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헤라클레스 (Hercules) ★★★★

쭈니-1 2009. 12. 9. 15:18

 

 



날짜 : 1998년 8월 8일
감독 : 존 머스커, 론 클레멘츠
더빙 : 테이트 도노반, 수잔 에이간, 대니 드 비토, 제임스 우즈

매년 썸머시즌이면 디즈니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았다. '만화는 아이들의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관객마저 디즈니의 마수에 빠져 들었으니 디즈니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89년 [인어공주]로부터 시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부활은 91년 [미녀와 야수], 93년 [알라딘], 그리고 94년 [라이온 킹]에 이르러서 최고의 절정기를 누렸다.
그러나 95년 [포카혼타스]로부터 시작한 흥행 하향선은 96년 [노틀담의 꼽추]에서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97년 그리스 신화를 원작으로한 3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헤라클레스]로 재도약의 기회를 노린 디즈니는 그러나 역시 흥행에 참패함으로써 이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는 갔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헤라클레스]는 명백히 [인어공주]의 성공으로 돌아가려했던 디즈니의 소망이 담겨져 있었음에 분명하다. 디즈니는 [포카혼타스]의 실패는 역사를 바탕으로한 이데올로기적 취약성 때문이며, [노틀담의 꼽추]의 실패는 빅토르 위고의 무거운 원작에 대한 관객의 거부반응이라고 자체 해석에 나선 듯 하다.
그들은 동화적 세계와([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어린이에게 친숙한 동물의 세계([라이온 킹])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인어공주], [알라딘]의 감독이었던 존 스머커와 론 클레멘츠를 다시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 프로잭트'를 맡기었다. 신화 속의 영웅 이야기야말로 어린이 관객을 다시 유혹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헤라클레스]는 명백한 실패작이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디즈니의 흥행 전략면에서 말이다.)
먼저 이미 관객들은 디즈니의 비슷한 흥행전략에 지쳐 있어던 것이다. 좋은 편과 나쁜 편의 명백한 구분, 페가수스와 필이라는 감초 캐릭터의 활약, 로맨스 그리고 뮤지컬과 스펙타클, 마지막엔 어김없는 해피엔딩까지.
헤라클레스(테이트 도노반)와 하데스(제임스 우즈)로 구분되는 맹백한 흑백논리는 이 영화를 너무 단순하게 만들었으며 페가수스와 필(대니 드 비토)이라는 캐릭터 역시 [인어공주]의 세바스찬, [미녀와 야수]의 루미에와 콕스워즈, [알라딘]의 앵무새 이아고와 원숭이 아부, [라이온 킹]의 품바와 티몬 등 지금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했던 감초 캐릭터와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멕(수잔 에이간)과의 로맨스 역시 상투적이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인 뮤지컬 역시 이미 식상한지 오래다. 웅장한 CGI기법을 통해 나타난 물뱀괴물 히드라와의 스펙타클한 결투는 오히려 [노틀담의 꼽추]에서 보여주었던 만우제 축제씬의 스펙타클보다 뒷걸음질 한것 같다. 그렇다고 라스트의 해피엔딩에 감동하기엔 너무 많이 써먹었다.
게다가 관객들은 원작을 마구 훼손하는 디즈니의 불손함에 이미 분노를 터트린 상태이다. 비극으로 끝나야할 [인어공주]와 [노틀담의 꼽추]를 해피엔딩으로 탈바꿈시켜 놓다니 이제 [헤라클레스]에서는 헤라클레스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낳아진 아들이며 헤라클레스가 죽음의 신 하데스에 의해 인간의 땅으로 내려왔다고 거짓말한다.(사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헤라클레스의 고난의 시작은 헤라의 저주 때문이다.) 이러한 원작의 훼손은 다양한 내러티브를 가진 원작들을 디즈니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속에 묶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아마 세계의 어떤 전설이나 전래동화라도 일단 디즈니의 손안에 들어가면 비슷한 영화가 되고 말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디즈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어느정도의 재미를 간직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복잡하지 않고 일률적이지만 해피엔딩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만큼.
하지만 그러한 디즈니의 마력도 그 끝이 보인다. 이제 디즈니는 다른 선택을 해야할 것이며 98년 썸머시즌에 개봉된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뮬란]은 그 해답이 될 수도 있다.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디즈니의 해답은 의외로 당시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였던 픽사에 있었죠.
픽사가 디즈니를 살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헤라클레스]는 최근 우리 웅에게도 보여줬는데 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웅이에게도 그리 썩 재미는 없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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