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8월 20일
감독 : 강정수
주연 : 이승희, 유지하
'1970년 4월 서울 출생, 9살 도미' 이혼한 부모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웨이트리스를 전전하다 오하이오 주립 의대 장학생으로 입학하였으나 3년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누드모델이 됨. '플레이보이' 커버걸을 거쳐 인터넷의 누드스타로 자리매김. 이상이 이승희의 이력이다.
1997년부터 불기 시작한 이승희 신드룸은 그녀를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급의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받아들여졌고 이승희는 마치 국위선양한듯 의기양양하게 귀국하여 자신의 인기를 재확인하고 돌아갔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전통적 유교 정신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국가에서 누드모델이 국민적 스타가 되다니... 그러나 세대는 바뀌었고 바뀌어진 신세대들은 자신의 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그녀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꼈다. 그들은 공부라는 울타리 속에서 시달려야 했으며 이승희는 그들의 탈출구였다. 그리고 매스컴은 약삭빠르게 그녀의 상품성을 눈치챘고 이승희 신드룸을 더욱 부채질하기 시작하였다. 한마디로 말해 이승희는 이상한 세계에 이상한 방식으로 스타가된 변종 스타인 셈이다.
영화 [물위의 하룻밤]은 두말할 필요없이 이승희라는 상품을 이용한 전략 상품이다. 이승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귀국했을 때 시청률을 의식한 수많은 TV프로그램과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기업들의 CF 촬영, 그리고 흥행을 의식한 영화 출현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 [물위의 하룻밤]은 바로 이승희라는 상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그녀를 위한 그리고 그녀를 스타로 떠받들이고 있는 많은 관객을 위한 영화일 뿐이다.
[하얀 비요일]이라는 청소년풍 멜로영화로 데뷔한 장정수 감독은 그러나 [비오는 날의 수채화]의 성공에 가리워져 흥행실패의 쓴맛을 경험했다. 그는 그 후 흥행을 위해서라면 유명 배우를 벗겨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듯 에로티즘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기 시작했으며, 92년 발표된 그의 두번째 영화 [우리 사랑 이대로]는 그 당시 스타였던 최민식과 강문영을, 95년 발표된 세번째 영화 [리허설]에서는 최민수와 박영선을 출연시켜 섹스 영화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이들 영화 모두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그의 생각은 틀렸음을 입증하였다. 관객들은 부실한 내러티브와 엉성한 영상을 톱스타들의 누드와 섹스씬으로 충당하려는 강정수 감독의 의도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정수 감독은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낸 엉성한 섹스 영화 사이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을지도 모른다. 암튼 그의 네번째 영화는 [물위의 하룻밤]으로 결정되었고, 그는 자신이 전작품들에서 저질렀던 실수들을 고스란히 이 영화에서 재현함으로써 흥행실패라는 예정된 패배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물위의 하룻밤]은 마치 [우리 사랑 이대로]와 [리허설]을 합쳐 놓은 듯한 영화이다. 유럽 60일 현지 로케이션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우리 사랑 이대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미국이라는 공간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로케이션이 흥행 전략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강정수 감독은 여전히 해외로 나간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 역시 전작들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유럽을 무대로 무용수와 사진작가의 열정적인 사랑을 그렸던 [우리 사랑 이대로]는 강문영이 최민식의 곁을 떠나려하자 최민식은 강문영 앞에서 자살한다. 깡패와 연극 배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리허설]에서는 박영선이 최민수의 곁을 떠나려하고 최민수는 악당의 손에 죽어간다. 그리고 [물위의 하룻밤]은 생전 처음 행복에 빠져있던 이승희가 유지하와의 여행도중 바다에 빠져 자살한다.
왜 모두 죽음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것은 강정수 감독이 에로티즘에 이어 흥행전략으로 세운 감정에의 호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슬픔들은 내러티브가 충분히 받쳐주었을때 유효하다. 그러나 강정수 감독의 영화들은 내러티브의 부실이라는 공통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고 그 속에서의 슬픔은 유치한 장난에 불과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섹스씬은 관객을 실증나게 한다는 것을 강정수는 몰랐던 것이다. 이것은 강정수 감독이 세운 에로티즘으로써의 흥행전략이 그 근본부터 잘못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영화의 내러티브에 어울리는 적당한 섹스씬이야말로 관객에게 진정한 재미를 전해준다. 그러나 아무 의미없이 반복되는 강정수 감독 영화들의 섹스씬은 이미 그 재미를 잃어버린 것과도 같다.
[물위의 하룻밤]역시 이승희의 누드를 보여주기 위한 과도한 섹스씬으로 스스로 그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그 상품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이승희라는 상품을 고급화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저급화시킴으로써 실패의 예정된 수순을 밟은 꼴이 되고 말았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강정수 감독에 대한 나쁘 추억이 많네요. 그의 영화들을 모두 봤었는데 한결같이 왜그리 재미가 없던지... 결국 강정수 감독은 [런 투 유]라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연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 [런 투 유]는 보지 않았고요.
그나저나 요즘 이승희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나이가 들어서 이젠 누드 모델도 못할텐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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