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8월 16일
감독 : 에릭 로메
주연 : 멜빌 뿌뽀, 아만다 랑글레
프랑소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자끄 리베뜨, 끌로드 샤브롤과 함께 누벨 바그를 이끌었던 에릭 로메의 영화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행운이다. 1960년 [사자좌]라는 영화로 데뷔후 2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했지만 국내에 소개된 영화는 고작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86년작 [녹색광선]뿐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영화는 난해하다는 편견 때문에 쉽게 우리나라 관객에게 도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계절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 [여름 이야기]는 난해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한 젊은이의 일상생활속에서 끄집어낸 유머와 아이러니 그리고 여름이 품을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영화로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로맨틱 영화이다.
이 영화는 7월 17일에서부터 8월 6일까지 가스파르(멜빌 뿌뽀)라는 한 청년이 겪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여름 휴가를 같이 보내기로 한 여자친구 레나를 만나기위해 디다르에 도착한 가스파르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를 하고 있는 인류학도 마고(아만다 랑글레)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는 마고에게 레나와 같이 가기로한 웨쌍섬에 같이 가자고 청한다. 레나가 도착하기로한 날짜가 지나자 가스파르는 마고의 친구인 솔렌느와 친해지고 그녀에게도 웨쌍섬에 같이 가자고 청한다. 그러나 안 올것으로 예상했던 레나가 도착하고 이제 가스파르는 세명의 여자에게한 똑같은 약속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된다.
대충의 줄거리만 놓고본다면 이 영화는 영락없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그러나 나이 70이 넘은 노감독 에릭 로메는 이 영화를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자기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예기치못한 사건에 대한 아이러니의 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 음악을 최대한 자제하고 마치 주인공의 일기 형식으로 날짜별로 구분해 놓은 이 영화의 형식은 그렇기에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와 확실하게 구분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과장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억지로 웃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마치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덤덤하게 영화속 사건에 대처하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스파르가 처한 웃기는 상황이 아닌 인물들의 캐릭터이다. 마고는 세심하고도 적극적으로 소심한 가스파르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솔렌느는 섹시하고 적극적이며, 레나는 이기적이고 아름답다. 가스파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충고를 해주는 마고에 비해 솔렌느는 적극적으로 레나와 자신 중 한명만 택하라고 자신있게 따지고, 레나는 '나에 비해 너는 너무 부족해'라고 가스파르를 몰아 세운다.
결국 마고도, 솔렌느도, 레나도, 선택하지 않은채 떠나버리는 가스파르의 선택처럼 '한 여름 밤의 꿈'같은 사건이 지나가고 결국 가스파르는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누벨 바그 세대가 그린 로맨틱 코미디인 것이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이제 2007년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2008년 오늘의 이야기군요.
암튼 10년전엔 이런 예술성이 짙은 영화를 무조건 봐야한다는 생각에 참 열심히도 찾아서 봤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제가 10년전 잡식성으로 여러 영화들을 섭렵한 경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군요. ^^
IP Address : 211.209.25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