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도베르만(Dobermann) ★★★1/2

쭈니-1 2009. 12. 9. 15:28

 


 


날짜 : 1998년 9월 1일
감독 : 얀 쿠넹
주연 :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체키 카리오

마치 CF와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영상미와 단선적인 스토리 구조, 짧은 커트와 빠른 편집, 그리고 내러티브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영화. 이것이 MTV세대라고 불리우는 신세대 영화 감독들의 취향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 많은 아류작을 낳게 한 [중경삼림], [동사서독]의 왕가위 감독과 [에이리언 3], [쎄븐]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다. 관객들도 어느새 그들의 영화에 동화되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세기말 영화계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300여편의 광고와 [플라스틱 시대](90), [비브로보이](93) 등의 단편 영화로 주목받았고 33세의 나이에 장편 영화 데뷔작 [도베르만]을 내놓은 얀 쿠넹 감독은 철저하게 MTV 세대의 영화 감각을 쫓아가는 신세대 영화 감독이다. 얀 쿠넹 감독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듯 광고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극단적인 빅 클로즈업과 기이한 화면분할, 고속촬영 등으로 관객들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고 단지 갱단과 경찰의 추격 속에 갱단도 경찰도 모두 악인으로 지정한 이 영화는 내러티브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스타일 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려 한다. 물론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신세대 감독의 데뷔작답게 새로움과 광기로 가득 차 있고 관객들은 그의 정신없는 영화 언어 속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만으로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애초에 얀 큐넹 감독은 이 영화가 걸작이 되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영화라기 보다 하나의 이미지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과 동기 따위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그들의 극단적인 행동 속에 재미를 추구하려는 이 영화는 그렇기에 화려한 영상미와 극단적인 이미지만 존재한다. 얀 쿠넹 감독이 창출해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빈 껍데기일 뿐이며 영화를 관람하는 짧은 시간동안 그들은 관객을 사로 잡을지 몰라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다.
왕가위 감독은 현란한 영상미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잘 살려 내었으며 데이빗 핀처 감독은 짧은 커트와 빠른 편집 속에서도 결코 내러티브를 잃지 않았다. 그들은 MTV적 감성 속에 관객의 감정을 빨아들일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며 관객들을 영화 속에 동화시키고 감동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러나 얀 쿠넹 감독에겐 그러한 것들이 없다. 그는 단지 현란한 영상미속에 관객에게 문화적 충격을 전해주는 광대에 불과하다. 관객들은 그의 영화에 동화될 수도 없고 감동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러기엔 그의 영화는 너무 끔찍하고 장난같다. 그것이 얀 쿠넹 감독이 저지른 실수이며 그 실수가 반복되는 한 그의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없을 것이다.  


 



*** 2008년 오늘의 이야기 ***

이 영화는 [라빠르망]을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라고 생각했던 모니카 벨루치가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영화로 기억됩니다. 그것외엔 그리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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