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8월 12일
감독 : 로버트 버틀러
주연 : 로렌 홀리, 레이 리요타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흥행작들을 복사해 나간다 그들의 목표는 관객이 좋아할만한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버는 것 뿐이다. [터뷸런스]는 그러한 그들의 속성이 만들어낸 또 다른 아류작에 불과하다.
비행기는 할리우드의 액션영화가 자주 써먹는 공간이다. 하늘이라는 스펙타클한 공간과 비행기라는 폐쇄적 공간이 주는 공포감은 주인공과 악당에게 더 이상 도피할 수 없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영화를 더욱 급박하게 만들어준다. 그러한 급박함은 [다이하드 2]와 최근의 [에어포스 원]을 통해 잘 표현되었다.
[터뷸런스]는 분명 [다이하드 2]와 [에어포스 원]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로버트 버틀러 감독은 [다이하드 2]와 같은 크리스마스를 영화의 무대로 만들고 해리슨 포드라는 영웅적 대통령 대신 로렌 홀리라는 평범한 스튜어디스를 배치시키고 그녀가 여객기를 LA에 추락시키려는 미친 연쇄살인범과 싸우도록 만든다.
그러나 [덤 앤 더머]에서 짐 캐리의 연인으로 활약한 경험이 전부인 로렌 홀리에게 이러한 막대한 임무는 너무 무리였다. 로렌 홀리는 결코 히피적 영웅 브루스 월리스가 될 수 없었고 자랑스러운 대통령 해리슨 포드도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관객은 무엇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이 영화를 보아야만 할까? 이 영화의 문제는 거기에 있다. 관객들은 주인공인 테리(로렌 홀리)보다는 오히려 연쇄 살인범 라이언 워버(레이 리요타)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낌으로써 이 영화는 애초에 의도했던 액션영화의 재미를 잃어버렸다. 그렇기에 나약한 스튜어디스가 잔인한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은전혀 재미를 전해주지 못했고 오히려 멍청한 테리의 행동은 답답함만 전해주었다.
조종사가 모두 죽고 텅빈 조종실에 앉은 테리는 친구가 다쳤다는 위버의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하고 징징대며 두려움에 떨기만 한다. 오히려 자신이 탄 비행기를 LA에 추락시켜 복수와 죽음을 선택한 위버의 여유로움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악당이 영웅보다 매력적이라는 이 영화의 치명적인 실수는 그렇기에 테리의 승리라는 영화의 진행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멍청한 스튜어디스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전의 비행기를 무대로한 액션영화와 차별점을 두지도 못했다.
흥행작에 대한 강박관념과 새로운 영웅이라는 어려운 과제는 전혀 새롭지 못한 영화의 진행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영웅을 탄생시켰다. 도대체 언제까지 할리우드는 그러한 실수를 반복할까?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제가 B급 액션영화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런 제 취향이 이 영화에 대한 극단적인 악평으로 잘 묘사가 되어 있군요.
사실 여자 영웅을 탄생시키려면 좀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으련만...
지금도 기억나는 이 영화의 장면은 질질 짜기만 하는 로렌 홀리의 짜증스러운 모습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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