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아름다운 청춘(All things fair) ★★★★1/2

쭈니-1 2009. 12. 9. 15:23

 


 


날짜 : 1998년 8월 17일
감독 : 보 비더베르그
주연 : 요한 비더베르그, 마리아 라거크란츠, 토마스 폰 브렘센

스웨덴의 거장 보 비더베르그 감독의 유작이며 96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수상작인 [아름다운 청춘]은 그의 전작인 [엘비라 마디간]의 서정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탈영병과 곡예사의 사랑을 다루었던 [엘비라 마디간]에 비해 사춘기 남학생과 여교사의 사랑을 다룬 [아름다운 청춘]은 소재면에서 매우 선정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도덕적인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진 에로영화도 아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멜로영화도 아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한 사춘기 소년의 성장영화이다.
2차대전 말기인 1943년 스웨덴의 한적한 시골 말뫼의 한 학교. 전쟁을 피해 대도시를 떠난 은둔자들 마을 같다. 공습경고 사이렌이 가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 닫힌 공간, 학교교실에서 스틱(요한 비더베르그)은 새로 부임한 여선생 비올라(마리아 라거크란츠)를 만나게 된다. 한참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 때인 그는 비올라에게 성적 충동을 느끼고 비올라 역시 스틱의 성적 충동을 받아들인다. 사회적으로 용납이 될수 없었던 사랑이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보 비더베르그 감독은 [개인교수]식의 에로영화를 비켜가고 있다. 소재의 선정성에 대한 유혹이 꽤 있었을텐데 그는 그들의 사랑이 관객의 성적 쾌감을 전해주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이들의 사랑을 순수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스틱은 단지 성적 호기심 때문에 비올라와 섹스를 즐기고, 비올라는 신혼때 저지른 남편 프랭크(토마스 폰 브렘센)의 외도에 대한 복수심으로 스틱을 받아들인다. 그들의 섹스에는 진정한 사랑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비올라와의 관계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스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내의 외도에도 무기력한 프랭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형의 죽음을 통해, 그리고 옆집 주근깨 소녀 리즈벳과의 또래의 사랑을 통해, 스틱은 점차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비올라와의 비정상적인 사랑을 끝내려 한다. 그러나 비올라는 더욱더 스틱에게 집착하기 시작하고 그를 유급시킴으로써 그에게 복수한다. 그리고 스틱은 그 스스로 학교를 나옴으로써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중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가 감당하기 힘든 밀회에 깃든 슬픔을 고조시키고, 전쟁의 포화 속에 유럽인들의 고통과 정체성의 혼돈이 관객도 모르는 사이 영화 속에 스며들고, 스틱과 비올라의 사랑을 멜로적 감수성으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이 영화는 주제의식과 서정적인 영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낸 보 비더베르그 감독의 거장적 역량이 돋보인다. 그의 죽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여름 이야기]에 이어 이틀 연속 유럽 예술 영화를 본 셈이군요.
그러고보니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휠씬 영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더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제 취향에 맞는 영화만 골라 보고 있는데 말이죠.
암튼 [아름다운 청춘]은 제 기억에는 오랫동안 남은 영화는 아니지만 보 비더베르그 감독의 [엘비라 마디간]은 다시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엄청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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