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8월 15일
감독 : 앤소니 월러
주연 : 톰 에버렛 스캇, 쥴리 델피
96년작 [무언의 목격자]라는 독특한 스릴러를 기억해내는 관객이라면 감독인 앤소니 월러의 이름 역시 기억해 낼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한 여인이 살인사건을 목격하게되고 쫓기면서 펼쳐지는 이 기묘한 스릴러는 마리나 수디나의 인상적인 연기와 유머와 스릴을 적절하게 뒤섞어 놓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CF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던 감독의 이력답게 CF적 감각이 돋보이는 영상미 등 그야말로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파리의 늑대인간]은 이러한 인상적인 데뷔작 [무언의 목격자] 이후 앤소니 월러 감독이 연출한 우머와 호러가 버무려진 영화이다.
[파리의 늑대인간]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늑대인간'이라는 공포영화의 소재를 이용하고 있다. 에펠탑에서 자살을 하려는 세라핀(쥴리 델피)을 앤디(톰 애버릿 스캇)가 번지점프를 이용하여 구해내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파리라는 도시를 퇴폐적이고 암울한 도시로 그려냄으로써 공포영화의 코드를 완성해냈다.
그러나 역시 앤소니 월러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영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무언의 목격자]가 정형화된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유머라는 스릴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를 합성시킴으로써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어 냈듯이 이 영화에서도 '늑대인간'이라는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코드를 이용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유머를 여전히 잊지 않고 잇다.
이 영화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을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결코 여유를 잊어버리지 않는 앤디처럼 섬찟하면서도 유머를 잃지않는 독특함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잔혹하게 죽은 영혼들이 앤디에게 나타나는 장면들은 명백히 공포장르에 대한 스스로의 패러디이며 늑대인간을 창출해낸 컴퓨터 그래픽 작업은 그가 이제 할리우드의 시스템 속에 안착했음을 알려주고 이다.
자유와 사랑과 남만의 도시 파리. 감독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일반 관객들의 인식이다. 미국에서 배낭여행을 온 세 명의 젊은이들 역시 파리에 대한 인식은 그러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스름한 보름달과 묘지의 풍경처럼 이들은 낯선 곳에서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주로 묘지와 하수구 그리고 폐쇄된 옛 건물 등 이 영화의 무대는 화려한 파리에 대한 관객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다. 그렇기에 관객은 새로움을 느끼게되고 감독의 의도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된다.
스토리 역시 나무랄데 없이 진행되며 주연 배우들의 매력 역시 적절히 이용되고 있다. 코믹 호러라 명명된 이 영화의 장르는 이제 관객에게 앤소니 월러라는 대가를 만나게 해준다.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오랫동안 잊었던 제목의 영화 한편이 반갑게 튀어나오네요.
[무언의 목격자]... 꽤 재미있게 본 스릴러였는데...
그나저나 앤소니 월러 감독은 1999년 [더 길티]라는 스릴러 영화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보이지 않네요.
이 글을 읽어보니 꽤 기대했던 감독이었는데... 이렇게 조용히 잊혀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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