박수나 치며 열광하고 감동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여성들의 실업 역시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1998년이라면 제가 졸업하고 한동안 직장을 잡지못한채 방황하던 시절입니다.
그래서인지 [풀 몬티]에선 실업에 대한 문제가 제 나름대로 진지하게 쓰여져 있네요.
지금은 직장을 잘 다니고 있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막막해집니다. 미래가 불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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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몬티는 영화로는 못보고 ebs에서 방영하는 연극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네요.
영화에서와는 다른느낌의 조건에서 작품을 접해서 그런지 나름 영화가 어떤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글쓰다보니 영화는 토요일에 하는 김경식씨의 영화 프로그렘에서 잠깐 보고 그냥 넘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나름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네요
 2009/11/11   
쭈니 맞다. 이 영화 연극으로도 상영했었죠???
연극은 5년에 한번 정도 관람하는 편이라서... ^^;
암튼 진지한 주제를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코미디로 만든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